보수우파, 유튜브에 빠지다
보수우파, 유튜브에 빠지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9.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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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종편 등 땡문방송에 지친 시청자들의 탈출구 … 가짜뉴스 프레임 유의해야

보수우파들이 유튜브로 몰리고 있다. “TV방송 뉴스는 꼴도 보기 싫다”며 지상파와 종편 등에서 이탈한 시청자들이 유튜브 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 유튜브는 현재 사용자가 18억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이다. 여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더불어 TV나 라디오와 같은 기존 올드 매체를 보완하는 뉴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다.

22일 오후 2시 기준 유튜브 코리아 인기동영상 50개엔 보수우파 성향의 정치시사 유튜브 동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설립한 펜앤드마이크의 펜앤뉴스, 고성국TV,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프리덤뉴스, tv나라애 등의 콘텐츠 영상이다. 진보성향의 콘텐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2017년 12월 창립한 펜앤마이크의 정규재TV는 현재까지 구독자수 23만 4000명을 훌쩍 넘기며 보수우파의 대표적 방송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한 시간 남짓한 펜앤뉴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 저녁 6시 생방송된다. 하루에 있었던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 주요 뉴스와 함께 진행자인 정규재 주필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운영하는 고성국TV는 6만 8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요일별로 배승희 변호사, 방송인 이익선 씨, 이종근 전 데일리안 논설실장, 서정욱 변호사, 전지현 변호사 등 다양한 패널이 출연해 진행자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간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이 진행하는 황장수의 뉴스브리핑도 보수우파 유튜브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채널이다. 18만 6000명 이상의 구독자수를 자랑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5가지 이슈를 선정해 자세한 시사해설을 더해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자 6만 7000명 이상의 김기수 변호사의 프리덤뉴스도 보수우파 유튜브 이용자들이 자주 찾는 방송이다. MBC 출신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과 류종현 전 MBC공정노조위원장 등이 프리덤뉴스 유튜브 채널에서 활동 중이다.

조갑제 대표의 ‘조갑제TV’와 신혜식 대표가 운영하는 ‘신의한수’, 인터넷 매체 뉴스타운이 운영하는 뉴스타운TV 등도 보수우파 성향의 이용자들이 애용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 밖에 개인 유튜버가 운영하는 tv나라애, 국방안보 채널을 표방한 ‘이안방송’ 등과 글로벌디펜스뉴스, 엄마방송, 김정민국제전략연구소, 이춘근 박사의 이춘근TV, 송영선 전 의원의 시사360, 뱅모 세뇌탈출, 벌레소년-Boy Bugs, 태평TV 등이 있다. 만화가 윤서인 씨가 개인 방송을 시작했고, MBC 출신 김세의 기자와 강용석 변호사가 함께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도 최근 ‘문재인 정부 4대강 보 개방의 진실’이란 단독취재 뉴스로 유튜브 방송 시작을 알렸다. 이들 채널은 적으면 2만~3만에서부터 많게는 10만 이상의 탄탄한 구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땡문’방송에 질린 시민들이 고객

이들이 유튜브로 몰리는 이유에 대한 분석은 여럿 제시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지상파TV와 종편채널, 라디오 등 기존 매체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60대 여성 손모 씨는 “요즘은 뉴스를 보면 짜증이 나 그나마 볼만한 TV조선 외에는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다”며 “뉴스들이 정권 찬양이나 홍보 방송만 하고 비판 뉴스는 거의 보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상파들의 친정부, 좌편향 보도 경향은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8월 16일 미디어연대 주최로 열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관련 토론회에서 모니터링(4.13~8.12) 결과를 발표한 박한명 미디어연대 운영위원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보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지상파 총보도수는 295건으로 KBS가 100건, MBC가 83건을 보도했다. 같은 기간 TV조선 메인뉴스(종합뉴스9, 토·일 제외)가 총 207건을 보도한 것과 비교해보면 대조된다. 박 운영위원은 “4달간 지상파 채널 3사 저녁 메인뉴스를 모니터링 한 결과 이들은 드루킹 진실을 앞장서 은폐하는 주역이었다. 종편채널과 비교하면 보도 양에서 절대 부족하거니와 단순 사실보도가 대부분이었다”며 “분석 결과에 의하면 드루킹 사건의 본질, 이와 관련된 김경수의 반복된 거짓말, 경찰 검찰의 부실수사 등을 지적하는 지상파 심층 보도도 사실상 전무했다. 그 중에서도 김경수 의혹 은폐에 공영방송이 앞장선 부분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줄곧 ‘방송장악’ 논란에 휘말렸던 공영방송 KBS와 MBC의 뉴스 시청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도 하나의 방증으로 꼽힌다. MBC 뉴스데스크는 급기야 8월 5일 1.97%란 역대급 최저치를 기록하며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MBC 공정노조는 “MBC가 침몰하고 있다”며 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때 30%를 넘나들던 KBS 9시뉴스 역시 시청률 하락이 두드러진다. 평일 13% 안팎에 주말뉴스는 8~9%대까지 떨어졌다.

KBS 공영노조는 지난 5월 11일 ‘KBS 뉴스9 시청률 대폭락 원인을 책임져라’는 성명을 내고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기는 커녕 권력을 미화하고 선전하는 데 앞장설 때부터 시청률 하락은 예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 재허가 심사, 방송 심의 등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상파, 종편에서 출연이 제한되거나 사실상 퇴출된 방송인들의 유튜브 유입도 보수우파 유튜브 시장 성장세의 원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고성국 박사, 황장수 소장, 김진 위원을 비롯한 기존 지상파와 종편, 보도전문채널에서 볼 수 있었던 전문 패널들이 개인 방송을 열거나 다른 방송에 출연하면서 보수우파 시청자들의 유튜브 방송 시청을 촉진하고 있다.

좌파 미디어들 우파 유튜브 견제 시작

한편 기존 미디어를 외면하고 있는 보수우파 성향의 뉴스 시청자들이 유튜브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같은 성향의 콘텐츠물이 폭발적으로 늘자, 이에 대한 견제도 시작된 모양새다. 주로 유튜브가 가짜뉴스 진원지라는 비판 형태를 띠고 있다.

언론노조 기관지격인 미디어오늘은 지난 7월 31일 <유튜브 ‘노회찬 타살’ ‘문재인 뇌출혈’ 허위정보 적극 배열했다>며 유튜브를 정조준했다. 기사는 “유튜브가 직접 배열한 ‘인기영상’ 목록에 소위 ‘가짜뉴스’로 불리는 허위정보, 극단적 주장이나 음모론을 제기하는 콘텐츠가 다수 포함됐다”며 “유튜브가 모든 콘텐츠를 심의할 수는 없지만 적극 배열하는 콘텐츠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보수우파 성향의 콘텐츠들을 “극우보수성향의 인터넷 방송 콘텐츠”물로 규정하고, “유튜브는 공적 성격이 강한 뉴스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양질의 뉴스를 배열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 밖에도 주간경향([표지 이야기]유튜브 방송은 보수의 ‘해방구’인가?), 한겨레신문(태어나 ‘말보다 먼저 배운’ 유튜브, 우린 갓튜브 제국에 산다), 노컷뉴스(“文, 뭐했다고 과로로 쓰러져?” 유튜브 점령한 가짜뉴스), 경향신문(극우보수 유튜브, 당신들은 대체 누구?) 등 좌파 언론도 보수우파 성향 시청자들의 유튜브 유입 현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선비즈(‘댓글조작은 새발의 피’ 폭주하는 유튜브 가짜뉴스), 한국경제(가짜뉴스·막장방송… 유튜브선 돈이 된다) 등의 언론들도 유튜브 비판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동시다발적인 좌우의 유튜브 비판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가짜뉴스 확산 주의도 필요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을 방송 중인 황장수 소장은 통화에서 “첫 번째 이유는 문재인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내부적으로 폭락 이유를 우파 매체가 활성화 되어 있는 유튜브에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자기들끼리 이 부분에 대해 돌아가며 비판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두 번째 이유로는 경영적 측면에서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고 본다. 종이신문이 끝나고 영상 시대에서 좌파진영이 유튜브에서 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 소장은 또한 보수언론의 유튜브 비판에 대해서는 “보수언론이 만든 종편 동영상 파일이 장사가 안 되니 조중동도 비난한다”면서 “이념적 이해관계와 경영적 이해관계가 섞여 좌우가 유튜브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방송의 친정부, 좌편향 보도가 강화되면서 마땅히 시청할 콘텐츠를 찾지 못한 보수 국민들이 유튜브로 몰리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며 “그러나 사실 확인이 안 된 허위정보나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왜곡된 콘텐츠물은 가짜뉴스 진원지로 탄압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방송 제작자나 이용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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