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트럼프, 그러나 대북 양보는 없을 것
위기의 트럼프, 그러나 대북 양보는 없을 것
  •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9.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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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의 전통적 문법을 거부한다. 세계 최강국으로서 미국 대통령은 그 발언이 미칠 파장이 매우 크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역대 대통령들은 언행에 신중을 기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행의 연속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지지율이 같은 시기 오바마 대통령을 넘어섰다고 주장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비판적인 언론보도에는 가짜뉴스라고 폭언을 퍼붓는 것이 예사다. 기행에 가까운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행보와 발언들은 한쪽에서는 극찬을 불러온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혐오스럽다(disgust)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그러하지만 기존의 대통령 문법을 거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발언들이 미치는 국제적 파장도 적지 않다. 우리의 경우는 특히 미군 주둔 분담금 발언이나 김정은에 대한 극찬 등이 그러한 경우다. 일반의 예상을 뛰어 넘은 과감한 발언과 행보로 인해 그의 정책, 특히 우리 안보와 직결된 북핵 문제 등에서 파격적인 결과물이 도출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탄핵 위기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 탈출의 돌파구를 11월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의 승리에서 찾고, 이를 위해 과감한 대북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게 아닌가 전망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망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이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우리의 안보는 위협받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로 이어진다.

결국 현 시점에서 우리의 관심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핵 문제에서 트럼프의 미국은 과감한 양보를 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위에서 지적한대로 이는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 △11월 중간 선거 전망과 지지율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 과정이라는 세 가지 이슈가 얽혀 있는 문제이다. 이를 순서대로 살펴보기로 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

결론부터 말하면 탄핵 가능성은 제로라고 할 정도로 매우 낮다. 탄핵이라고 한 단어로 표현하지만, 이는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이라는 두 단계로 구성된다. 우리가 흔히 탄핵을 impeachment라 하는데 정확하게 구분하면 impeachment는 탄핵소추이고, 탄핵심판은 trial of impeachment이다. 미국 헌법에서는 탄핵소추를 power of impeachment, 후자를 power to try impeachment로 구분한다. 미국은 양원제 국가다. 하원이 첫 번째 탄핵소추 단계, 상원이 두 번째 단계인 탄핵심판의 권한을 나눠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기소, 즉 소추는 하원의 권한인데, 전체 435명인 하원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 하원에서 기소한 탄핵소추를 최종판결하는 탄핵심판의 권한은 상원에 있다. 상원에서는 2/3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전체 100명의 상원의원 중 67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대통령이 탄핵된다.

우리가 우려해야하는 것은 북한이 실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우리와 미국의 갈등이다.
우리가 우려해야하는 것은 북한이 실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우리와 미국의 갈등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하원이 가진 탄핵소추의 권한은 국회에, 미국 상원의 탄핵심판 권한은 헌법재판소가 가지고 있다. 하원과 상원이라는 양원제를 취한 미국과 달리 단원제인 우리나라에서 소추와 심판의 권한을 나누면서 이러한 체계가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200년이 넘는 미국 역사상 탄핵심판이 의결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첫 번째 단계인 impeachment, 즉 탄핵소추가 된 경우도 두 번에 불과한데 한번은 우리에게 익숙한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하원에서 가결된 사례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두 가지 건으로 기소되었는데, 첫째는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관계에 대해 본인이 위증하였다는 혐의이고, 둘째는 이와 관련하여 르윈스키에게 위증을 교사하여 사법절차를 방해하였다는 혐의였다. 첫째 혐의에 대해서는 228대206, 둘째 혐의에 대해서는 221대212로 가결되었다. 그러나 상원 문턱을 넘지는 못하여 클린턴은 임기를 채우게 된다.

탄핵소추가 가결된 두 번째 경우는 1865년에 집권한 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이다. 매우 근소한 차이이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된다. 탄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경우 하원의 탄핵소추 전에 사임한 경우이지, 실제 탄핵으로 그만둔 것은 아니다.

과반수를 요하는 하원의 문턱을 넘은 경우도 겨우 두 번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2/3 이상의 동의를 요하는 상원의 탄핵심판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는 하원과 상원의 정당별 구성에 달려 있다. 현재는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다수당이다. 물론 올해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 하원의 경우 민주당이 과반을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 내 탄탄한 트럼프 지지율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

미국의 경우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는 야당이 우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민주당이 상원에서 2/3 이상을 점하는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미국 상원은 임기 6년으로 총 정원 100명이다. 그런데 이 중 2년마다 1/3씩만 교체하게 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상원 선거 결과는 50대50의 박빙 구도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50대50 구도라 하여도 공화당 상원의원 중 1/3인 17명 이상이 탄핵대열에 동참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3 이상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이 대열에 가세할 것인가의 여부는 1차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 특히 공화당 지지자의 지지율이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지율은 국정운영에서 대통령의 운신의 폭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도 지지율 추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탄핵소추와 심판에서 지지율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클린턴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한 1998년 12월 클린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70%를 넘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통령 지지율과 탄핵이 관계없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탄핵소추안이 228대206로 하원에서 가결된 점과 상원에서 부결된 저변에는 의원들의 당파적 투표가 놓여 있다. 즉 거의 모든 민주당 의원들은 상하원을 막론하고 반대투표를 하였고, 역으로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찬성투표를 하였다.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정당별 의석수 변화에 영향을 받겠지만, 기본적으로 하원에서 소추안이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로부터 가능하다.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인 일반 국민의 전체적인 지지율이 아니라 자기당 지지자들, 즉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평가에 달려 있다. 중간선거를 한 달 여 남겨 놓은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0%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취임 500여 일이 지난 시점의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보다는 평균적으로 약간 낮지만 매우 근접한 상태이고, 일부 조사에서는 같은 시점의 오바마보다 더 높은 결과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평균적으로는 45% 선에서 형성되어 있고 이 수치는 대통령 지지율로 결코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임기 초 70%까지 근접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2년차가 끝나가는 시점에 50% 이하로 추락한 것과 비교하면, 임기 초에도 평균 50%를 넘지 못하던 트럼프의 경우 그 하락세가 완만하고 최저점이었던 지난 연말에 비해서는 일부 회복 기미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상원에서의 탄핵 가능성과 관련해서 더 중요한 것은 전체 국민들의 일반적인 지지율이 아니라 공화당 지지자들의 지지율이다. 전체적으로는 40% 초중반에 머물고 있지만,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로만 한정하면 트럼프 지지율은 80%를 상회하고 있다.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에서는 트럼프가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90%를 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트럼프가 국정운영을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40에서 45%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의 위기와 대북관계의 급변 가능성?

임기 초반의 지지율로부터 큰 추락은 없었지만 임기초 50%대 초반의 지지율은 평균적으로는 매우 낮은 지지율이다. 그러나 이는 집권 이후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인단이라는 미국만의 제도적 요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는 하였지만 국민 투표에서 트럼프는 과반 득표에 실패한 몇 안 되는 대통령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원에서 탄핵심판 투표가 진행될 경우, 과반에 달할 공화당 의원들의 이탈표는 거의 없을 것이다.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의 80% 이상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에게 탄핵 투표를 할 의원들은 있다 하더라도 소수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 이를 좌우할 11월에 치러지는 중간선거 결과,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 지지율에 우리가 신경을 주시하는 이유는 이 세 가지 변수들이 우리 한반도에 미칠 영향력 때문이다. 몇 가지 근거 없는 시나리오들이 횡행하고 있다. 이들 시나리오들은 대략 다음의 3단 논법으로 전개된다. 1)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다. 2) 이는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3)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과감한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지지율 반전을 모색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핵 문제 등에서 과감한 양보를 감행할 수도 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러한 논리 전개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그 근저에는 미국정치에 대한 몰이해가 놓여 있다. 이 삼단논법의 첫 번째 단계, 즉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탄핵을 주장하는 비판적인 언론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탄핵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것은 그 실현 가능성을 믿어서가 아니라, 이를 이번 중간선거에서 호재로 삼기 위해서이다.

탄핵 가능성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탄핵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과감한 대북 양보 카드를 쓸 수도 있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탄핵은 그렇다 하더라도 지지율 상승을 위해 극적인 북미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 주장은 위의 탄핵론보다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상 이 논리도 미국 정치에 대한 상당히 심각한 몰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북관계의 변화가 미국의 전반적인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결정적이지 않다. 사실 대통령 지지율이나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외교 관계 전반이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하는 것이 미국 선거 연구의 정설이다. 베트남과 같이 일반적인 미국 국민의 삶 자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 아닌 경우에 외교적 사안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물론 북핵과 관련하여 매우 극적인 상황 전개가 이루어진다면 그나마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조건 없이 동의하고 나오는 정도의 극적인 상황이 전개된다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종전선언의 후속조치로 주한미군의 철수나 감축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기 전에 이루어지는 평화협정이나 이와 연관된 주한미군 감축 등은 트럼프의 패배로 평가될 것이다.

백기 투항으로 평가될 정도의 북한의 과감한 양보로 북미관계가 개선된다면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 인기가 높아지겠지만, 미국의 양보를 통한 관계 개선은 트럼프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이지만 외교분야에서는 여전히 국익 우선의 초당파적 윤리가 지배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는 미국의 어떠한 양보도 미국 유권자는 물론 의회에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과의 극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핵과 주한미군 관련 트럼프의 양보를 기대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통령 지지율도 높지 않고 중간선거 전망도 좋지 않은데, 외교분야에서의 대참패로 평가될 양보를 트럼프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미 갈등이 최대 우려

현재의 지지율 구도를 보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거의 모두가 트럼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단순히 업무에 대한 부정적 평가 정도가 아니라 일부에서는 트럼프 하면 떠오르는 한 단어로 혐오(disgust)를 꼽고 있을 정도다. 그나마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미국 제일주의, 강력한 대통령에 환호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을 향해 북한에의 양보를 받아들여달라고 설득하는 트럼프? 가능성 제로다. 우리가 우려해야 하는 것은 북한이 실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우리와 미국의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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