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에 펀치 날린 美 ‘국방수권법 2019’
北·中에 펀치 날린 美 ‘국방수권법 2019’
  • 고성혁 미래한국 객원기자·역사안보포럼 대표
  • 승인 2018.09.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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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의 27일 4차 평양 방문이 전격 취소되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비밀 편지’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 상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주한 미 대사관 랩슨 부대사(차석)의 말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갈 준비가 돼 있지만 상대방(북한)이 준비됐을 때만 갈 수 있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은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 선전매체의 반응은 매우 격앙되어 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7일 “미국이 진심으로 조선(한)반도의 비핵화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면 남조선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하며 우리 공화국의 진지하고 성의 있는 노력에 실천적 조치로 화답해 나서야 한다”면서 “하지만 ‘2019년 국방수권법’에 남조선 강점 미군병력을 축감할 수 없으며 조미협상에서 미군철수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까지 공공연히 못 박아 놓았다”고 반발했다. 또 미국이 이번 법안에서 북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새로운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에 1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유지하고 미군의 남조선 강점 명분을 세우기 위한 유치한 언어유희에 불과”하며, “우리(북)의 위협을 구실로 남조선에 대한 저들의 군사적 강점을 정당화하기 위한 술수”라고 주장했다.

국방수권법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
국방수권법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

그렇다면 북한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맹비난에 나선 ‘국방수권법(NDAA) 2019’은 무엇일까? 미국의 국방수권법(NDAA : The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은 미 의회가 해마다 미국이 당면한 안보와 국방정책을 명시하고 국방 예산 및 지출을 포괄적으로 명시하는 법이다. 외교안보분야에서 행정부의 독주를 막기도 하고 또 미 외교의 방향성을 정하기도 한다.

2019년 국방수권법은 7월 23일 미국의 상하 양원 군사위원회에서 최종 합의되었고, 8월 1일 미 상원에서 통과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3일 2019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2019년 미 국방예산은 사상 최대로 증액된 7150억 달러로 확정되었다. 2019 국방수권법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미 상원의원 매케인의 이름을 따서 ‘존 S. 매케인 NDAA’라고 명명되었다. 2019년 국방수권법은 2019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오는 10월 1일부터 발효된다.

우리 언론에는 국방수권법에 대해 보도하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다. 주한미군 감축을 2만 2000명 이하로는 줄이지 못하게 했다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맞추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2019 국방수권법 내용은 북한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잠재적 적국’에 대해 미 의회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안보적 측면만이 아니라 경제적 면까지 지적하는 등 매우 구체적이다. 2019 미 국방수권법에 별도 항목으로 명시된 나라는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이다. 특히 중국과 관련해 흥미를 끄는 것이 있다. 미 의회는 중국산 통신제품, 특히 화웨이 제품은 절대로 미국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규정했다. 중국의 해킹을 우려해서다. 또한 대만과의 군사교류 증진과 확대를 요구하는 항목도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큰 방향 전환이 예고된다.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전략’에 찬물 끼얹어

미국의 2019 국방수권법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한 대응책이 주된 전략이라면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은 부수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 당면 과제는 북한 문제이지만 미국의 시각에서는 어디까지나 중국 문제가 핵심 사항이다.

미 의회의 2019 국방수권법은 북한 문제에 단호하다. 최근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초는 마련했다치더라도 북한은 핵무기, 탄도미사일 그리고 여타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해 온 위험하고 불안정한 나라라고 못 박고 있다. 또한 북한은 한국, 일본, 미국을 핵무기·생화학 무기·재래식 무기, 그리고 비재래식 무기를 혼합적으로 사용해 공격할 수 있는 나라라고 규정했다. 미 의회는 2019 국방수권법을 통해 북한 문제에 6가지 항목을 명시하고 있다. 첫째, (한반도에서) 미국은 핵확장 억제를 적극적으로 후원(stands behind)하고, 한반도 주둔 미군은 강력하게 유지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8월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방북 취소 결정을 내렸다.
8월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방북 취소 결정을 내렸다.

두 번째 조항이 바로 주한미군을 2만 2000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다.(Prohibits the use of DoD funds to reduce the number of armed forces deployed to South Korea below 22,000). 단 여기에는 조건(unless)이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국가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고, 동맹국들(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과 협의되지 않는 한 주한미군은 최소 2만 2000명 선은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반대로 협의가 되면 감축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조항은 북한 입장에서는 그들의 목표인 주한미군 철수에 찬물을 끼얹는 조항인 셈이다. 아마도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만 구워삶으면(?) 될 줄 알았을 텐데 미 의회라는 복병이 튀어 나올 줄은 전혀 생각 못했을 것이다.

세 번째 조항은 북한 비핵화 과정의 절차를 언급하고 있다. 먼저 미 국방부는 다른 부서와 협의해 북한의 핵, 미사일 및 여타 대량파괴무기(화학 및 생물무기 포함)의 현황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만약 미국과 북한이 합의를 이루는 경우 그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검증 가능하게 해체, 파괴 혹은 영구히 사용 불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검증 평가서를 제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네 번째, 한반도에서 그 어떤 (전쟁) 시나리오 상황 하에서도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야 한다. 다섯 번째, (한반도내) 군사시설, 기지, 군수 능력 및 새로운 미사일 방위 능력의 확대를 위한 미 국방부의 노력을 지지한다(Bolsters). 여섯 번째, 육군의 ‘정밀 타격 미사일 프로그램 (Army’s precision strike missile program)’에 관한 대통령의 예산 요구를 (미 의회는) 지지한다(Supports).

이상이 미 의회가 정한 2019 국방수권법에 명시된 북한 관련 조항이다. 주한미군 감축 제한과 더불어 여섯 번째 미 육군의 정밀타격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당분간 한국 배치 사드의 철수는 없을 듯하다.

결국 미 의회의 2019 국방수권법은 북한의 대남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들이다. 북한의 요구대로 한미 연합훈련도 취소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의회의 2019 국방수권법에 서명했으니 북한 입장에선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일 것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통일신보는 폼베이오 방북 취소 직후 ‘미국이 대화의 막 뒤에서 칼을 간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미국을 비난했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

미 의회는 2019 국방수권법에서 중국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핵심적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등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규정했다. 중국 관련해서는 무려 10개 항목으로 조목조목 열거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항목은 매우 의외다. 중국의 IT 기업 두 곳을 명시했다. ZTE와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문구대로 해석하면 ‘미국 정부기관들은 중국 공산당의 정보(情報)기관과 연계된 화웨이와 ZTE가 생산한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Prohibits any U.S. government agency from using risky technology produced by Huawei or ZTE, two companies linked to the Chinese Communist Party’s intelligence apparatus.)

또한 미국 정부와 거래하는 일체의 회사들이 화웨이와 ZTE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 역시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이 회사 제품이나 기술을 사용할 경우 해킹이 우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의회가 이토록 중국의 IT 회사 두 곳에 대해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 중국의 해킹기술이 매우 교묘하고 미 국방부와 정부기관에 대한 해킹의 대부분은 주로 중국 소행이기 때문이다. 일정 부분 트럼프의 대 중국 무역전쟁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과 호주에 이어 일본도 정부 차원의 정보통신장비 입찰에서 중국 화웨이와 ZTE는 배제를 결정했다(산케이신문 8월 26일자 보도).

그런데 한국은 아직 명확히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5세대(5G) 통신장비로 중국 화웨이 제품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미 의회는 중국 화웨이 제품이 한국의 5세대 통신장비로 사용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는 서신을 보낸 바 있다. 2012년 미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서는 화웨이가 자사 장비를 이용해 미국에서 첩보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8년 초, 미 의회는 미국 통신업체 AT&T가 중국의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려던 계획을 무산시켰다.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 의회가 적극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2019 국방수권법에 중국 ZTE, 화웨이 제품은 사용하지 말라고 법안에 못 박은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전혀 교통정리를 못했고, 현재 LG유플러스가 중국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장차 미 의회의 제재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미국은 국가안보에 정보통신이 얼마나 중요한 사항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미 정부 당국의 압박은 중국 IT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 정부는 애플의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가운데 국가 보안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애플에 삭제 요청을 하고 있다. 지난 해 애플사는 미 정부의 국가보안 관련 요청에 따라 앱스토어 8000개 앱을 삭제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미 의회가 2019 국방수권법에 중국 IT 기업에 대한 제재를 명시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에 대응해 인도를 안보의 주 동반자(major defense partner)로 격상시키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Supports improving Taiwan’s defense capabilities) 대만과의 군사교류 확대 방안에는 대만군의 방어능력 강화 지원, 연합훈련 실시, foreign military sales를 통한 무기 판매, 안보협력기구 활용안도 포함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비밀리에 미·대만 간 군사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2017년 대만 해병대 1개 소대가 하와이로 비밀리에 이동해 미 해병대와 연합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고 대만 인터넷매체 ‘상보’가 보도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7일 미 해군 함정 두 척이 11년 만에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2007년 예정되어 있던 미 해군 키티호크 항모전단의 홍콩 기항을 중국은 이유 없이 거부했다. 그에 대한 항의 표시로 키티호크 항모전단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그로부터 11년 만에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2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이다. 보란 듯이 중국의 코앞을 관통한 셈인데, 이번 미 해군의 대만해협 통과에는 대만군도 연관되었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 측이 구축함의 대만해협 통과 전에 통보를 해왔으며, 대만군은 규정에 따라 주변 해역과 상공을 통제하고, 전투기와 군함을 파견해 동행 감시했다고 밝혔다. 일종의 미·대만 연합훈련처럼 되었다.

이외에도 이미 최신예 아파치 헬기는 대만에 판매되었으며, 대만 공군의 숙원사업인 F-16 업그레이드 작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동지나해상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노골화 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에 F-35 스텔스 판매도 고려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미 의회가 요구하는 대만과의 군사교류 강화는 사실상 시작된 것과 다름없다.

미 의회가 중국을 보는 시각은 매우 직설적이면서도 노골적이다. 짝수 해마다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미 해군 주도로 실시하는 환태평양 훈련(RIMPAC)에 중국 해군 초청을 금지한 것이다.(Prohibits China’s participation at the Rim of Pacific (RIMPAC) naval exercises).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한국 해군은 2018 RIMPAC 훈련에 참가했다. 2016년에는 중국 해군도 옵서버 자격으로 훈련에 참가한 바 있다. 그런데 미 의회는 앞으로 중국을 RIMPAC 훈련에 초청하지 말라고 2019 국방수권법에 명시했다. 미 의회의 시각으로 보자면 미국의 주적(主敵)은 사실상 중국인 셈이다.

미국 외교의 최종 결정권자는 미 의회

미국의 2019 국방수권법은 중국을 정조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미 의회는 실질적으로 중국을 잠재적 적국으로 간주한 것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는 것에 미 의회도 힘을 실어준 것이다. 미 의회는 국방부에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중국의 나쁜 행동을 적시하라고 요구하면서, 앞으로 5년간 활용할 수 있는 인도-태평양 안정화 전략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명시했다. 중국의 팽창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호주, 인도와의 군사 훈련을 지원하라고까지 명시했다. (Supports military exercises with Japan, Australia, and India.)

한국이나 북한이나 대미 외교는 미 행정부에 집중된 듯하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는 행정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의 거대한 외교의 방향성은 사실 미 의회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국가 간 외교에 대한 최종 비준은 의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2019 국방수권법을 보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정치, 외교 전반에 걸쳐 미 의회는 지원할 것은 지원하고 제한할 것은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닉슨이 1972년 중국 모택동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미·중 수교는 1979년에 이뤄졌다. 그사이에 중국의 정치지형은 등소평으로 바뀌었고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방향 수정이 이뤄진 후 미 의회는 미·중 수교를 인정했다.

북한에 대한 미 의회의 시각이 변하지 않는 이상 당장 미·북 수교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 동안 대한민국 외교는 미 의회에 대해 너무 등한시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고성혁 미래한국 객원기자·역사안보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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