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회화의 모험... 도쿄대학 교양학부 명예교수의 표상문화론 미술사 강의
[신간] 회화의 모험... 도쿄대학 교양학부 명예교수의 표상문화론 미술사 강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9.1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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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바야시 야스오는 1950년 도쿄 출생,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계 연구과 박사 과정 수료, 파리 제10대학 텍스트기호학과 박사 학위 취득했다. 현재는 아오야마가쿠인대학 종합문화정책학 연구과 특임 교수, 도쿄대학 명예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오페라 전후 문화론 1, 육체의 어두운 운명 1945~1970 (미라이사, 2016년), 자신의 철학을 향해 (다이와 출판사 2015년),  마음의 아포리아 (하토리서점, 2013년),  지식의 오디세이아 (도쿄대학출판회, 2009년), 청색 미술사 (헤이본사, 2003년),  표상의 광학 (미라이사, 2003년),  빛의 오페라 (지쿠마 출판사, 1994년),  지식의 기법 (공동 편찬, 도쿄대학출판회, 1994년) 등이 있다. 
 

이 책은 표상문화론의 관점에서 그림을 분석하고 해석한 서양 미술사 강의이다. 저자가 20여 년간 도쿄대학 교양학부에서 강의한 표상문화론과 미술사의 핵심 내용을 모아 책으로 발간하였다. 

표상문화론(Studies of Culture and Representation)이란, 표상으로 나타나는 문화 현상을 분석하고 고찰하는 학문의 한 분야이다. 일본에서는 1987년 도쿄대학 교양학부에 처음 표상문화론 강좌가 신설되었으며, 비교적 새로운 학문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표상(representation)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세계를 이미지하고 그 행위를 통해 표현된 것을 가리킨다. 문화적 현상을 고립된 정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생산, 유통, 소비되는 관계의 공간, 즉 모든 힘이 교차하는 정치적이고 역동적인 행위 공간의 생성과 구조를 고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시각적으로 표현된 그림이나 사진 또는 시각 외에 청각과 시간의 감각에 관련된 영화나 촉각과 입체적인 공간 인식이 관련된 조각 또는 문자는 다른 매체를 통해 이미지에 연결하는 문학(문자 표현), 심지어 내부로 침투하여 모든 감각과 관련된 건축 등 인간이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가 참여하고 있다. 표상문화론 연구는 표상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제1부 르네상스, 제2부 바로크에서 낭만주의, 제3부 모더니티, 제4부 회화의 폭발로 구성되어 있다. 13세기 이탈리아 화가 지오토 디 본도네에서 현대 화가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700년간의 서양 미술사를 27개 강의로 나누어 설명한다. 제1강은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지극히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에서 회화란 사물로써, 대상으로써, 어떠한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이 질문은 다시 말하자면 그 본질, 회화라는 예술의 본질을 말한다. 이것은 피하기 어려운 철학적인 질문이다. 회화는 인간의 신체가 세계와 마주치는 현장 그 자체로부터 생겨나는 인식의 근원적인 차원과 관련되어 있다. 

회화는 다양한 존재자를 원리적으로는 하나의 시점에서 정의되기도 하며, 화면이라는 구체적이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지극히 추상적인 차원 위에 표상함으로써 고유의 질서와 감각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갖추는 하나의 세계(미크로코스모스)를 제시한다. 그곳에서는 세계가 표상되고 있는 것이다.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그래서 근본에 있어서 ‘세계(존재의 질서와 감각의 통일성을 갖춘 하나의 세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비슷하며, 회화에서 개인과 세상이 세상의 존재 질서와 개인의 감각이 만나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회화에 대해 끊임없이 오마주를 바치는 이유이다. 회화는 역사 속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거울’과 같은 존재이다. 

제2강부터 제27강의 주제를 보면, 회화의 탄생 , 자연을 스승 삼아, 투시도법의 탄생 , 표상 공간의 성립, 인체의 비례의 비밀 , 아름다움과 이성, 바로크의 주름 ? 연극성과 울림, 거울과 무덤 , 회화를 통한 회화론, 사물의 감정, 생명의 아름다움 ? 정물화의 비밀 , 무한에 대한 정념, 세계의 숭고함 , 풍경화의 시선, 회화의 학살 , 시선을 향한 향연, 충격의 미학 , 모더니티의 탄생, 육체의 격렬함 또는 영혼의 온도, 무의식의 이미지 , 수수께끼의 극장 등으로 단순히 시대별, 화가별로 구분하여 그림의 특징을 설명하는 미술사가 아니다. 이 책에는 그림에 담겨 있는 그 시대의 철학, 문학의 문헌, 화가의 문서 등 수준 높은 텍스트가 인용되어 있어 독자는 자연스럽게 인문과학의 다양한 문헌을 읽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읽기를 통해서 독자가 주어진 지식의 반복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역사의 역동성을 통해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독자 자신만의 시각, 인간 영혼의 격렬함은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당부하고 있다. “격렬함은 모든 문화 창조의 근원이다. 무엇보다 이 결렬함에 대한 존경이야말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인문과학의 기반이 된다. ‘그림’은 모험을 한다. 그리고 그 모험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도 모험을 하게 된다. 표상문화론이란, 지식의 모험이다.”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표상문화론 강의 - 회화의 모험”으로 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서양 미술사 700년의 인문학 지식과 함께 그림을 보는 안목을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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