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더 라이브러리... 유혹하는 도서관
[신간] 더 라이브러리... 유혹하는 도서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9.15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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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튜어트 켈스는 희귀본 연구자이자 출판 역사가로 출판 문화의 다양한 측면들을 소개하는 책을 써오고 있다. 2015년 출간한 펭귄 출판사에 관한 저서 『펭귄과 레인 형제Penguin and the Lane Brothers』로 애셔스트 비즈니스 저작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저서로 『빅 포The Big Four』 와 『셰익스피어의 서재Shakespeare’s Library』 등이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단순한 기록 매체가 아니다. 그들은 그것을 지성과 영혼이 담긴, 물성과 냄새와 성격과 역사를 가진 하나의 생물처럼 여긴다. 때로는 책을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연인처럼 사랑하고, 때로는 그것에 집착하며, 그것을 손에 넣고자 비싼 대가를 서슴없이 치르기도 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흔히 ‘책과 결혼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옥스퍼드 대학교의 보들리언 도서관의 사서는 그 대학 졸업생이며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했다. 왜냐하면 ‘결혼을 하면 가정 문제가 넘쳐나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애서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책을 보관한 장서가들도 있었다. 영국의 새뮤얼 피프스는 편집증적으로 일직선에 집착하여 높이가 다른 책들이 들쭉날쭉 꽂혀 있는 모습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가죽 두른 나무 받침을 주문 제작하여 높이가 낮은 책 밑에 받쳐두었다. 파블로 망겔이란 수집가에 비하면 피프스는 온건한 편이었다. 그는 구입한 책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책의 위아래 여백을 무차별적으로 잘라냈다. 볼테르는 유명한 작가들의 글을 간추려 좋아하는 부분만 보관하고, 몇 권의 책을 줄여 한 권으로 만들기도 했다.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작가 재닛 윈터슨은 엄격한 오순절주의 전도사인 부모님 몰래 책을 읽어야만 했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책을 읽고 침대 밑에 감추면서 경험에서 우러난 지식을 획득한다. “표준 크기의 싱글 침대와 표준 크기의 책이라면 매트리스 밑에 한 층당 77권의 책을 깔아놓을 수 있어요.” 

불행하게도 책의 역사에는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책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기꾼과 책 도둑의 역사도 함께했다. 희귀한 고서 몇 권이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주변에는 전문가인 척하는 사기꾼들이 들끓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 관한 책이 인기 있어, 날조된 서적들이 도서관에 판매되기도 했다. 또 책 도둑들이 사서나 수도사를 매수해 도서관의 희귀본을 빼내는 것은 흔한 수법이었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책 도둑은 ‘리브리’ 백작일 것이다. 1803년 피렌체 태생인 그는 귀족이라는 신분과 피사 대학교 수리물리학과 학과장이라는 직위를 십분 활용해 방문이 제한되어 있는 장서실에 쉽게 드나들었다. 그는 상황에 따라 책을 통째로 훔치기도 하고 가치가 높은 부분을 잘라내거나 다른 책으로 바꿔치기하기도 했다. 책을 훔쳐낸 다음에는 판매하기 위해 서가 기호를 추가하거나 출판사 이름을 바꾸거나 표지를 교체하는 등의 섬세한 출처 조작 작업을 했다. 그는 수십 년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도둑으로 의심받았지만 권력자 친구를 둔 덕에 번번이 빠져나갔다. 

이 책은 과거 문자가 없던 시절의 ‘구전 도서관’부터 시작하여 책의 형태와 인쇄, 제본 기술에 따른 도서관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도서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또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현재 도서관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교차점에 서 있다. 귀중한 책의 디지털화는 희귀한 책과 필사본들이 발견되고 연구되고 인정받고 향유되는 유용한 방법이다. 온라인 출판과 결합된 디지털화는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책이든 쉽게 접근하게 해준다. 희귀 자료에 대한 접근 용이성은 정보를 쉽게 찾아낼 가능성만큼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화는 보존 기술이기도 하다. 오래된 귀중한 자료들을 디지털화하는 경우, 특히 손으로 만지는 과정에서 손상되기 쉬운 책들은 분명히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디지털 데이터가 영구적으로 보존될 것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예상할 수 있듯 저자는 종이책 예찬론자다.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예상치 못한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즐거움이라든지, 손으로 책을 만질 때 느껴지는 감각과 정보 같은 것은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 소수의 특권적 사람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정보들(예를 들면 바티칸 도서관의 문서들)이 디지털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 비해 자유롭게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된 것은 반긴다. 그러나 디지털 데이터는 책에 비해 보존 기간이 짧을 수 있다.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디지털 기기의 수명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모든 것을 투입과 생산, 성과라는 틀에서 바라보는 신자유주의 경영 패러다임으로 평가하면서, 도서관 역시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도서관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가? 2014년 영국 리버풀의 작가들은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 도시가 황폐해진다며 도서관 폐쇄에 반대하는 ‘연애편지’를 보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축적하는 장소 그 이상이다. 문명을 전달하는 이 기관이 활기 넘칠 때 학생과 학자, 큐레이터, 자선가, 예술가, 장난꾼, 바람둥이들이 모여들어 무언가 멋진 것을 창조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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