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논쟁’의 진실....가계부 응답 조사 방식에서 과세자료 방식으로 바꿔야
‘통계 논쟁’의 진실....가계부 응답 조사 방식에서 과세자료 방식으로 바꿔야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 승인 2018.09.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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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의 고용과 소득에 대한 파급 효과에 대한 논쟁이 통계의 품질과 왜곡 논란으로 확대되어, 급기야 통계청장이 교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소득 관련 국가통계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진 상태이다. 소득조사는 각 가구의 소득을 연간 단위로 정확하게 포착해야 국제표준방식으로 소득을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이 소득 공식 통계로 사용해온 ‘가계동향조사’는 소득파악이 아니라 가계의 수입과 지출 동향을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가계부 기장 방식에 의한 조사이다. 통계청은 이 조사에 근거해 가계지출동향조사는 연간으로, 가계소득동향조사는 분기별로 분리해 작성·공표하고 있다.

이 가계부 조사는 응답률이 낮고, 계층별 응답률의 차이도 심하고 (특히 가계소득이 매우 높거나 낮은 지역의 응답률이 낮음), 응답한다 하더라고 수입과 지출에 대한 정확성이 떨어져 소득분배 통계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또한 이 조사는 2인 가구 이상의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제대로 가구소득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비평이 일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통계청은 이 가계동향조사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고, 올해부터 국세청 과세 자료 등을 바탕으로 개편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에 합쳐져 연간 단위로 공개할 예정이었다.

이번 통계청장 인사 파동의 직접적 원인은 소득분배기준 통계 대체 과정에서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발생한 혼란이다. 소득에 관한 작년 4분기 수치가 좀 좋게 나오자 정치권이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보이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 수치를 공표하고 가계소득동향조사를 계속 사용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원래 규모를 줄여가며 찬찬히 소멸시키던 통계를 갑자기 다시 살리기 위해 통계청은 표본을 큰 폭으로 보강했다.

표본가구수를 작년의 5500가구(2010년 인구총조사 근거)에서 올해 8000가구(2015년 인구총조사 근거)로 보강하면서 고령·저소득층 가구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소득 증감에 관한 올해의 결과가 예상과 달리 나쁘게 나오자 정치권은 표본 변경이 문제라면서 통계청을 질책하고, 결국 통계청장을 경질한 것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가계소득에 대한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가 잘못된 표본설계로 인해 과장되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가계소득 통계 논란과 관련해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통계로 입증해 보이겠다는 정부의 조급증이 논란을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2016년 재직 당시 가계소득 통계를 지금의 방식으로 개편한 당사자이다.

이번에 경질된 황수경 통계청장은 지난 8월 27일 이임식에서 “통계청장으로서 통계청의 독립성·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다” 며 “국가 통계는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함에 있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임식 후 기자들의 “가계동향조사 소득통계 신뢰도 문제 때문에 경질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유는 모른다. 그건 인사권자의 생각”이라며 “내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은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소신을 지켜서 일한 것이다.

통계를 작성하기 위한 표본설계는 통계학의 핵심 영역이며, 통계청이 최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표본을 늘리면서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하도록 설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표본이 잘못 설계되었다고 정치적 진영 논리로 통계 전문가들을 비난하는 것은 후진국적인 병폐이다. 신임 통계청장은 지난 5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당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90%”라는 잘못 해석된 자료에 관여한 전력이 있어, 통계청이 앞으로 정부가 주문하는 소위 ‘맞춤형 통계’를 생산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통계청은 그 전문성을 생명으로 하기 때문에, 신임 통계청장도 통계청의 전문성을 살려나가리라 기대한다.

통계청 2분기 가계소득 동향의 결과

이번에 통계 논쟁을 유발한 2분기 가계소득 동향은 어떠한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도 2분기 가계소득 동향에 의하면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을 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소득 감소의 영향권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2018년 2분기 가계소득 동향

여기서 1분위는 가구당 월평균소득 하위 20%를 말하고, 2분위는 하위 20∼40%를 뜻하고, 5분위는 상위 20%를 나타낸다. 1분위에 속한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작년 2분기에 비해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5분위는 무려 1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분위 월평균소득을 1분위의 그것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10년 만에 가장 악화된 5.23배로, 5분위 소득이 913만 원, 1분위 소득이 132 만원이었다. 저소득층 및 중산층 가구주나 가구원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일자리를 잃거나, 운영하던 자영업에서 타격을 입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개월 전에 발표된 1분기 가계소득 동향도 이처럼 비숫한 동향을 나타냈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이라는 진단은 성급한 것입니다”라고 언급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책임론’이 이는 것에 대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2분기 조사가 더 나빠진 수치를 담고 있어 정부도 할 말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림 1>에서 본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격차 확대는 분위별 일자리 증감이 주요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에서 보면 1분위에 속한 취업자 수는 전년 2분기 대비 18%, 2분위는 4.7%, 3분위는 2.1%로 모두 감소하고, 4분위와 5분위만 각각 2.5%, 5.0% 증가했다.

저소득층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대거 실직하면서 근로 소득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1분위는 지난 2분기 근로소득이 작년 2분기보다 15.9% 줄고, 사업소득은 21.0% 준 것으로 통계청은 발표했다. 이는 2003년 가계소득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의 감소이다.

1인 가구 포함 땐 더 낙제점

중산층(월평균소득 40∼60%에 속하는 3분위 층)도 최저임금 쇼크 영향권에 들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림 1>에서 3분위는 지난 2분기 가계소득(2인 이상 가구 명목소득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이런 감소는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자영업을 운영하는 중산층 가운데 인건비 급증의 타격을 받아 사업을 접거나 사업 소득이 감소한 결과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중산층 가구의 자녀 등 구성원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아르바이트 등 일자리를 잃은 것도 소득 감소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신임 통계청장으로 임명되기 전에 발표된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가계소득동향조사에 1인 가구를 포함하면 저소득층 가구 소득은 더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소득 분위별 취업자 수 증감
그림 2, 소득 분위별 취업자 수 증감

1인 가구는 전체가구의 28.4%에 달해 비중이 가장 높지만, 2인 가구 이상만 대상으로 하는 통계청 조사에는 빠져 있다. 2, 3, 4인 가구의 비중은 각각 24.8%, 21.8%, 20.6%이다. 독거노인 등 소득 최하위 계층이 몰려 있는 1인 가구가 제외되면서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그나마 덜 심각해 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가계소득 (가처분 소득 기준)은 지난해 1324만 원에서 올해 1306만 원으로 1.4% 감소했다. 1인 가구 외에 전년 동기 기준으로 2분기 소득이 줄어든 가구는 2인 가구(-4.2%) 밖에 없고, 3인 가구(2.2%), 4인 가구(5.6%), 5인 이상 가구(4.0%)는 모두 늘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청의 1분기 가계소득을 재산출한 결과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5% 감소한 것으 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감소율 8.0%보다 더 커진 것이다. 2분위도 가계소득 감소율이 4.0%에서 6.5%로 확대됐다. 반면 소득 최상위 20%(5분위) 가구 소득은 9.9% 늘어나 통계청 추산 (9.3%)보다 증가율이 더 높아져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번 소위 ‘통계 논쟁’을 보고 통계학자인 필자로서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이 논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 대해 세 가지만 적기로 한다.

‘통계 논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첫째로, 국가 통계의 정치적 도구화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통계는 국가 정책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하는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에, 잘못된 통계로 왜곡된 정책을 실시할 경우 국가적 손실과 희생이 엄청나고, 민생의 고통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정치적 독립성은 외국에서도 중요한 정치적 쟁점 사안이었다.

그림 3, 1인가구 포함 저소득층 가계소득
그림 3, 1인가구 포함 저소득층 가계소득

1997년 영국 총선에서 통계의 독립성은 중요 쟁점이었고, 이후 영국 중앙 통계기관인 오엔에스(ONS)는 독립 부처로 운영되고 있다. 통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장기 임기제를 실시하는 국가도 많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통계청장은 임기가 7년이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등도 임기를 보장한다. 우리도 한국은행과 같이 통계청도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해 줘야 하며, 4년 이상의 장기 임기제 보장, 국회 청문회 실시 등 새로운 개혁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고 있는 현 정부가 일자리를 도리어 없애고 있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강압적인 주52시간 근무와 같은 정책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겸허하게 들여다 봤으면 한다. 기업의 품질경영의 핵심은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통계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국민의 현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조사하고 이에 따라 국가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세 번째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자명하다. 시장과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주체이다. 정부는 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 스스로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가도록 간섭하지 말고 놓아둬야 한다. 통계를 화장하려는 시도나 경제 실상을 감추려는 시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통계 화장이나 왜곡은 국가의 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암적인 존재이다.

이번 ‘통계 논쟁’을 통해 정부가 이를 좋은 교훈으로 생각하고, 선진국형인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된 통계 운영을 하고, 친(親)기업으로 운전대를 틀어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 되도록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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