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코끼리를 날게 하라....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실리콘밸리식 혁신 비법
[신간] 코끼리를 날게 하라....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실리콘밸리식 혁신 비법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9.20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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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티븐 호프먼은 《포브스》 선정 글로벌 10대 액셀러레이터이자 인스타그램을 창업 초기에 인큐베이팅한 파운더스 스페이스(Founders Space)의 CEO. 프로듀서길드 실리콘밸리챕터(Producers Guild Silicon Valley Chapter) 회장이자 뉴미디어위원회(New Media Council) 이사, 텔레비전 인터랙티브미디어그룹 아카데미(Academy of Television’s Interactive Media Group) 창립 회원이기도 하다. 

연쇄창업가, 벤처투자자, 에인절투자자, 모바일 스튜디오 사장, 컴퓨터 엔지니어, 영화 제작자, 할리우드 TV 임원,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하며 평생 스스로의 삶도 끊임없이 혁신해온 스티븐 호프먼은 혁신의 최전선인 실리콘밸리에서도 알아주는 혁신가로 손꼽히며 ‘호프먼 선장’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업가나 사내기업가에게 교육과 창업을 지원한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설립한 파운더스 스페이스는 22개국에 50군데 넘는 파트너사를 둔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이다. 한국에도 관심이 많아서 2014년에는 대구시, 2017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운 바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전기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영화 텔레비전 제작 분야를 전공해서 영상예술 석사(MFA)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자, 인큐베이터들을 찾아다니면서 하늘 위에서 보낸다.

실리콘밸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스티븐 호프먼은 먼 나라 이야기, 꿈속 나라 이야기만을 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작은 아이디어가 어엿한 비즈니스로 탄생하는 과정을 도왔기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2014년에는 대구시와, 2017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었기에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훤히 알고 있다는 것도 저자의 강점이다. 

호프먼은 한국인은 믿기 힘들 만큼 최신 기술을 꿰뚫고 있지만, 도전하려는 의지,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화적 다양성, 색다른 아이디어와 시각에 대한 개방성은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또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만 하는 직원을 최고의 직원으로 인정하는 한국의 기업문화도 혁신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라고 명시한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우리 기업, 특히 스타트업에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라고 할 만하다.이를 비롯해서 책에는 그동안 우리가 스타트업과 혁신의 성공 공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각종 선입견이 등장하는데, 호프먼은 이 모든 오해를 가차 없이 깨뜨려준다. 이를테면 스타트업은 ‘기술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독보적인 기술이 있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의 덫’에 걸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지도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며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 또한 책은 거창한 비전이나 많은 예산, 충분한 시간 여력도 오히려 혁신에는 독이 될 수 있음을 실리콘밸리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설명한다. 

유튜브를 예로 들어보자. 이제는 동영상 콘텐츠의 목적지로 여겨지고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방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원대한 비전 따위는 없었다. 그 시작은 동영상 데이트 사이트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 실험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고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했다. 혁신의 계기는 사소한 곳에서 찾아왔다. 유튜브의 공동창업자가 재닛 잭슨의 노출 사고가 담긴 동영상을 찾지 못해서 좌절했을 때, 그리고 첨부파일 용량 제한 때문에 이메일로 동영상을 공유할 수 없어서 좌절했을 때 혁신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온라인에서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 그들은 동영상 공유 메커니즘을 구축했고, 그 이후로는 우리가 알다시피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나 기술로 세상 사람들 마음을 죄다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잘못된 선입견이나 오해를 갖고 접근한다면 결국 그 코끼리는 날개를 펼쳐보기도 전에 추락하기 십상이다. 

실제 파운더스 스페이스를 찾아온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식품기술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가정집에 식사를 배달하는 기업이 미국 전역에 우후죽순 등장할 때였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음식을 팔려면 법적으로 허가받은 업무용 주방에서 준비하고 조리해야 한다. 이때 누군가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업무용 주방이 필요한 식품기술 기업과 영업시간 이외에는 주방을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서로 연결해주면 어떨까? 윈윈전략을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대부분은 플랫폼부터 구축하려 들 것이다. 내 소중한 아이디어를 누군가가 가로채지는 않을까 싶어 하루라도 빨리 비즈니스를 가시화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순서가 틀렸다. 창업자 중 한 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였는데, 호프먼은 그들에게 플랫폼 구축을 당장 중단하라고 주문했다. 그러고 간단한 랜딩 페이지를 이용해서 식당 주인에게는 업무시간 이외에 다른 기업에 주방을 빌려줄 용의가 있느냐고 묻고, 동시에 업무용 주방이 필요한 기업들에는 계약에 관심이 있는지를 물으라고 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식당 주인은 다른 사람이 자기 주방을 엉망으로 만드는 걸 원치 않았고, 기업은 시간 제약 없이 항상 주방을 빌리고 싶어 했다. 식당이 보유한 도구와 배치 방법도 문제였고, 기업이 쓸 식자재의 저장, 관리도 문제였다. 이 사업에 뛰어들면 안 되는 이유는 차고 넘쳤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만 믿고 덤벼들었다가는 시간과 돈만 허비하고 결국 실패하고 말았을 것이다. 아이디어도 기술도 ‘시장과 제품의 적합성’이 없으면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다. 

책에는 이처럼 스타트업을 준비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갖가지 실질적 조언이 가득하다. 애써 만든 것을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를 만나기도 전에 애먼 데서 시간과 자금과 에너지를 모두 다 써버린다면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이 책이 준비과정부터 실행까지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주춧돌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책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의 혁신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대기업의 경우는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규모나 관성 때문에 ‘급진적’이라고 할 만한 혁신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말만 혁신팀이라고 붙여놓고 결국엔 아무런 변화도 일구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가기 일쑤다. 

책은 조직 전체의 혁신 방법과 더불어 요즘 해외나 국내에서도 많이 실행하고 있는 사내벤처를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큰 조직 내에서 사내벤처를 이용하면 보다 급진적인 혁신을 수월하게 이뤄낼 수 있다. 직원 수가 1만 명이 넘는 마스터카드는 아홉 명으로 이뤄진 ‘숍디스!’라는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그 외에도 상거래와 결제서비스의 미래를 다시 상상하기 위해서 수십 개의 미니 회사를 선보였다.

마스터카드 외에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메트라이프, 몬델리즈 인터네셔널, 타이코, IBM, 시스코도 제품개발 경로에 있는 방해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내벤처를 활용하고 있다. 책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사내벤처가 어떤 식으로 활용되고 운영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롯데 등 30개 그룹 중 사내벤처를 운용하는 기업이 약 47%에 달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이나 중소벤처기업 내부에 사내벤처팀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사내벤처 창업 · 분사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 시기에 유용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 있든 어떤 조직이든 실리콘밸리의 사고방식을 몸에 익히고 혁신문화를 일궈나간다면 마침내 변화를 이루고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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