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그림자 드리운 文 부동산 정책
盧 그림자 드리운 文 부동산 정책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09.2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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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의 잡초를 심을지언정 독초인 자본주의의 싹을 키워서는 안 된다.”

중국 문화혁명기에 중화민국 10년의 자본주의의 적폐 유산을 일소하자며 나온 구호다.

사회주의 잡초론의 요점은 한마디로 ‘비록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열등하다해도, 자본주의를 모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택동의 이러한 ‘가치 철칙주의’는 결국 문화혁명으로 중국 인민 3000만이 아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 모택동의 사회주의 잡초론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념인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부동산 실패론에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두 번 실패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2017년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국민경제비서관의 직책으로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기획했다. 그의 부동산 정책의 핵심 명제는 ‘하이에나 정글론’이었고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불신하고 사회주의식 공급규제와 수요규제, 그리고 강력한 보유세와 양도세 처방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지금은 다른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한 노무현 정부와 다를 것이 없고 그 결과도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집값이 미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도대체 김수현 사회수석은 왜 실패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지금 또 고집하는 것일까?

김수현 사회수석은 2011년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한국 부동산시장을 ‘하이에나가 우글거리는 정글’의 투기판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부동산은 자본주의 시장에 맡겨 둘 수 없다는 생각이 철저한데, 김수현 수석 본인이 ‘판자촌 철거 반대투쟁’을 통해 운동권이라는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러한 김 수석의 눈에 한국 부동산 시장이 자본주의 강남 투기세력의 사익추구 난장판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정책실패의 원인 분석에는 그런 투기 세력의 하이에나즘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20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안정상황(2018년 9월) 자료를 보면 미친 집값의 원인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부동산시장을 하이에나 자본주의로 간주하는 청와대

한은 보고서에 의하면 주택시장은 2016년 이후 지방에서 가격 하락세를 보이지만, 수도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한은은 서울 집값 상승 요인 중 공급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멸실주택 증가 등으로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요인으로 꼽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상승 기대로 서울지역에 투자수요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한은은 그 외에도 저금리도 서울 집값 상승의 한 요인으로 선정했다.

전반적인 금융상황 완화기조가 이어져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유동성은 작년 말 1792조9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9.1% 올랐다. 이는 부동산 관련 기업 대출이 확대된 것이 원인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바라보는 부동산시장은 한국은행이 바라보는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문재인 정부와 좌파 시민단체들은 강남의 부동산시장을 ‘자본주의 투기장’으로 보기에 재건축, 재개발과 같은 공급정책은 투기세력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주류 부동산 경제론에 의하면 부동산시장은 ‘지역고착화’를 갖게 된다. 부동산 그 자체가 공급탄력성이 다른 실물 재화보다 낮고 이동성이 없기에 자동차와 같은 재화와 다른 것이다.

실패한 좌파 부동산정책 고집은 ‘사회주의 잡초론’

따라서 현대차가 생산하는 그랜저는 어디서나 똑같은 그랜저이지만, 현대건설이 짓는 아파트는 같은 아파트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품이 되기 마련이다. 같은 부동산이라도 어디에 들어서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품이 된다는 것은 부동산(아파트) 시장이 분할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이 아니다. 따라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강남이라면 그 공급의 소스는 신규택지가 아니라, 재건축과 재개발 물량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박원순의 서울시와 문재인의 청와대는 이러한 부동산 경제원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도 실패해 놓고 왜 그러는 것일까. 심지어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가 완연해지자 다시 토지공개념을 들먹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시 모택동의 ‘사회주의잡초론’이 아니면 설명되기 어렵다.

모택동은 일생에 다섯 권의 책을 썼다. 그 저작 중 제1권 제1편은 ‘호남 농민운동에 관한 고찰 보고’다. 모택동은 이 책에서 모든 정치적 결정은 ‘현실중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택동의 정치철학이 ‘실사구시(實事求是)’였다는 사실은 모택동을 연구한 이들이라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모택동은 중국 공산혁명의 노선으로 ‘도시에서 무장 폭동으로 정권을 탈취한’ 소련의 경험을 모방해야 한다는 프랑스 유학파 인텔리 주은래와 중국공산당 지도층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농민이 90%인 중국의 현실에서 출발해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한다’는 중국식 모델을 추구했다. 그가 보기에 중국은 근대화된 서구나 멘셰비키의 소비에트 러시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중국을 다시 통합해 새로운 민족국가를 건립하고자 했고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모택동의 성공은 독단과 극단주의, 그리고 정치적 낭만주의를 불러왔다. 대표적인 것이 ‘모택동 무오류론’이었고 바로 ‘사회주의 잡초론’이었던 것. “사회주의 잡초를 심더라도 자본주의 싹을 키워선 안 된다(寧要社會主義的草, 不要資本主義的苗)”는 구호는 ‘사회주의는 결국 현실에서 옳다’라는 맹신을 바탕으로 한다.

자영업자와 서민은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9.13 부동산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을 자영업자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자와 서민은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9.13 부동산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을 자영업자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사회주의 잡초론은 국가주의로 치달았다. 국가의 이상과 이념이 무엇보다도 우선이었고, 이에 따라 집단과 개인의 이익은 당연히 국가 이익에 복종해야 했다. 같은 현상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시장 하이에나론’에서도 발견된다. 다만 국가가 민중이라는 계급으로 변질되었을 뿐이다. 9·13 부동산정책이 발표되던 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나 주택을 갖고 불로소득을 왕창 벌겠다는 생각을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부동산은 아무리 실수요자라고 해도 주거 목적이라는 사용가치 외에 재산으로서 투자가치를 고려하는 것이 원리다. 전월세 임대주택 수요자만이 투자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뿐이다. 국내 부동산학 박사 1호로 유명한 윤영식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 ‘박사논문감’으로 삼아도 될 겁니다. 주택을 가지고 투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지 않죠. 부동산 투자를 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투기꾼으로 몰아가선 안 됩니다.”

주택 구매자에게 ‘집값 상승을 왕창 기대하지 말라’고 여당 대표가 말하고 싶다면 자신과 민주당 의원들부터 현재 살고 있는 강남의 집들을 처분하고 아파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없는 수도권 외곽 저 변두리로 나가서 사는 모범을 보여야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정치인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위선이고 가식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주의적 방식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공급과 수요라는 부동산 시장원리를 뭉개고 전월세를 사는 중산층조차 은행 대출에 ‘주택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는다는 발상은 한마디로 금융자원을 국가가 공산주의 방식으로 배급하겠다는 의지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러한 수요 억제책은 집을 가지고 임대수익을 얻는 공급자에게 전월세 상승의 유발인자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강화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로 집주인들이 전월세로 전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론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취득한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도 양도세를 내야 하고 기존 비과세되던 종부세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주택 임대사업자들이 월세 비중을 높이거나 차츰 전세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올리면 보유세도 상승하고, 보유세가 상승하면 집주인은 먼저 세부담을 전월세에 전가시킨다는 것은 부동산경제론 입문 기초서만 봐도 나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그런 시장원리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전월세가 오르면 또 전월세 상한제로 묶으면 된다는 ‘사회주의 잡초론’에 빠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와 서민은 나락으로

무엇보다 이번 9·13부동산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이들은 자영업자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안정상황(2018년 9월)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590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549조2000억 원)보다 41조5000억 원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업 대출 부분이다. 증가속도에서 다른 업종을 압도하고 있는데, 2015년 올해 2분기 사이 부동산업 자영업자 대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평균 18.3%였다. 이는 제조업(2.6%)의 7배, 도소매(6.3%)의 2.9배, 음식·숙박업(9.1%)의 2배에 달하는 증가율을 보였다.

자영업자 대출이 최근 들어 늘어나는 것은 부동산 임대업 수익률과 관련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008~2017년 누적 투자 수익률에서 아파트는 55.8%, 주택은 48.9%에 달했으나 코스피 상장 주식은 30.1%, 은행 정기예금(1~2년) 36.3%에 그쳤다. 한마디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 각 산업 분야에서 돈을 벌 만한 구석이 사라짐에 따라 많은 돈들이 부동산 임대업으로 몰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한 점에서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의 경제정책도 미친 집값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을 내세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와 박근혜 정부의 다짜고짜 대기업 총수 처벌, 순환출자 규제, 골목상권 보호, 그리고 감도 잡히지 않는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지하경제 양성화 같은 허망스러운 변태 경제론으로 우리 경제 체질이 회복은 커녕 잠재성장력을 잃고 나락으로 빠져들면서 ‘믿을 것은 부동산밖에 없다’는 국민들의 생각이 고착화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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