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혁신국가... 21세기 이스라엘 기술혁신의 기적
[신간] 혁신국가... 21세기 이스라엘 기술혁신의 기적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0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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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비 조리쉬(Avi Jorisch) 는 경험이 풍부한 기업가이자 중동 전문가이다. 미국 외교정책협회(AFPC) 선임 연구원이며, 기업인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IMS의 설립자이다. 아랍 세계와 급진 이슬람주의, 테러리즘, 불법 금융의 글로벌 트렌드를 분석하는 분야의 권위자로, 미 재무부와 국방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뉴욕 빙엄턴대학교에서 역사학 학사학위를 받았고,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이슬람 역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카이로 아메리칸대학교와 알아즈하라대학교에서 아랍어와 이슬람 철학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이란의 추악한 금융Iran’s Dirty Banking』『증오의 무선 신호Beacon of Hatred』『테러 자금을 추적하며On the Trail of Terror Finance』등이 있으며,「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포린어페어」「포브스」「알아라비아닷넷」등 영향력 있는 매체에서 논객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2년 5월, 런던 마라톤 대회에서는 한 편의 ‘인간 승리’ 드라마가 펼쳐졌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클레어 로마스라는 여성이 이 대회에서 42.195km를 완주한 것이다. 로마스는 5년 전 승마 대회에 출전했다가 낙마 사고로 척추에 손상을 입고 하반신이 마비됐다. 하지만 재활 의지가 강했던 로마스는 마라톤에 도전, 16일 만에 결승선에 들어섰고 이 소식은 전 세계로 전해졌다. 

로마스가 기적처럼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었던 데는 ‘리워크(ReWalk)’의 역할이 컸다. 리워크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의 보행을 돕는 일종의 ‘바이오닉 슈트(Bionic Suit)’로,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와 컴퓨터 시스템이 내장돼 있다. 2004년 리워크를 개발한 이스라엘 혁신가 아밋 고퍼 박사는 그 자신이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으로, 사고로 장애를 입기 전 수술실용 MRI 기기를 만드는 기업을 창업했던지라 장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고퍼 박사가 각고의 노력 끝에 리워크를 개발하고 처음 공개했을 때만 해도 재활의학계의 반응은 냉랭했다. 심지어 ‘사기극’으로 의심하는 의료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고퍼 박사는 끊임없이 기기를 개선해 가볍고 사용자 친화적인 기기로 발전시켰다. 리워크를 개발하는 동안, 혁신적인 창업 기술 개발을 후원하는 ‘테크니온 인큐베이터 프로그램’과 ‘트누파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에서 정부 지원도 받았다. 현재 리워크는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아 약 400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휠체어 사용자 600만 명 중 25만 명은 사용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에는 ‘리워크의 기적’과 같은 혁신기술, 혁신성장의 모범이 될 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혁신국가: 21세기 이스라엘 기술혁신의 기적』은 이러한 이스라엘이 의료ㆍ 농업ㆍ 첨단 과학ㆍ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자원도 별로 없고 신생 독립 국가였던 자국의 발전을 이끌어온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기술의 이전과 보급으로 세계 여러 나라(특히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이 첨단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21세기형 선진국’으로 성장한 배경을 분석한 내용으로 화제를 모은『창업국가: 21세기 이스라엘 경제기적의 비밀』(다할미디어, 2010년 펴냄)에 이어, 다시 한 번 이스라엘의 혁신성에 주목한 책이다. 

『창업국가』가 경제 및 사회문화적 분석을 통해 이스라엘의 혁신성이 발현될 수 있는 문화적 배경과 사회구조를 살펴봤다면, 이 책『혁신국가』는 실제로 이스라엘 혁신가들이 어떻게 혁신 기업을 일구고 기술을 개발ㆍ 발전시켜 성과를 얻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제3세계를 비롯한 전 세계에 어떻게 기여하고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연구집’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혁신성에는 ‘티쿤 올람(Tikkun Olam)’이라는 이스라엘 특유의 종교문화적 개념이 바탕이 됐다. ‘세상을 고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티쿤 올람은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개선하며 세상에 도덕과 정의를 구현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전통 유대 사상이다. 이 같은 사상은 유대교 율법서인 『미슈나』에도 언급되며, 여러 랍비들을 통해 전해 내려왔다. 혹자(세종대 홍익희 교수)는 이 개념이 우리 전통 사상 ‘홍익인간(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과도 닮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저자 아비 조리쉬는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고치는 일이 의학적 도전과제를 해결할 답을 구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사회적 활동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통했다.”며, 이스라엘에서 창업 멘토로 활동하는 요시 바르디의 말을 인용한다. “이스라엘이 성자나 사회 개혁자들로만 구성된 국가는 아니지만, 유대 문화는 분명 이 나라를 보다 숭고한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국가로 발전시키려는 책무감을 느끼게 하는 바탕이 됐다.” 

이스라엘의 놀라운 기술혁신의 동기가 티쿤 올람이라면, 이스라엘의 혁신 정신은 바로 ‘후츠파(Chutzpah)’로 대변된다. ‘대담함과 당돌함’을 뜻하는 이스라엘 특유의 후츠파 정신은 어려움과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으며 틀에 박힌 뻔한 일을 거부하고 권위에 도전하고 결국에는 대담한 혁신을 만들어내는 정신이자, 이를 장려하는 문화를 말한다. 지중해 연안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수많은 혁신기업을 배출해내고 기술 강국으로 부상한 데에는 우수한 교육 시스템, 스마트하고 강력한 정부, 엘리트 군대 시스템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대담한 도전을 멈추지 않도록 장려하는 후츠파 정신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에 소개된, 티쿤 올람 사상과 후츠파 정신으로 똘똘 뭉친 혁신가들과 혁신기업들은 다음과 같다. 

1. 자원봉사자들이 일으킨 혁명 - ‘앰뷰사이클’의 탄생 

2006년 테러가 자주 일어나는 땅 예루살렘에서 ‘유나이티드 핫잘라’라는 응급구조 자원봉사 단체가 조직됐다. 이 조직은 스마트폰에 설치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고 발생시,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응급구조사 5명에게 곧바로 출동을 지시하고 구급상자와 산소통, 제세동기 등을 갖춘 ‘앰뷰사이클’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앰뷰사이클은 앰뷸런스와 모터사이클을 합친 말이다. 
유나이티드 핫잘라는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와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아랍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까지 확대됐으며, 테러가 일상이 된 이스라엘에서 인종과 종교를 가리지 않고 생명을 구하고 있다. 

2. 한 방울의 기적 - 점적 관수 개발 

1965년 척박한 사막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스라엘은 획기적이고 현대적인 관수 기법을 개발했다. 바로, 식물의 제일 아랫부분에 물을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뜨리는 ‘점적 관수’다. 이를 개발한 심카 블라스는 하체림 키부츠와 함께 네타핌이라는 기업을 설립하고, 농부들과 협동조합, 정부로 하여금 물을 더욱 절약하도록 했다. 점적 관수에 대해 처음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결국은 전 세계로 보급된 현대식 관수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15년 내 세계 인구의 절반은 안전하게 마실 물이 부족해질 상황에서, 더욱 주목되는 관수 기법이다. 

3. 진짜 아이언맨이 나타나다 - 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 돔’ 

2011년 ‘중동의 화약고’ 가자 지구에, 첨단 레이더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하마스 또는 헤즈볼라가 발사한 로켓탄의 궤적을 예측하고 공중에서 격추시키는 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 돔’이 등장했다. 방위 산업체 라파엘의 개발자 차노크 레빈은 이 시스템을 만들면서 부품 일부를 장난감 매장인 ‘토이저러스’에서 구하기도 했다. 요격률 90%를 기록하는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 방위군에게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되었으며 가자 지구 같은 곳에 지상군을 투입할 필요가 줄어들게 됐다. 

4. 현대판 요셉의 등장 - 저가 곡물 포대 ‘그레인 코쿤’ 

1985년 농업 박사 슈로모 나바로는 쌀을 비롯한 곡물과 향신료, 콩 종류 등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전 밀폐용 대형 포대 ‘그레인 코쿤’을 개발했다. 포대 속의 벌레와 그 알은 산소부족으로 죽고 이를 체로 걸러내게 되므로, 농민이 수확한 곡물의 99%가 보호된다. 나바로 박사는 거대 살충제 생산 기업에 맞서, 그레인 코쿤을 제3세계 농민들에게 더 값싸게 공급할 수 있도록 ‘그레인프로’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매년 비효율적인 저장 방식으로 손실되는 식량은 전 세계적으로 13억 톤에 달한다. 이는 인류가 소비하기 위해 생산한 식량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이 손실을 막으면 세계 기아 난민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양으로, 그레인 코쿤의 더 많은 보급이 기대된다. 

5. 태양을 멈추게 하는 방법 - 태양열 집열기 ‘두드 셔메시’ 

1955년 해리 즈비 타보르 박사는 태양열 에너지를 모아 온수와 전기를 만드는 집열기 ‘두드 셔메시’를 개발했다. 두드 셔메시는 1980년 이래 이스라엘의 모든 건물에 설치됐으며, 이스라엘 전체 가구 중 90%가 이용한다. 2012년에는 이렇게 생산된 태양 에너지로, 이스라엘 전체 에너지 소비를 8% 가량 줄인 것으로 보고됐다. 가뭄과 태풍, 폭염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점점 더 자주 일어나면서 타보르의 기술 혁신에 대한 수요가 전 지구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6. 걷지 못하는 자의 기적 - 외골격 슈트 ‘리워크’ 

2004년 아밋 고퍼 박사는 하반신 마비 환자들을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외골격 형태의 보행 기구 ‘리워크’를 개발했다. 리워크는 사용자의 다리에 밀착된 외골격과 사용자가 안정된 걸음을 걷게 해주는 목발로 구성돼 있으며, 손목에 착용한 원격 조종장치를 이용해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리워크의 치료 효과도 입증됐다. 하반신 마비 환자들의 방광 기능, 근육 경직 등이 개선됐으며 운동 효과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7. 뇌 속의 GPS - 첨단 의료기기 기업 ‘알파 오메가’ 

1993년 이마드 유니스와 림 유니스 부부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랍계 첨단기술 기업을 설립했다. 이 기업은 수전증과 파킨슨병을 포함한 신경계 장애를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술 시술 과정에서 ‘뇌 속의 GPS’ 역학을 하는 기기의 산업 표준을 만들어냈다. 
또한 유니스 부부는 아랍계 시민들의 위상이 높지 않고 아랍계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이스라엘에서 아랍계 과학 기술자들의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 

8. 황금 방화벽을 세우다 - 사이버 보안 기업 ‘체크포인트’ 

이 책의 한국어판 추천사를 쓰기도 한 길 슈웨드는 1993년, 슈로모 크라머와 마리우스 나흐트와 함께 사이버 보안 기업 ‘체크포인트’를 설립하고 온라인상에서 기업과 개인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최초의 방화벽을 개발했다. 
‘길 베이츠’로도 불리는 길 슈웨드는 1995년, 미국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인터넷 보안 프로그램 ‘파이어월-1’을 두고 해커들과 대결을 펼쳐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슈웨드의 혁신 기술은 인터넷 보안 범죄를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9. 카메라를 삼키다 - 캡슐 내시경 ‘필캠’ 

1998년 가브리엘 이단 박사는 위장관을 따라 이동하며 신체 내부의 사진을 찍는, 삼킬 수 있는 카메라와 무선 송신기를 개발했다. 방위산업 기업 라파엘에서 로켓탄 카메라 개발에 참여한 바 있는 이단 박사는, 몸 안에 들어갈 만큼 작은 유도탄 센서를 떠올리고 캡슐 내시경 ‘필캠’을 개발했다. 이 필캠은 의사들에게 외과적 수술 없이도 소화기 계통 질병을 검사하고 진단하며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를 제공한다. 

10. 척추를 보는 눈 - 로봇수술의 새 장을 연 ‘마조 로보틱스’ 

마조 로보틱스를 설립한 모셰 쇼햄와 엘리 제하비는 척추 수술 절차를 보다 과학적으로 전환시키는 유도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의사들은 마조 로보틱스의 획기적인 기술을 활용해 수술 전 CT 영상을 검토하며 척추의 3차원 청사진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매우 정밀한 수술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11. 응급처치용 붕대의 진화 - 생명을 구하는 ‘이머전시 밴디지’ 

1990년 버나드 바 나탄은 대량 출혈을 곧바로 멈추게 하고 외상으로 인한 감염을 막아 주는 응급처치용 붕대 ‘이머전시 밴디지’를 개발했다. 2011년 미국 애리조나 주 투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에서 가브리엘 기포드 전 민주당 하원의원은 치명적인 총상을 입었으나, 이머전시 밴디지로 곧바로 응급처치를 받고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12. 질병에 맞서 싸우다 - 음경 포피에서 추출한 인터페론 

1979년 미셀 레벨은 음경 포피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다발성 경화증을 치료하는 기발한 방법을 발견했다. 다발성 경화증의 주요 치료제 중 하나인 레비프를 개발한 것. 이 연구에 이용한 음경 포피는 생후 8일된 남자 아기에게 행하는 할례의식(브리트 밀라)에서 절개해 낸 조직에서 추출한 것이다. 

13. 의학적 보물을 찾아서 - 마리화나의 신비한 비밀 

1963년 라파엘 미슐럼은 칸나비디올(CBD)과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을 포함해 마리화나에 들어 있는 활성 화합물의 화학 구조를 발견했으며, 이후 이 성분은 여러 형태의 장애, 특히 발작장애를 치료하는데 활용됐다. 

14. 문명과 자연의 조화 - 조류 이동 지도를 그리다 

1987년 요시 레셈은 레이더와 동력 글라이더, 드론, 조류 관찰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매년 이스라엘 상공을 날아가는 조류 10억 마리의 이동 경로를 표시한 정밀 지도를 만들어 냈다. 그의 연구 결과 덕분에 조류와 비행기의 충돌 확률이 76% 감소하며 수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했다. 

15. 멸종 식물의 약용 가치 - 대추야자나무를 부활시키다 

2005년 사라 살론 박사와 일레인 솔로위 박사는 1960년대 초 마사다에서 발견한 고대 씨앗을 발아시켜 유대 대추야자나무를 되살려냈다. 이 나무는 고대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던 주요 식생이었으며, 멸종한 지 거의 2천 년만이었다. 이처럼 멸종된 수종의 부활이 중요한 까닭은, 사막 식물의 유전자형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의약적 특성을 밝혀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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