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경제학의 모험... 플라톤에서 피케티까지 상상력을 불어넣는 경제학자들의 도전
[신간] 경제학의 모험... 플라톤에서 피케티까지 상상력을 불어넣는 경제학자들의 도전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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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니알 키시타이니 (Niall Kishtainy) 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영국 정부, 유엔 아프리카 경제 위원회, 세계은행, 알바니아 정부 등 실무 영역에서 활동했다. 2007년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2011년에 워릭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 이후로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연구 교수로 지내며 여러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제 사상사를 가르쳤다.

특히 2007년 이후로 경제학의 여러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제적 사고들을 알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몇 분 안에 깨우치는 경제학Economics in Minutes》 《경제의 책The Economics Book》 등이 있다.
 

경제학의 권위가 무너진 시대, 해결해야 할 경제 문제가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시대. 경제학은 과연 필요한가? 어떻게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이 책은 경제학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그러나 경제학을 공부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답한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거 경제학자들의 통찰은 여전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경제학의 역사를 스미스에서 주류 경제학까지 좁고 단조롭게 가르치던 관행은 이제 넘어서야 한다. 경제 문제도, 경제학도 그보다 깊고 넓기 때문이다. 

니알 키시타이니는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체로 독자들을 다채로운 경제학의 세계로 초대한다. 스미스, 마르크스, 케인스와 같은 거장에서부터 아서 루이스나 윌리엄 비크리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경제학자까지, 수요·공급·성장 같은 전통적인 주제에서부터 빈곤·불평등·페미니즘 같이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주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독자는 저자가 차려 놓은 40첩 밥상을 한입씩 맛보는 과정에서 지금의 경제 문제를 생각할 풍부한 자원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니알 키시타이니는 전형적인 전문 경제학자와는 다소 다른 길을 갔다. 그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영국 은행, 유엔, 세계은행 등 다양한 경제 기관 및 단체에서 근무했다. 그 경험을 통해 경제학이 현실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싹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며 경제학이 현실의 문제를 더 적절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경제학의 거장들 뿐 아니라 지금은 잊혔거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다양한 사상가들의 생각도 경청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심지어 일반적으로는 경제학에 포함시키지 않는 과거의 사상가들까지. 

이렇게 현실의 문제를 바탕으로 오늘날 곱씹어볼 만한 경제 사상들을 폭넓게 살피는 것도 독특한데, 저자에게는 한 가지 재능이 더 있었다. 맛깔스런 글솜씨다. 이 솜씨를 십분 발휘해 그는 경제학을 쉽게 소개하는 여러 책을 썼고 마침내 예일대학교출판부 눈에 들었다. 

예일대학교출판부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교양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짧은 역사A Little History’ 시리즈를 야심차게 내놓았다. 저자는 각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을 섭외했다. 세계사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에른스트 곰브리치가 썼고, 철학은 나이젤 워버튼이 맡았다. 언어와 인류학은 세계적인 석학인 데이비드 크리스탈과 브라이언 페이건이 집필했다. 그런데 어느 분야보다 저자군이 넓을 경제학의 역사를 빛나는 경제학적 성취를 이룬 학자도 아니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저자도 아닌 니알 키시타이니에게 맡겼다. 그만큼 그를 높이 산 것이다. 

이 책은 시작부터 남다르다. 분명 경제학의 아버지는 애덤 스미스이건만 뜬금없이 첫 장에 플라톤이 등장한다. 그간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의 출발점으로 꼽혔던 이유는 그가 경제학의 근본 문제 중 하나를 제기하고 그것에 체계적으로 답했기 때문이다. “사익 추구는 공정한 사회와 양립할 수 있는가?” 그러나 ‘사익 추구’를 전제하는 애덤 스미스의 문제의식은 시장 경제가 자리 잡기 시작한 이후의 것이다. 인류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삶에 필요한 자원을 어떻게 생산하고 분배할 것인지 즉 희소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해왔다. 그 단적인 예로 그리스 최초의 시인 헤시오도스는 이렇게 노래했다. “신이 주야불사 인간에게 음식을 감추도다.”  그렇다면 왜 그리스의 시인이 아니라 철학자가 최초의 경제학자인 것인가? 대체 왜 우리는 수천 년 전 철학자의 이야기를 오늘날에 들어야 하는가?

저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들은 삶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했다. 우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붙들고 씨름하는 문제다. 어떻게 해야 인간 사회가 잘살 수 있을까? 사람들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진정한 번영으로 이끄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이 물음으로부터 경제학은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수없이 논쟁을 거듭하고 수많은 의견 차이를 겪은 뒤에도 이 물음으로 되돌아가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경제 문제를 기존과는 다른 시각에서 검토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애초에 왜 우리가 경제 문제를 고민하는지를 다시금 돌아보는 일이 익숙한 기존의 경제학 사고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중상주의자, 프랑수아 케네, 샤를 푸리에, 로버트 오언, 앙리 드 생시몽 등과 같은 철학자들이 내놓았던 경제 사상은 오늘날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그들이 제기했던 문제 자체는 여전히 생각해 볼 만하다. 

경제학자들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고, 그래서 경제학 자체도 권위가 많이 떨어진 오늘날이지만, 경제학의 기본 개념과 그 줄기를 이루는 거장들의 사상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들이 다루었던 문제가 여전히 오늘날 경제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모험》은 경제학의 중심을 이루는 이론들의 핵심만 추려 유쾌하게 소개함으로써 까다로운 경제학 개념, 낯선 경제 사상에 친숙해지도록 돕는다. 이를테면 윌리엄 제번스의 한계 효용 개념을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가게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10파운드가 있어 핫도그와 콜라를 살 수 있다. 일단 한 번에 10파운드를 다 쓴다고 가정하자. 핫도그와 콜라를 각각 얼마나 사야 할까? 배가 몹시 고파서 핫도그 10개를 쟁반 가득 쌓는다. 하지만 아무리 허기져도 핫도그만 10개 산 행동은 어리석었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는다. 10개를 샀다면 10개째 핫도그의 한계 효용은 매우 낮을 테니까(이는 핫도그를 10개나 먹으면 탈이 난다는 말을 경제학자가 특유의 별난 방식으로 돌려서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거장들의 사상을 옛날 이야기하듯 ‘가볍게’ 소개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이 오늘날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것의 한계는 무엇인지, 왜 여전히 그 사상가가 의미 있는지도 균형 있게 알려준다. 심지어 저자는 자신이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해서도 이렇게 평가한다. 

일반 노동자 생활 수준이 마침내 향상했다. 이런 변화로 마르크스 이론이 불필요하게 될까?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집집마다 차를 몰고 텔레비전을 본다 할지라도 자본주의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고통은 마르크스 말을 빌면 ‘소외alienation’에서 비롯한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자본주의 아래서 노동자는 거대한 기계에 딸린 톱니에 불과하다. 노동자는 자신이 만든 상품과의 진정한 유대를 다 잃어버린다.

제번스와 마르스크 외에도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앨프리드 마셜, 프리드리히 리스트, 아서 피구, 소스타인 베블런,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조지프 슘페터, 존 내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폴 새뮤얼슨, 밀턴 프리드먼 등 경제학에 영향을 끼친 기라성 같은 경제학자들을 골고루 다룬다. 

아서 루이스라는 경제학자를 들어보았는가? 아마 무척 낯선 이름일 것이다. 경제학 입문서는 물론이고 경제학의 역사를 정리하는 책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이름이다. 그동안에는 그가 경제 사상사에서 다루어야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오늘날 이토록 낯설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서 루이스는 1979년에 흑인으로서는 유일무이하게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우리가 오늘날 ‘개발 경제학’이라고 부르는 경제학의 한 분과를 개척한 저명한 경제학자다. 저자가 소개하는 루이스의 이론도 흥미롭다. 대부분의 나라는 자본가가 농장과 공장을 운영하는 ‘현대’ 경제와 가족들이 먹을거리를 구하고 사용할 물건을 만드는 ‘전통’ 경제라는 ‘이중 경제’로 되어 있는데 가난한 나라는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전통에 의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루이스에 따르면 사실 전통적인 부문은 그 수를 반으로 줄여도 생산에 아무런 차질도 빚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제한’으로 노동자를 공급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경제 성장의 동력이 숨어 있다. 현대적인 부문에서는 풍부한 노동력을 낮은 임금으로 고용해 높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윤을 기계와 공장에 투자한다. 경제에서 현대적인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전통적인 부문이 줄어든다. 

이렇듯 가난한 나라의 경제 발전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아서 루이스는 무척 중요한 경제학자이다. 키시타이니는 이렇게 색다른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 볼 만한 주장을 전개했음에도 경제학의 틀이 좁았던 탓에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제국주의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던 존 홉슨과 블라디미르 레닌, 사회주의 계산 논쟁의 주역이었던 오스카르 랑게, 불완전 경쟁 개념을 창안한 조앤 로빈슨과 에드워드 체임벌린, 종속 이론을 주창한 안드레 군더 프랑크와 라울 프레비시, 공격적 투기 이론을 전개한 모리스 옵스펠드, 금융 경제의 근본적인 불안정성을 지적한 하이먼 민스키 등이 그들이다. 이들을 통해 기존의 경제학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IMF 위기나 금융 위기처럼 중요한 사건들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개념과 이론들을 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경제학의 역사를 다룬 책에는 아직 잘 포함되지 않는 주제들이 있다. 빈곤, 불평등, 페미니즘이 그것이다. 대체로 한 사회의 약자들에 관한 경제학적 연구는 20세기 말에 본격화되었지만 수요와 공급, 가격 매커니즘, 성장 등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주로 다루는 문제들에 밀려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특히 경제학 입문서에 여성주의 경제학이 소개되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모두 현재는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는 것들이지만 경제학은 조금 뒤쳐져 있다. 저자는 그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 

아마르티아 센으로 대표되는 빈곤 연구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으로 불붙은 불평등은 누가 봐도 경제학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페미니즘과 경제학은 어떤 방식으로 만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다이애나 스트라스만, 낸시 폴브레, 매를린 워링, 줄리 넬슨 등을 통해 그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경제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방식, 자유롭게 선택하는 ‘합리적 경제 인간’ 등의 개념에 문제를 제기한다. 

폴브레 주장에 따르면 여성이야말로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며 미래 노동력을 기르는 사람이다. 표준 경제학에서는 이 비용을 무시하는데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일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둘러댄다. 한 남성이 가사도우미에게 빨래와 요리와 육아에 대한 대가로 임금을 지불하면 가사 도우미 노동은 그 나라 국민 소득의 일부로 포함한다. 만약 이 남성이 이 여성과 결혼을 하면 여성은 가정의 일원이 된다. 여전히 빨래하고 요리하지만 아내이기 때문에 임금을 받지 않는다. 이제 이 여성 노동을 더 이상 국민 소득에 넣지 않는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제 여성은 ‘비생산적인 주부’가 된다. 

저자는 여성주의 경제학을 통해 기존 경제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육아를 비롯해서 전통적으로 여성이 맡아오던 다양한 노동들이 합리적인 경제 인간의 사고로는 다루기 힘든 것들이고, 여성들이 받는 사회적인 압력은 모든 것이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라 말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렇게 저자는 기존의 경제학은 잘 다루지 않는 주제들을 통해 기존의 경제학이 적절하게 다루지 못했던 사회 문제들에 대해 경제학의 틀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짚어준다. 

기존의 경제학을 비판하고 그 지평을 넓힌 게임 이론이나 행동 경제학은 이제 널리 소개되었다. 게임 이론은 경제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론이 되었고, 행동 경제학은 《넛지》와 같은 책을 통해 널리 소개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경제 이론은 현실을 바꾸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엇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최신 경제학의 성과들도 소개한다. 앨빈 로스의 ‘시장 설계’가 대표적이다. 장기 이식 자체가 힘들고, 시장의 원리로 다루기도 힘든 이유는 이식 가능한 적합한 장기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제때 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로스는 정보 경제학의 최신 성과들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복합하여 환자와 기증자를 연결하는 장치를 설계했다.(379쪽) 경제 이론은 대체로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분석하는 데 쓰이지만, 이 경우는 경제 이론을 활용해 모두에게 이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경매 이론도 현실 문제를 경제학 이론이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 사례이다. 경매는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설계할 수 있다. 그런데 잘못 설계되면 경매 참여자들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입찰가를 낮출 수도 있고, 사람들이 지례 겁먹고 경매를 포기해 터무니없는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다. 저자는 윌리엄 비크리와 폴 클렘퍼러 등이 어떻게 경매의 문제를 해결하였는지 소개한다. 

처음 경제학이란 영역을 개척한 경제학자는 경제학자인 동시에 철학자이면서 정치 사상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상당수 경제학자는 스스로 다리를 놓고 댐을 건설하는 기술자와 더 흡사하다고 여긴다. 기중기를 몰고 측정기를 재는 기술자처럼 경제학자도 자기만의 도구를 이용해, 즉 빈틈없는 이론 모델과 고급 수학을 활용해 특수한 문제를 푼다. 그렇다면 로스나 클렘퍼러 둘 다 기술자로 첫발을 내디딘 뒤에 경제학으로 갈아탄 다음, 경제 원리를 강력한 도구로 개조해 현실 세계 속 경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점이 결코 우연의 일치라고만 볼 수 없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전문적인 경제학자들에게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그 성과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현대 경제학의 밖을 보아 사고의 지평을 넓히도록 하기도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그 내부의 성과들에도 주목함으로써 기존의 경제학이 무능하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21세기의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전문 경제학자들이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아님을 목격했고, ‘사회과학의 여왕’을 자처했던 경제학의 권위도 동시에 흔들리게 되었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만으로는 현실 세계의 다양한 경제 문제들을 이해할 수 없고, 해결할 수도 없음이 분명해졌기에 경제학도 변화의 와중에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장하준 교수의 《경제학 강의》를 통해 “경제는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두기에는 너무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더 복잡하고 다양해진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경제학을 공부해야 할까? 

《경제학의 모험》이 제시하는 길은 2가지다. 우선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과거 경제학자들의 성공과 실패를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이는 경제학의 역사를 다루는 기존의 책들도 했던 일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존에 보아왔던 경제학자들보다 더 많은 경제학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38개의 경제학을 소개한다. 38개라니. 왜 이렇게 많은 경제학을 알아야 할까? 다양한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답변들이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새로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만난 경제학자는 각자 자기 시대가 앓던 문제에 대처하며 서로 다른 이론을 제시했다. 경제학에서는 수학 문제 정답처럼 길이길이 옳다고 남는, 단 하나의 ‘참’인 대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 속 사상가가 서로 다르게 대응하며 접근한 덕분에 우리는 여러 영감을 받아 우리 나름의 새로운 이론을 정립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이론은 극심한 불평등이든 금융 위기든 지구 온난화든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경제 문제를 직시하는 데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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