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커피 세계사.... 한 잔의 커피로 마시는 인류 문명사
[신간] 커피 세계사.... 한 잔의 커피로 마시는 인류 문명사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12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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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탄베 유키히로는 1969년 나가사키 현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 대학원 약학연구과 수료 후 박사과정 재학 중 시가의과대학 조교로 발탁돼 그곳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시가의과대에서 암에 관한 유전자학 및 미생물학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핸드드립 커피의 세계에 입문한 이후 커피에 관한 논문을 닥치는 대로 구해 읽고 온갖 실험을 할 정도로 ‘커피 오타쿠’가 된 그는 일본 인터넷 여명기에 커피 관련 사이트인 ‘백가원’을 개설해 큰 인기를 끌었다. 탄탄하게 축적한 독보적 과학 지식과 커피에 관한 무한 애정을 바탕으로 자가배전 카페와 기업 등에서 커피의 향미와 건강에 관한 세미나 및 강연을 하고 있다. 저서로 이 책 《커피 세계사》 외에 《커피의 과학》 《커피, 맛있음의 방정식》(공저) 등이 있다.
 

지난겨울, 에스프레소처럼 꽉꽉 눌러 내린 커피 지식을 농축해 묶어낸 책 《커피 과학》으로 커피 덕후들로부터 탄성 어린 사랑을 받았던 탄베 유키히로 박사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무려 30여 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동서고금 커피 이야기보따리를 들고서. 커피 좀 안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뚜르르~, 소문이 난 탄베 박사는 본업이 의사이자 미생물학 교수이다. 그럼에도 커피인들이 주저 없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건, 학자 특유의 꼼꼼한 탐색과 정밀함으로 자신이 공부해온 방대한 커피 지식을 백가원百?苑이라는 관련 사이트에 아낌없이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 전문가와 마니아들에게 탄베 박사의 웹사이트는 일종의 성지로 통한다. 

이 책은 바로 그 탄베 유키히로 박사가 들려주는 달콤 쌉싸름한 커피 이야기다. 전작 《커피 과학》이 주로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성분 및 배전 방식, 커피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다뤘다면 이번에 그가 풀어낸 이야기는 커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세계사라 할 만하다. 저자는 우리가 학교에서 익히 배운 동서양 역사를 씨줄로 하여 인류 문명사의 큰 줄기를 바꾸어놓은 굵직한 사건들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커피 이야기를 색색의 날줄로 엮어 재밌는 풍경으로 보여준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커피나무가 이슬람 세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돈이 되는 상품으로 자리잡은 배경, 영국 근대화와 프랑스혁명의 불씨를 당긴 커피하우스(런던)와 카페(파리) 풍경, 유럽의 식민지 개척시대에 도적질과 모략을 통해 커피나무가 전파되는 과정, 영국이 커피에서 홍차의 나라로 변모한 반면 미국이 홍차에서 커피로 갈아탄 결정적 사건, 20세기 초 대공황을 틈 타 커피 왕이 된 허먼 질켄과 근거 없는 커피 유해론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억만장자가 된 시리얼 대부 윌리엄 포스트의 비극적 생애, 냉전시대 중남미 공산화를 막기 위해 팔 걷어붙이고 커피 생산을 장려한 미국의 속내, 21세기 스타벅스 이후 일본과 한국이 이끌어가는 동아시아 커피 트렌드까지…. 

굳이 ‘미각의 생리학’ 운운하지 않더라도 음식 속에 녹아든 맛깔스런 이야기를 알고 나면 그 맛은 이전과 달라진다. 한 잔의 커피라고 예외는 아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탄베 박사가 들려주는 정확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은 이후 지적 충만감을 경험하는 차원을 넘어 늘상 마시던 커피 맛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켰다고 고마움을 전한다. 커피 인기가 높아지면서 근거가 희박한 에피소드 역시 여기저기 난무하는 상황이다. 그런 현실에서, 이미 알려진 이야기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사료들 간 치밀한 교차대조를 통해 진실 여부를 밝혀내는 이 책 《커피 세계사》는 품격 있고 믿을 만한 커피 테마 역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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