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책소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 미래한국
  • 승인 2002.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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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없는 세상 향한 한 경제학자의 도전
“가난과 싸워 이기려면 모든 경제활동의 출발점인 인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1984년 막사이사이상과 세계식량상(1994년)을 수상, 1995년 아시아위크 지가 뽑은 ‘위대한 아시아인 20인’에 선정된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총재의 말이다.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방글라데시 치타공 대학 경제학과 학과장으로 있던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에 찾아온 대기근을 계기로 대학 주변 마을에 대한 연구를 시작, 방글라데시의 현실을 이해하고 바꿔 보고자 한다. 1976년 어느 날, 유누스는 고리대금업자에게 빌린 돈으로 수공예품을 만들어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대학 주변 마을주민 42명에게 주머니돈 856타카(27달러)를 빌려 주게 된다. 이들에게 조금의 여유 자금만 생긴다면 고리대금업자의 착취 없이 직접 재료를 구입해서 물건을 만들어 내다팔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이 감정에 이끌린 개인적 차원의 해결책이었다는 생각에 이르자,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방법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은행을 찾아간다. 은행은 돈을 빌려 주는 곳이니, 은행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는 방법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은 담보나 보증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겐 갚을 능력도 없으며, 서류를 꾸미는 데 드는 비용도 안 되는 푼돈을 빌려 주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융자를 거부한다. 갖은 핑계를 둘러대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융자를 주지 않는 제도권 금융에 맞서, 가난한 사람들도 은행의 혜택을 입어야 하며, 이들에게 주어지는 융자는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적 권리임을 입증하기 위한 유누스의 투쟁은 1983년 그라민(grameen) 은행의 설립으로 이어진다. ‘마을’이란 뜻의 그라민 은행은 현재 방글라데시 전역에 1,175개의 지점을 두고 240만 명에 1,600억 타카(약 3조 3,600억 원)를 융자해 주는 직원 수 1만 2,000여 명의 대형 은행이다. 재정구조도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안정적인 은행이다. 이 은행은 무엇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과 고정관념을 뒤엎는 방식인, 소액 신용 융자(Microcredit)라는 획기적이고도 단순한 금융제도로 방글라데시 인구의 10%가 넘는 240만 가구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을 뿐 아니라,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도 그 가능성을 입증하였다.그라민 은행의 이런 성공은 인간은 기아나 가난으로 고통 받도록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고 믿는 한 경제학자의 신념의 결과이며, 기존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의 결과이다.그라민 은행의 고객에 대한 신뢰는 76년 이후 90%를 웃도는 높은 상환율로 보답 받고 있다.(2001년 4월~2002년 3월, 1년간의 상환율은 98%였다.) 성공을 느껴 보지 못하던 사람들이 상환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원금을 상환 받기 위해 사법체계에 호소할 필요도 없다. 그라민 은행이 융자를 주는 기본 원칙은 신뢰이기 때문이다. 또 이 은행은 5명이 한 그룹을 이루는 연대 융자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융자를 받으려면 가난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사회적, 경제적 여건이 비슷한 사람으로 가족이 아닌 사람 4명과 함께 그룹을 지으면 된다. 개별적으로는 갖은 종류의 위험에 노출되지만 그룹을 지어 뭉치면 보다 안정된 느낌을 갖고, 같은 그룹 사람들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가 융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쓰게 할 뿐 아니라 상환을 독려한다. 융자를 주는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보다는 상환을 쉽게 하도록 하는 방안이 훨씬 중요하고 효율적이란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라민 은행의 또 다른 특징은 고객의 95%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방글라데시가 ‘푸르다’ 율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이슬람 사회란 점과 그라민 은행이 생기기 전까지 방글라데시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은 여성의 비율이 1%에도 못미쳤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여성을 경제발전의 주체로 인식하고 융자의 주체를 여성으로 설정한 유누스 총재의 시각은 놀랍다. 그는 여성은 남성보다 자족의 기반을 닦는 데 훨씬 더 빠르게 적응하고 악착스러우며, 자녀의 미래에 보다 관심이 많고 일에서도 더욱 많은 인내심을 발휘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돈을 빌려 주는 것이 가난 퇴치에 효과적이라고 본다. 여성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그라민 은행의 인식은 방글라데시에서 여성의 사회적, 정치적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한마디로 그라민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이다. 소액 융자를 통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회원의 수가 많아질수록 일에 보람을 느끼고, 융자를 받는 회원들이 모두 은행의 주인인 ‘가난한 사람들의 은행’이다. 정부가 은행 주식의 8%를 가진 것을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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