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용헌의 인생독법... 알수록 자유로워지는 내 운명사용법
[신간] 조용헌의 인생독법... 알수록 자유로워지는 내 운명사용법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16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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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양학자 조용헌, 그는 옛사람들과 오늘의 우리를 이어주는 메신저다. 4차산업혁명이 도래하는 최첨단 시대에도 여전히 지키고 살펴야 할 가치라면, 우리 선조들의 일상의 기록, 그리고 사람살이의 살아있는 이야기이다. 오랜 시간 자연에 순응하고 또 개척하면서 누적 되어온 우리 민족의 지식과 풍류, 멋과 지혜는 우리가 보존해야 할 미래 자산이다. 

40년 가까이 우리 산하를 주유천하 누비며 천문天門, 지리地理, 인사人事를 공부하며 몸으로 체득한 저자 조용헌은 이 책에서 우리 땅 곳곳에 서린 선조들의 일상과 지혜를 풀어놓는다. 디지털 문화에서 느끼지 못하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땀 냄새 나는 이야기는 삶에 대한 생기(生氣)를 일으키며, 막힘없는 저자의 입담은 전통과 옛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힘을 준다. 

또한 그의 저작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가 다양한 인간군상의 운명적 일화를 통해 ‘사주명리학’의 입문서 역할을 했다면, 이 책은 천리, 하늘의 이치를 알고 따르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바꾸려는 지혜를 담고 있다. 이는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다양한 경쟁에 내몰리며 점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현대인이 귀담아들을 법하다. 삶이란 섬광과 같은 것.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잘 살아가는 법에 대한 힌트가 이 책에 담겼다. 
 


기복祈福으로 보고 따르면 문제가 되지만 삶의 지혜로 참고하면 유익하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저자로 하여금 사주팔자四柱八字와 《주역周易》을 연구하게 만들었다. 왜 미신을 연구하느냐는 숱한 비난과 조롱을 들었지만 어떤 수를 쓰더라도 불행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거나 최소한의 대책을 마련해놓을 수 있다면 비난을 무릅쓰고서라도 강구해야 된다고 저자는 판단했다. 그러나 여기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도 문제다. 상식과 이성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무조건 점에 의지하게 되는 태도가 그것이다. 이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지성에 대한 불경이다. 


저자는 동양에서 수천 년 동안 삶의 지남침 역할을 해온 풍수, 명리학, 음양오행 사상을 ‘우리 삶을 다르게 보는 각도’로 바라보고 이용할 것을 권유한다. 다른 각도에서 본다는 것은 나를 객관화시킨다는 뜻이다. 함부로 덤비지 않고 불행 속에 빨려들지 않는 순간적인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주역의 64괘에서 28번 택풍대과澤風大過를 주목한 이유가 여기 있다. 택풍택과는 위로는 연못물이 출렁거리고 아래로는 센 바람이 불고 있다. 대들보가 흔들려 집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을 가리키는 괘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이런 때가 온다. 이 때를 닥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역에는 ‘독립불구獨立不懼 돈세무민遯世無悶’하라고 되어 있다. ‘홀로 서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에 나가지 않고 숨어 있어도 번민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독립불구 돈세무민’하겠다는 담대함! 인생에서 이 괘의 의미를 알고 자세를 갖춘다면 ‘점’ 따위는 보지 않아도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운명은 홀연히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조금씩 바뀌는 것 

저자는 인생 공부의 길에도 좌도左道와 우도右道가 있다고 말한다. 좌도는 빠른 길이고 우도는 느린 길이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좌도의 길은 피 · 땀 · 눈물을 흘리며 가는 길이다. 부모가 일찍 죽거나 집안이 망하거나 병에 걸리는 등 타고난 조건들이 피, 땀, 눈물을 흘리게 한다. 그 고통과 고비를 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부하면 인생 파탄의 길밖에 없다. 내 삶의 조건을 탓하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하면 어떻겠는가. 인생은 의외로 또 쉽게 풀린다.

천천히 가는 우도는 ‘독만권서讀萬卷書와 행만리로行萬里路’의 길이다. 만 권의 독서를 하고 만 리의 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독서는 역사책과 경전을 읽는다. 역사책의 묘미는 바둑처럼 복기復碁해보는 데 있다. 복기에서 교훈과 통찰 그리고 식견이 축적된다. 경전은 마음이 어지럽고 불안할 때 진정시켜 준다. 감정이 넘치지 않게 조절해 준다. 또 여행은 새로운 사건과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통찰이 오고 대범해진다. 그 에너지가 모여 인생의 크고 작은 불행과 위기를 최소화하여 넘길 수 있다. ‘타고난 팔자는 바꿀 수 없다!’ 저자는 철저한 운명론자이다. 그러면서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설득한다.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요가를 하고 불을 보고 달빛 강가를 걷고 악기 하나쯤 다뤄보라는 등. 이러한 매일 매일의 작은 노력들이 좋은 기운을 불러오고 운명의 흐름을 바꾼다. 결국 운명을 뚝딱 바꿀 수는 없지만 날마다 조금씩 노력하면서 비로소 ‘철이 든다’. 

철삿줄과 갈빗살의 조화, 오래된 이야기가 인생을 부드럽게 한다 

미국의 어느 통계학자는 상고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으로 태어나 살다 간 이들을 약 1,060억 명이라고 추정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남겨놓은 이야기는 얼마나 많을까. 살다보면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싶은 때를 만난다. 저자는 나라 안팎을 주유하며 수많은 이야기를 채집한 채담가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상식과 이성에 바탕을 둔 사회과학이 철삿줄이었다면 내가 터득한 강호의 동양학은 갈빗살이다. 갈빗살은 연해서 치아가 부실해도 먹기가 편하다. 철삿줄만 가지고는 나이 들어서 힘들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 철삿줄만 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쉰 살이 넘어가면 생로병사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부질없이 세월만 보냈다. 먹고 산다고 한평생 그냥 보내버렸구나.’는 허무감이 밀려온다. 철삿줄 가지고는 이 50세 이후의 허무감을 달랠 수 없다. 갈빗살이 좀 필요하다. 이 갈빗살은 도시적인 경쟁 메커니즘을 벗어나 산천에서 유람하며 사는 법을 안내한다. 유유자적하며 사는 삶이다.” 
이 책에는 작가의 땀 냄새 발 냄새 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가 모르는 역사적 사실들이 씨줄날줄로 엮여져 있다. 추노꾼을 피해 노비들이 최후까지 숨어들었던 한반도에서 가장 안전한 땅은? 왜 충청도는 옷, 전라도는 맛, 경상도는 집을 중시했나? 토끼가 지나는 길을 따라가야 했던 위험천만한 벼슬의 길은? 기러기의 비행을 떠올리는 항렬에 숨은 지혜는? 이 오래된 이야기들을 통해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온갖 경쟁에 내몰리며 점점 강퍅해진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넉넉해진다고 할까. 

1장 천시天時, 우주의 시계로 나의 위치를 가늠하다 : 삶의 유용함으로 접근하는 오래된 지혜 이야기. 신의 섭리는 세 가지로 나타난다. 지분知分, 지지知止, 지족知足이다. 자기 분수를 알고, 그칠 줄을 알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이것이 지명知命이다. 인생의 시행착오는 자기 분수를 모르고 과욕을 부리는 데서 온다. 과욕을 부리는 것을 ‘적극적’이라고 착각하고, 분수를 지키려는 노력을 ‘소극적’인 태도로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팔자의 핵심은 때를 아는 것이다. 내 인생이 지금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눈 내리는 한겨울에 씨 뿌리려고 덤벼드는 사람은 때를 모르는 사람이다. 

2장 지리地利, 길은 늘 사방으로 열려 있다네 : 땅 이야기. 풍수는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땅에 관한 이치, 즉 지리地理를 체계화한 조상들의 논리체계이다. 땅의 기운을 접함으로써 복을 얻고 화를 피하자는 것이다. 동네 장날도 주변의 풍수적 원리를 참고해 정할 만큼 자연의 이치를 받든 선인들, 핵심은 균형이다. 강한 부분은 눌러주고 약한 부분은 보강해주는 조화로움이다. 조화를 이루면 모든 것이 통한다고 보았다.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순응해온, 우리 땅 곳곳에 스며있는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새긴다. 

3장 인사人事, 빈손으로 와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갈 것인가 : 이상을 꿈꾼 혁명가, 풍류가, 철인哲人과 도사, 선비, 고승에서 재벌, 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사람살이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없으면 제 힘으로 만들며 가라, 입은 곤륜산처럼 무겁게 하라, 꽃을 보라, 토론하라……,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독립獨立’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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