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나쁜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방탄 심리학
[신간]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나쁜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방탄 심리학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19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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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사람'을 새롭게 조명해 국내 20만 독자에게 커다란 공감을 얻었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의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이 이번에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 심리 조종자에게 ‘자꾸만’ 걸려드는 심리 메커니즘을 밝히러 돌아왔다. 놀랍게도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영리한 사람일수록 심리 조종에 빠지기 쉽다. 역설적이지만 생각이 많고, 똑똑한 사람은 상대의 관점을 헤아리는 ‘역지사지’에 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약한 언행과 발뺌, 터무니없는 고집과 같은 난관에 직면하면 오히려 도전 욕구를 불태운다. “알고 보면 그 사람도 안됐어!” 혹은 “나는 그를 변화시킬 수 있어!”라며 굴하지 않고 이해의 여지를 찾는다. 그러나 심리 조종자는 자신의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고, 거짓말하고, 현실을 부인하고, 일부러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의 측은지심을 ‘악용’하여 자기 잇속을 챙기는 데 능하다. 

이 두 유형의 사람들은 놀랍게도 상호 보완적이어서 언뜻 궁합이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 심리 조종자는 생각이 많은 사람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뼈도 못 추릴 만 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이 책을 읽으면, 한 사람의 삶을 흡혈귀처럼 빨아 먹는 심리 조종자의 실체가 보일 것이다. 그럼으로 써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고, 진짜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생각이 많아서’ 행동이 느린데 그 사람은 ‘탁월한 결정력’을 가졌다. 나는 낯선 사람을 상대하는 게 어려운데, 그 사람은 누구와도 쉽게 친해진다. “넌 너무 예민해, 넌 유별나”라는 소리를 들어왔던 내게 “네 생각이 맞아, 나도 똑같은 생각이야”라고 말해준다.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사람과 나는 천생연분,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하지만 24년간 ‘심리 조종’에 대해 연구한 프랑스의 심리치료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말한다.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좀 필요하군요? 그 사람은 두 얼굴을 가진 심리 조종자랍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을 새롭게 분석해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의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이 이번에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 심리 조종자에게 ‘자꾸만’ 걸려드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밝히러 돌아왔다. 전작에서 생각이 많은 사람과 심리 조종자 각각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프티콜랭은 이후 심리 조종자에게 반복적으로 걸려드는 사람들을 상담하다가 이 둘 사이에는 ‘긴밀한 연결고리, 기묘한 궁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내게 상담을 받은 사람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지배 관계에서 빠져나와 두 다리 뻗고 살 수 있게 되자마자 기억상실에 걸린 듯 새로운 지배 관계에 발을 담근다……. 자기가 어떤 사람을 만나 욕봤는지 까맣게 잊고 또 다른 심리 조종자를 인간적이고 선의 넘치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다가간다.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면 자기가 들어갈 불구덩이를 제 손으로 열심히 파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 사실과 행동만 따져 봐도 명백한 상황을 왜 못 볼까? 너무 남을 쉽게 믿어서? 너무 관대해서? 아니면 사랑받고 싶고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이 너무 커서? -본문 21쪽 

저자는 그간의 연구 결과와 상담 사례들을 토대로 심리 조종자들의 행동과 활발하게 돌아가는 두뇌 기능 사이에서 발견한 상호 보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설적이게도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사람일수록 심리 조종에 빠지기 쉽다. 똑똑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 하고, 상대의 관점을 헤아리려 한다. 모든 오해도 대화를 통해 풀 수 있고, 자신의 선의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기에 타인도 그럴 거라 믿는다. 그러나 심리 조종자는 거짓말을 하고, 현실을 부인하고, 일부러 갈등을 조장한다. 애초에 악의로 똘똘 뭉친 사람과는 대화로 해결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의 대표적인 특징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감각 체계가 더 섬세하고 예민하게 발달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소리, 냄새에 민감하고 남들은 잘 입은 스웨터도 따가워서 못 입는다. 이들의 과민한 뇌는 모든 감각 정보를 쉴 새 없이 동시에 처리한다. 음식점에서 옆자리 대화를 굳이 엿듣지 않아도 듣게 되는 건 바로 이 타고난 감각 때문이다. 그런데 심리 조종자들은 요란하고, 냄새를 풍기고, 부수고, 망가뜨리고, 더럽힌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생각이 많은 사람의 ‘감각 공간’을 장악해버린다. 하지만 평생 “넌 너무 예민해” “유난 떤다”는 말을 밥 먹듯이 들어온 생각이 많은 사람, 즉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익숙하고, 그래서 심리 조종자에게 그만해달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과민한 감각을 타고난 사람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분위기, 어조, 발음, 조롱, 냉소, 암시 등에 민감하다. 그게 매일같이 당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심리 조종자는 피해자의 지나친 감수성을 가지고 논다. 당신을 동요시키기란 너무나 쉽다. 당신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죽겠다! 투우장에 있는 황소처럼, 당신은 심리 조종자가 흔드는 빨간 천에 감정적으로 돌진한다!

생각이 많은 사람의 두 번째 특징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관념들을 연결하고, 그것을 일관성 있게 묶어내려 매순간 애쓴다는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창의성과 독창성이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매력이다. 그러나 심리 조종자는 정신세계를 뒤죽박죽 휘젓는 것을 재미로 여긴다. 불분명하고, 모순적인 거짓 정보를 가득 채워서 생각이 많은 사람이 혼란에 빠지는 걸 보며 즐거워한다. 세 번째 특징은 ‘인지적 종결욕구’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미완 상태, 대기 상태를 못 참는다. 즉 뭔가를 하나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런데 심리조종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를 애매한 말을 내뱉고, 기다림을 질색하는 줄 알면서 늘 기다리게 만든다. 심리 조종자들은 생각이 많은 사람의 특징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을 찾아내서 자신의 잇속을 채우는 게 심리 조종자의 특기다. 기묘한 궁합, 놀라운 상호 보완성은 이렇게 완성된다. 

그렇다면 ‘심리 조종자’란 누구일까?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남들을 이용해먹을 궁리를 하는 것일까? 프티콜랭은 심리 조종자들을 일컬어 ‘코흘리개, 몹쓸 녀석, 악동’이라는 표현을 쓴다. 저자는 지능이 높은 사람이 악랄하고 계산적이라는 기존의 주장과 완전히 입장을 달리한다. 물론 심리 조종자에게는 나르시시즘, 피해망상, 증오심, 음흉한 속셈, 악의가 상당하지만, 이들은 어린애의 지능과 단순함을 가졌다.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똑똑한 정신적 과잉 활동인을 이용할 수 있는 걸까? 심리 조종자들이 마음대로 설치고 다니는 건, 바로 우리가 그들을 ‘잘 모르고’ 그렇기에 ‘내버려둬서’다. 

나는 심리 조종자가 어른의 외모, 성인으로서의 책임, 어른의 삶, 어엿한 성인 면허를 지녔지만 (안타깝게도) 정신 발달 단계에서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느 시점에 고착되었고 영영 그 상태로 굳어진 인간이라고 본다. 여러분은 겉모습에 현혹되어 어른을 상대한다고 생각하지만 속에는 (한두 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고여덟 살짜리 어린애, 그것도 어리석고 못되고 고집 세고 버릇없는 아이가 들어앉았다.

심리 조종자는 유년기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겪고서 자기 생존을 위해 생각을 차단한 사람들이다.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자의식, 슬픔, 감정이입, 삶의 기쁨도 느끼지 못한다. 쓰라린 경험으로 ‘심술’은 힘이 센 것, ‘친절’은 약해빠진 거라고 배웠다. 왜 어린 시절 운동장이나 화장실 구석에서 어리고 똑똑하고 약하고 친구가 별로 없는 아이를 괴롭히던 꼬마가 반마다 한 명씩 있지 않았는가. 바로 그 꼬마가 심리 조종자다. 자라서 어른 행세를 하고 살지만 그들의 정신머리나 행동거지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악랄한 방법으로 타인을 갉아먹는 이를 일컫는 ‘멘탈 스틸러, 에너지 뱀파이어,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변태’도 심리 조종자의 다른 이름이다. 차이점이라고는 ‘정신연령’뿐인데 정신적 성장이 몇 살에서 멈췄느냐에 따라서 이들을 구분할 수 있다. 심리 조종자의 경우 정신연령이 높아봤자 열두 살이 최대치다. 어린아이는 만 12세가 지나면 결정적 고비를 넘기고 성장을 완수할 수 있는데, 심리 조종자들은 그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심리 조종의 메커니즘은 ‘의심, 두려움, 죄의식’이라는 세 개의 열쇠로 압축할 수 있다. 이 세 개의 열쇠로 생각이 많은 사람의 빗장을 풀고 나면, 그다음은 식은 죽 먹기다. 심리 조종자는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의심’의 씨부터 심는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원래 함부로 확신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깜짝 놀라는 표정’ “그런 소리 들은 적 없어”라는 ‘현실 부정’ “네가 틀렸어”라는 ‘반대 주장’ 이 3종 세트를 흩뿌린 뒤 펄쩍 뛰고 잡아떼기만 해도 게임 끝이다. 의심으로 상대가 확신하는 것들을 차츰 뒤흔들어서 약하게 만드는 게 그들의 수법이다. 두 번째 열쇠인 ‘두려움’을 일으키는 건 더 쉽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비이성적으로 보일 만큼 두려움이 많다. 상처를 줄까 봐, 불쾌하게 할까 봐, 갈등을 일으킬까 봐, 관계가 소원해질까 봐, 거절당할까 봐, 이해받지 못할까 봐, 심지어는 놀림이나 비난당할까 봐 늘 두려워한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상상력이 차고 넘친다. 내가 여러분은 영화 제작에 소질이 있다고, 특히 아무 소재로도 재난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말해 봐야 요긴한 정보는 되지 못할 것이다. 얼룩말 인터넷카페에 정신적 과잉 활동인만 이해할 수 있는 유머가 한동안 나돈 적이 있다. “통화를 하다가 상대가 아무 말도 안 하면 차라리 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져요. 차라리 그게 안심이 돼요.” 이런 특성에 기대어 당신의 두려움을 자극하고 당신이 알아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게끔 내버려 두면 게임 끝이다. -본문 78쪽 

마지막 열쇠는 ‘죄의식’을 조장하는 것이다. 심리 조종자들은 매사에 책임이라고는 모른다. 뭔 일이 터지든 늘 남들이 잘못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이 많은 사람은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도 자기한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느낀다. 이 세 개의 열쇠는 자기 강화적인 순환 구조를 이룬다. 첫 번째 열쇠에 발동이 걸리면 두 번째 열쇠를 불러오고, 두 번째 열쇠는 세 번째 열쇠를 끌고 나오며, 세 번째 열쇠는 다시 첫 번째 열쇠와 연결되는 식이다. 이런 기제 때문에 한번 심리적 함정에 빠지면 쳇바퀴 돌리는 햄스터처럼 그 안에서만 뱅뱅 돌게 된다. 이런 심리 조종자가 친구나 상사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남편이나 아내 혹은 가족의 일원이라면 인맥이 사라지고, 일상이 파괴되며, 심지어 금전적인 손해까지 입음으로써 인생이 망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생각이 많은 사람은 심리 조종자의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둘 사이의 놀라운 상호 보완성으로 말미암은 필연적인 귀결인 걸까? 프티콜랭은 심리 조종자들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 생각이 많은 사람 쪽이 ‘사람 보는 눈’을 키우고,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게 할 때 심리 조종자가 함정을 파면서 다가오는 모습이 100미터 밖에서부터 보일 거라고 확신한다. 뼈아픈 사실이지만, 생각이 많은 사람의 특성은 그들을 심리 조종의 피해자로 만들기도 동시에 심리 조종자를 돕는 ‘공모자’로 만들기도 한다. 심리 조종자들의 행동에 대해서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는 ‘측은지심’을 발휘하여 ‘변호사 역할’을 자처할 때, 그들을 용서해줘야 한다는 ‘고약한 천사병’에 걸릴 때, 그들의 무능을 감춰주고, 못하는 것을 대신해줄 때 생각이 많은 사람은 ‘공모자’가 된다. 

악당을 도와주고 그에게 수단, 핑계, 알리바이, 보호를 제공하는 사람이 있다면, ‘공모자’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자, 이것이 여러분의 친절, 악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집, 화합하며 살고 싶은 욕구, 누구나 알고 보면 좋은 면이 있다는 신념, 남에게 도움이 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 결국은 사랑으로 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다. ‘가엾은 심리 조종자’들은 사랑이 부족해서 그렇게 못된 사람들이 되었으니 사랑을 충분히 받기만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여러분이 그들의 대의를 지켜 주고 그들의 파괴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프티콜랭은 심리 조종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첫째,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즉 ‘생각’이 아니라 ‘직감’을 믿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무슨 일이 있어도 넘어와선 안 되는 불가침권을 정해야 한다. 셋째, 예의 없고 일관성 없게 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이 바로 이거다. 평생 예의 바르고, 앞뒤가 같은 것을 삶의 원칙으로 삼아온 사람에게 이런 충고는 형벌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안하무인인 인간에게 상식과 예의가 통할 리 만무하니, 그런 인간에겐 똑같이 해줘야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때론 통쾌하지만, 때론 ‘뼈를 때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프다.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디테일하다. 하지만 심리 조종자들이 끼치는 피해란 정신적, 신체적, 금전적인 부분까지 그 범위와 규모가 막대하다. 그 점을 고려할 때 생각이 많은 사람이 해야 하는 노력 정도는 우스울 정도다. 게다가 ‘사람 보는 눈’까지 키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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