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가짜뉴스 때리기’ 숨은 목적은?
‘유튜브 가짜뉴스 때리기’ 숨은 목적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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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의원 “팩트체크를 위한 공신력 있는 기관 필요”…보수 유튜브 방송 위축 불가피

정부여당과 친여 성향의 매체들이 ‘민주주의 교란범’이라며 가짜뉴스 처벌강화 여론 확산에 앞장선 가운데, 민주당 가짜뉴스대책단장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4일 팩트체크를 위한 공신력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간 여권 발 가짜뉴스 이슈를 주도해온 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제작자를 검경 수사로 엄격하게 처벌하는 한편 새로운 기관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가짜뉴스로 해서 클릭 수가 많아지면 경제적 이익이 따라온다. 이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되는데 법은 여기에 전혀 대응을 못하고 있다”며 “정보 통신 제공자는 경제적 이익은 취하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우리 법의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유튜브 방송 인기 돌풍 즈음 가짜뉴스대책단을 꾸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박광온 의원
보수 유튜브 방송 인기 돌풍 즈음 가짜뉴스대책단을 꾸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박광온 의원

그는 또한 명예훼손죄와 정보통신망법을 적극 적용해 가짜뉴스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유포자, 제작자에 대해서 검경 수사로 엄정 처벌하고 또 방통위 같은 경우는 미디어 심사할 때 가짜뉴스에 대해서 어떻게 그 미디어가 다뤘는지 엄정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짜뉴스를 방치한 인터넷 사업자는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데 엄격히 제한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독일의 가짜뉴스 유통 금지법, 사회 관계망법과 같은 법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의 발언 가운데 특히 이목을 끄는 건 권위 있는 팩트체크 기관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박 의원은 언론진흥재단 등 언론계 전체가 참여하거나, 학계와 연계한 팩트체크 기관을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박광온 의원실 관계자는 4일 기자와 통화에서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도 가짜뉴스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증기관에 좌파시민단체, 학자들 대거 진출 예상

그러나 유튜브 방송 등 미디어의 팩트를 체크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게 되면 또 다른 규제와 여론 통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예를 들어 포털 네이버, 카카오의 뉴스 편향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기사배열공론화포럼과 같은 각종 기구가 생겼지만 편파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와 기사배열공론화포럼은 명목상 포털 뉴스의 공정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친문친여 성향의 좌파·시민단체·언론학계 인사들이 대거 진출해 사실상 정부가 포털 뉴스에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0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모든 언론사의 뉴스검색 진입과 퇴출 결정을 목적으로 출범한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는 언론인권센터, 경실련, 인터넷신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친문친여 성향의 각종 단체와 학자들이 다수 진출해 있다.

올해 초 발족한 기사배열공론화포럼도 정당 추천 몫으로 더불어민주당 추천 조 모 위원과 시민단체 추천 몫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추천 송 모 교수, 경실련 추천 윤 모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보수 정당과 보수단체 추천 인사는 없었다.

박광온 의원이 주장하는 ‘팩트 체크를 위한 공신력 있는 기관 설립’이 현실화 될 경우, 마찬가지로 이 기구가 ‘좌파의 일자리 창출’ 기능과 함께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또 다른 형태의 여론규제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현재 보수우파가 좌파를 압도하는 유튜브 방송도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황근 선문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팩트 체크를 위한 공신력 있는 기관 설립’ 주장이 여권발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또 다른 형태의 간접규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가짜뉴스 규제책, 사실은 좌파에 더 불리하다? 발끈한 정의당과 친여 언론단체

한편 정부여당발 가짜뉴스 규제 대책 마련 움직임이 본격화화면서 여론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여권발 가짜뉴스 공세에 그동안 잠잠하던 범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보수정부 시절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톡톡히 누려온 만큼 규제책이 진영을 떠나 궁극적으로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친언론노조, 좌파성향의 언론단체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개련)는 10월 9일 성명을 내고 “처벌과 단속 위주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부작용만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개련은 “우리나라처럼 이미 다차원적으로 강력한 표현규제 제도를 갖춘 나라의 경우 새로운 표현 규제를 도입하는 데 엄격한 기준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공개하려던 ‘범정부 허위·조작 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발표를 돌연 취소했다. 같은 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보완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언개련은 “가짜뉴스를 둘러싼 온갖 소란스러운 논란에도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법안마다 ‘가짜’의 개념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처벌 강화는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 규제는 규제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며 “대상이 모호하면 과잉 규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표현 규제 강화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언개련은 “우리 사회는 명예훼손 형사처벌이나 인터넷 실명제처럼 강력한 표현 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이런 법·제도들은 지난 10년간 주로 시민을 입막음하는 도구로 활용돼 왔다”며 “문재인 정부는 표현의 자유 신장을 약속했는데 가짜뉴스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표현규제 논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정부·여당이 할 일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아니라 여론 조작과 혐오 표현에 대응할 수 있는 건강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가짜뉴스 대책은 학계와 시민사회 중심으로 차분하게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 친화적인 정의당도 가짜뉴스 규제 대책에는 반대하는 모양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10일 국무조정실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 때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향해 “언론자유를 위해 싸웠던 언론인 출신 국무총리가 가짜뉴스를 ‘사회적 공적(公敵)’으로 단언하고 검경의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지시한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혜선 의원은 계속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 유관기업이 모여 ‘가짜뉴스대응방안 간담회’를 가지고 허위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허위정보를 국가가 나서서 잡는 행위’이자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가짜뉴스 근절 관련) 정부 발표에 미리 우려를 표한다”며 “규제 대상이 명확하지 않는 대상을 향한 규제는 과잉 규제를 초래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까지 가짜뉴스의 정의조차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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