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조 원 대북차관 이자도 못 받아...."판문점선언 이행에는 최소 103조 원"
최소 1조 원 대북차관 이자도 못 받아...."판문점선언 이행에는 최소 103조 원"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8.10.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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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정감사 당시 대북차관 총액 1조 343억 원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이 4712억 원이라는 자료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전체 비용이 100조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판문점선언이 우리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눈속임을 하기 위해 2019년에 소요되는 비용만을 계상해 국회에 제출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국내 일각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북한에 빌려준 돈도 아직 받지 못했는데 또 다시 퍼주려는 거냐”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지난 정권들이 북한에 준 돈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 돈이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몇 차례 지적이 나왔다.

2016년과 2017년 언론 보도

2017년 10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수출입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빌려준 차관이 1조 343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북한이 갚은 돈은 불과 27억 원. 이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2017년 9월 말까지 북한이 연체하고 있는 돈은 1억 달러(한화 약 1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RFA 보도에 따르면 이 돈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정부의 허락을 받아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한 돈이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대출도 포함돼 있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지난 5년 동안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한 대북차관과 개성공단 투자기업에 대한 대출 연체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 가운데 개성공단 투자기업에 대출해줬다 연체된 액수는 2000만 달러(한화 약 220억 원) 가량에 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한국수출입은행은 당시 “북한에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분기마다 중국 베이징 사무소를 통해 평양 조선무역은행에 차관 상환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내고 있지만 아무런 답변도 못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RFA는 “한국 정부가 대북차관 상환 기한으로 정한 2037년까지 매년 3000만 달러(한화 약 330억 원)씩 상환 기일이 돌아오는데 현재 상태라면 연체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내용은 그 전에도 여러 차례 보도됐다. 2016년 2월 18일 <뉴데일리>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제공한 대북차관이 22억 4185만 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2조 7417억 원)에 이르며 연 이자가 100억 원 대”라고 보도했다. 뉴데일리가 인용한 자료는 통일부가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자료였다. 이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 정부는 쌀 240만 톤과 옥수수 20만 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남북 철도·도로연결 사업용 자재 1억 3278만 달러(한화 약 1623억 원)어치, 2007년 북한 경공업 활성화 명목으로 섬유·신발·비누 등 94개 생필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000만 달러(한화 약 978억 원) 등을 북한에 ‘차관’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식량 차관은 원금 7억 2004만 달러(한화 약 8800억 원)으로, 북한은 이를 연 1% 이자율(연체이율 2%)로 10년 거치 20년 상환하는 방식으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첫 대북식량차관 제공 합의서는 2000년 9월 26일 체결됐다. 이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식량 차관 제공 합의 및 계약을 6차례 체결했다. 이에 따른 대북식량차관 이자는 총 1억 5528만 달러(한화 1900억 원)였다. 연 이자로 보면 621만 1200달러(한화 약 76억 원)이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북한이 원금은 커녕 이자를 내지 않아도 그리 독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달랐다. 2012년부터 차관 상황을 17차례 독촉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용 자재로 북한에 준 차관은 10년 거치, 20년 원리금 분할 상환 조건이었다. 연 이자는 1%. 노무현 정부는 정권 마지막인 2008년 1월 17일까지도 350만 달러(한화 약 40억 원) 상당의 자재를 북한에 제공했다. 해당 사업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중단됐지만 북한은 차관의 원리금도 갚지 않았고, 받아간 자재도 돌려주지 않았다. 북한이 그나마 일부라도 갚은 것은 경공업 원자재 제공이었다. 북한은 이후 이 차관 상환대금이라며 240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 상당의 아연 1005톤을 보냈다. 그게 다였다. 북한이 이렇게 빌려간 돈 가운데 매년 내야 할 이자만 10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 정부가 북한에 준 돈은 차관보다 그냥 준 돈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영 “김대중-노무현 정권, 北에 퍼준 돈 8조 3800억”

2008년 9월 진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중앙 부처, 지자체, 민간단체가 북한에 준 유·무상 지원금은 총 8조 380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여기에는 현대그룹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지불한 4억 5000만 달러(한화 약 5090억 원), 금강산 관광 대가로 지불한 4억 달러(한화 약 4500억 원) 등 기업 차원에서 북한에 준 돈은 제외한 액수”라고 밝혔다.

진영 의원은 “2002년 10월 2차 북한 핵위기가 불거진 직후에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대북지원액은 5조 6777억 원으로 김대중 정부 때의 2조 7028억 원의 두 배가 넘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의 주장은 통일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한 분석이었다.

진 의원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합의에 따른 경수로 건설과 쌀 지원 등의 명목으로 2조 4031억 원, 북한에 지원하는 쌀의 가격을 국제시세로 낮추기 위해 사용한 양곡회계지원금 2조 5106억 원 등이 있었다. 또한 북한에 비료 등을 무상지원 하는데 든 돈 2조 7704억 원,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대북 무상지원을 한 금액이 6964억 원이었다.

당시 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하면서 한국을 협박할 때면 더 많은 대북지원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극에 달했던 2003년에 1조 5632억 원을 북한에 지원해줬고,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2005년에 1조 4794억 원을 지원해 줬다고 한다. 진 의원은 당시 “2000년에 처음 지원해준 쌀 차관은 거치 기간이 끝나는 2010년부터 첫 원리금 상환 시점이 돌아오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쌀, 경수로 건설 때 북한에 준 차관 2조 4031억 원 대부분을 돌려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남북 교류가 거의 없었던 올해도 과거 정부가 합의한 경수로 및 개성공단 사업 비용지원과 민간 차원의 지원이 계속 이어져 총 2113억 원의 대북지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집계 방식과 자료에 따라 대북지원에 들어간 금액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북한에 빌려준 돈을 못 받고 있다는 사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목함지뢰 도발 후에도 대북지원이 있었다는 대목은 사실과 일치한다.

통일부가 2018년 3월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1년 정부 무상지원 65억 원, 민간 무상지원 131억 원, 2012년 정부 23억 원, 민간 118억 원, 2013년 정부 133억 원, 민간 51억 원, 2014년 정부 141억 원, 민간 54억 원, 2015년 정부 140억 원, 민간 114억 원, 2016년 정부 2억 원, 민간 28억 원, 2017년 민간 11억 원 등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총 1011억 원이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통일부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인도적 대북지원은 1995년 북한이 수해를 입은 뒤 국제사회 등에 지원을 요청해온 것을 계기로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차원에서 시작됐다”며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대북지원 총액은 3조 2871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된 경수로 건설비용,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현대그룹이 건넨 돈, 자료에서 나온 무상지원을 빼면 북한에 제공한 차관 규모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북한에 빌려준 뒤 못 받고 있는 돈이 새삼 화제가 되는 것은 바로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 때문이다. 지난 9월 11일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정부가 비준하도록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3항에 따라 동의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 비준동의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 4712억 원 vs 국회 최소 100조 원 이상

이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에는 관련 예산 내역도 포함돼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성향의 언론들은 “북측 지역에 대한 현지조사, 분야별 남북간 세부합의 등을 통해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연도별 비용 추계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정부 측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그리고 “2019년 판문점선언 이행이 드는 총 비용은 4712억 원”이라고 보도했다.

세부적으로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에 무상지원 1864억 원, 차관 1087억 원, 북한 녹화사업 무상지원 1137억 원, 사회문화체육교류 205억 원, 이산가족 상봉 336억 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 83억 원 등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해당 사업과 관련해 이미 배정돼 있는 예산이 1726억 원이어서 실제로 늘어나는 예산은 2986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들은 갑론을박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 10월 3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자료 하나를 내놨다.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자료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했다. 제목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관련 사업전망’이었다.

예산정책처는 “대북제재 해제가 선행되어야 판문점선언 이행이 가능한 현재 시점에서는 남북경제협력, 사업규모, 사업비 산출방식 등이 확정되지 않아 추계에 어려움이 있었고,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자료 협조 미흡, 대북관련 자료 부족 때문에 정확한 비용 추계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관련 기관들의 협조를 얻어 대략적인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을 추계했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가 국토연구원, 금융위원회 등 정부 기관들이 발표한 분야별 소요비용을 취합한 결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전제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통신망 구축 및 현대화, 농업 현대화, 관광산업 지원, 산림녹화, 보건의료체계 개선, 개성공단을 포함한 경제특구 등 산업단지 조성 등 11개 분야에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103조 2008억 원, 최대 111조 466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이와 별개로 예산정책처는 만약 남북한이 2026년에 통일에 성공할 경우에는 주요 시나리오에 따르면 추가로 2316조 원에서 4822조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해당 자료를 공개한 강석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선언 이행비용 추계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드러났다”며 “정부 기관의 각종 소요비용만 합산해도 최소 103조 원의 비용이 드는데 문재인 정부는 2019년 한 해 예산인 4712억 원만 편성해 국회는 물론 우리 국민 모두를 기만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강석호 의원은 “북한과의 부속합의, 공동조사 등 구체적 협의도 없이 어떻게 비용을 추계했는지 근거도 알 수 없다”면서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제3항에 따른 ‘중대한 재정적 부담’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남북경제협력의 전제 ‘북한 비핵화’와 ‘김씨 왕조 해체’

문재인 정부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어 북한에 퍼주고 싶어 하는 모양새를 자주 비추고 있다. 다만 북한 비핵화 문제가 국제안보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임을 인식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한 비핵화 실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일 ‘10·4 남북공동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한 160여 명의 북한 체류비용 2억 8000만 원을 정부가 북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개성공단에 남북연락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북한 내부로 각종 장비와 건설자재를 반입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지키면서 남북 간의 상시연락사무소를 설치하려면 판문점 비무장화와 연계해 공동관리구역(JSA)에 건설해도 되는데 개성공단을 고집하면서 “이건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외에도 곳곳에서 “어떻게 하면 북한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우리 민족의 통일은 민족끼리 결정한 사안”이라며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 EU 등은 중국, 러시아처럼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 핵무기 및 운반수단 폐기 및 개발 포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 중단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모두 북한 김씨 왕조의 연명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에게 핵무기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지렛대’다. 북한 주민들을 억압하고 괴롭히는 감시 체제와 정치범 수용소 같은 인권 유린 제도는 정권 유지에 필수적인 체계다. 국제사회는 김정은이 이 두 가지만 바꾼다면 엄청난 경제지원을 해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두 가지만 바꾸면 환상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돕겠노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이런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에서 권력을 내놓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목숨을 버린다는 의미라서다. 때문에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그저 트럼프 정부가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것을 목표로 이리저리 말을 바꾸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지원은 김씨 왕조를 연명케 하는 생명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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