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래의 단서... 세계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최후의 세계 트렌드 예측 보고서 
[신간] 미래의 단서... 세계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최후의 세계 트렌드 예측 보고서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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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메가트렌드》가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반인들이 일상에서는 느끼기 힘든 중요한 변화들을 이토록 충실하게 정리한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진가는 오히려 시간이 지면서 드러났다. 존 나이스비트가 예측했던 10가지 변화는 너무도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마치 나이스비트가 세상을 조종이나 하는 듯 《메가트렌드》에 적힌 변화들이 일어났다. 그렇게 존 나이스비트는 앨빈 토플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자리를 굳혔다. 

1980년대면 우리가 당연한 듯이 누리고 있는 웹 자체가 이제 막 개발되었을 시점이고 전국적인 통신망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다. 그 시기에 나이스비트는 산업 사회가 정보 사회로 이행할 것이고,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적절한 정보를 가공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전문가들이 중요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또 기술이 앞으로 엄청난 속도로 쏟아지고 변화할 것인데, 그런 시대에는 기술 자체뿐만 아니라 기술과 인간성의 조화가 중요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제품 디자인 더 나아가 여러 안전 문제의 중요성을 30년 전에 이미 지적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런 두 가지 커다란 변화가 세계화의 심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 산업 요충지의 변동과 그에 따른 지역 불균형, 개성과 다양성의 강조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 장담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말들을 놀랍게도 35년에 예측한 것이다. 《메가트렌드》는 지금 읽어도 별로 어색함이 없다. 

나이스비트는 그 이후로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메가트렌드》에서 지적했던 변화들을 하나하나 더 구체적으로 살피고 그 의미를 밝히는 한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발전에 주목하여 자료를 모으고 분석했다. 그 결실은 여러 권의 책으로 나와 많은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변화는 대체로 1982년에 썼던 내용의 심화였기에 아쉽게도 《메가트렌드》에 이어지는 새로운 미래 예측서를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반세기에 가까운 연구를 정리하면서 그는 지금이 15세기 르네상스에 버금가는 대변혁의 시기라고 진단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길잡이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을 많은 이들을 위해 앞으로 무엇에 주목해야 하고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정리하여 내놓았다. 

멀찌감치 떨어져 거시적인 시야로 인류의 역사를 보면 몇 번의 대변혁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 가장 최근의 근본적인 대변혁의 시기를 고르라면 단연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 혁명이 진행되었던 15~17세기이다. 나이스비트는 정보화와 세계화가 깊어져 그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고 있는 바로 지금이 새로운 르네상스의 시기라고 말한다. 

“15세기 유럽에서는 새로운 기계식 활자와 인쇄술이 발명되면서 정보와 통신 혁명이 일어났으며, 이를 통해 일부 상류 특권층만이 누리던 교육의 기회가 일반 대중에게로까지 확산되었다. 또한 도시가 성장, 발전하면서 일반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풍요로움도 늘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가톨릭교회가 쥐고 있던 헤게모니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인터넷은 당시 인쇄 기술과 비슷하며 이를 통해 수백, 수천만 명의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의견을 교환하고 영향을 미친다. 각 개인이나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제한된 지리적 영역과 자신의 전공 분야 안에서 개별적으로만 활동하지 않으며 전 세계적인 성장과 발전의 일부분을 이룬다.”

여기서 새로운 르네상스라는 것은 단순히 트렌드가 변한다거나 경제 구조가 변한다거나 하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한 나라의 정치경제 체제는 물론이고 국제 질서 전체가 변한다는 의미이다. 서구의 경우 르네상스로 기독교적 세계가 무너졌고, 동시에 세계 질서의 중심은 중국에서 서구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의 결말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결말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변화의 중심이나 원동력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그런 지식은 정확하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지는 않지만, 선택을 할 때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지는 알려준다. 즉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는 충분히 현재 속에서 길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좁은 변화에 매몰되지 않고 시야를 넓히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근 출간되는 대부분의 책들은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 그리고 그 혁신이 가져올 생활의 변화에 주목한다. 일자리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최근 몇 년 간 많은 책들이 나왔다. 물론 현재 일어나는 기술 혁신은 매우 중요하며 나이스비트 역시 한 장을 할애하여 이 변화들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기술 혁신이 전 세계의 국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야 나에게 어떤 기회가 있는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기술 혁신도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잘못 설계된 금융 시스템, 그리고 한계에 봉착한 대의민주주의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미국이 주춤거리고 있다. 누구도 경제 체제에서든 정치 제도에서든 과거 20여 년 전 만큼 미국을 바람직한 세계 표준이라고 믿지 않는다. 유럽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유럽연합을 야심차게 출범시켰으나 회원국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너무 달라서 고전하고 있다. 
그 사이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킹할 수 없는 안전한 통신이 가능한 양자 통신 위성을 발사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중국은 큐비트 기반의 통신 방식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고대 중국의 철학자인 묵자의 이름을 딴 이 작은 위성은 네이멍구 지역 고비 사막에 있는 주취안 위성 발사 기지에서 2016년 8월 16일 오전 1시 40분에 발사되었다. 중량 600킬로그램의 이 위성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중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을뿐더러, 지금까지 남의 뒤만 밟아 따라가던 시대를 마무리하고 남보다 앞서 나가는 시대를 열게 되었다.”

중국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 서던 벨트라 불리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국가들도 새로운 기술과 적극적인 투자의 힘으로 자라나고 있다. 한국, 대만 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을 배출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의 허브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베트남이 보여주고 있듯, 여전히 성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몇몇 나라들 역시 어두웠던 과거를 뚫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중심에는 최신 기술들이 자리하고 있다. 열악한 시장과 금융 제도를 발달한 통신망과 통신 기기 그리고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로 극복하며 전 세계 중산층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으며 첨단 기술을 활용한 기업이 우후죽순 성장해 나갔다. 학생은 최신 기술 덕분에 동영상을 보며 뛰어난 교사의 지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특히 이런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던 각 지역의 학교가 큰 도움을 받았다.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나이든 농부가 동영상을 통해 새로운 농사법을 배우고 여성이 가내 수공업으로 만든 물품을 온라인 장터를 통해 판매하는 등의 발전을 여러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기술의 진보와 발전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 중산층의 부흥은 없었을 것이다.”

이 변화를 보지 못하고 개발 도상국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산업에 집착하거나, 새로운 소비 계층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21세기 초반 정도일 것이라 나이스비트는 예상한다. 

이 책의 5장은 그간 많이 논의 되어온 첨단 기술들의 의미를 종합하여 일자리를 비롯한 우리 삶의 문제를 고찰한다. 이미 사용되고 있는 인공 지능,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 인터넷, 로봇, 블록체인 등의 기술과 현재 개발 중인 3D프린팅, 큐비트, 양자 컴퓨터 등이 합쳐지면 일상과 산업 전체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 시대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나이스비트는 첨단의 디지털 기술들이 없앨 일자리 때문에 벌벌 떨기보다는 새로운 기계들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인력을 만들어내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는다. 

“‘인간 노동의 종말’은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와 비슷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농업 시대에서 산업 시대로 전환되는 동안에도 그랬고, 조립 라인이 도입되고 로봇이 그 라인에 들어가 인간 대신 일하게 되었을 때도 그랬다. 개인 컴퓨터가 등장해 많은 사무직 직원의 일을 대신하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점점 더 적은 인원으로 점점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로 한 걸음씩 발전해 왔다. 그러면서 산업 자동화의 수준 역시 계속 심화되었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볼 때 일자리 문제는 전반적으로 잘 해결되었다. 모든 구조적 변화 뒤에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기존의 산업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사람들이 옮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나이스비트는 중국의 로봇 제조 회사인 시아순이 독일의 토이틀로브 직업 교육 학교를 사들인 사례를 소개하며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나갈 인재의 양성이 미래를 기회로 만드는 핵심이라 지적한다. 국가와 기업이 학습과 교육 과정을 정비하는 일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 관리, 정보 보안 등 새로운 기술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바로 그곳에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기술에 매몰되어 인문학과 예술이 제공할 수 있는 사고력, 통찰력, 상상력을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나이스비트가 보기에 오히려 우려스러운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정치다. 인터넷의 발달과 각종 플랫폼의 성장으로 텍스트 검증의 역할을 하던 기존 언론과 출판사들이 점차 영향력을 잃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여론을 조작하는 일이 쉬워졌다. 게다가 알고리즘이 발달하고 사용하기가 쉬워지면서 SNS에 자동적으로 특정 정보를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른바 ‘소셜 봇’들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잘못된 정보를 만들고 퍼뜨리기 너무 쉬워졌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개인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기가 점점 어려지고 있는 탓이다. 왜곡된 여론은 잘못된 정치적 선택이 된다. 결국 우리가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교육과 각종 제도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느냐가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불평등, 차별, 혐오, 갈등, 환경 문제 등 우리 앞에는 이미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분명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이다. 나이스비트는 ‘문제’에 주목해서 그 ‘해결’에 너무 매몰되지 말 것을 주문한다. 그렇게 되면 지나치게 상황을 비관적으로 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포기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 자체의 해결이 사실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과정에서 자연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1880년대 런던을 사례로 기회 지향적 태도의 중요성을 말한다. 

1880년대 런던은 세계의 중심지로, 넘치는 활력과 가능성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 런던도 한 가지 큰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으니 바로 말의 배설물이었다. 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전이라 사람들은 마차를 이용했는데, 세계 경제의 중심지였던 런던은 이 마차의 왕래가 세계 어느 곳보다 많았다. 그리고 그 많은 마차만큼 그 마차를 끄는 말의 배설물도 엄청났다. 이 배설물 문제는 도시 위생을 비롯해 심각한 사회 문제와 연관되어 있었고 급기야 런던의 일간지들은 재앙을 경고했다. 다양한 단체가 꾸려져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고자 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세계의 대도시들을 긴장시켰던 말똥 문제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렸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 아니었다. 칼 벤츠가 말 없이도 움직이는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문제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나이스비트는 현재를 고민하고 미래를 내다볼 때 이 역사적 사례를 마음속에 담아둘 것을 주문한다. 인간 사회에는 여러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고, 미래가 마냥 밝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상황 속에는 위기뿐만 아니라 반드시 기회도 들어있으며, 그 기회를 잘 이용한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음을 믿는다면, 메가트렌드를 정복하여 자신과 인류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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