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자들이 분열하면 권위주의자들의 먹잇감 된다”
“자유민주주의자들이 분열하면 권위주의자들의 먹잇감 된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1.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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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길 전 서울대 교수, 31일 통일지도자아카데미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대통령도 모르는 자유민주주의 바로 알기’ 특강

“시청 앞 광장의 집회를 공권력으로 막았다면, 이것은 국가의 적극적 자유인가, 아니면 방종인가? 저항을 하지 않으면 국가의 자유로 시민이 인정하는 셈이고, 저항을 하면 국가가 방종을 했다는 문제 제기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유주의에서 자유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방종은 적절한 제재를 가해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국가의 방종이든 시민의 방종이든 마찬가지다.”

10월 31일 세계일보가 주관하는 제8기 통일지도자아카데미 강사로 나선 안병길 전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 위기가 자유와 평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자유민주주의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서 출발하는데 우리의 윤리, 도덕교과서는 이타주의와 공동체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유니홀에서 한 시간 남짓 진행된 강의에서 안 교수는 2010년 펴낸 저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동녘 펴냄)> 에센스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정리를 시도했다.

안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는 상대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정치적 선택에서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는 인식론”이라며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도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더 좋은 이념이나 체제가 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안 교수의 진단은 2010년 보수정부를 겨냥한 비판적 견해로 비쳐지지만,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걸었음에도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요소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발전 양상을 보면 앞으로 더 자유민주주의적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며, 이미 그런 징후들이 보인다. 지금은 전체주의적 요소, 봉건적 요소, 근대적 요소, 전통적 요소, 현대적 요소, 자유민주주의적 요소 등이 뒤섞여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유민주주의적 요소가 점차 우월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 사회 제도뿐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도 그렇게 변해야 할 것이다”

31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유니홀에서 열린 제8기 통일지도자 아카데미에서 안병길 교수의 특강이 진행됐다.
31일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유니홀에서 열린 제8기 통일지도자 아카데미에서 안병길 교수의 특강이 진행됐다.

“권위주의자와 자유민주주의자가 맞짱 토론을 하면 누가 이길까? 권위주의자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럴까? 권위주의자는 스스로 권위가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자신이 아는 지식이 절대적 진리에 가깝다고 믿는 속성이 있다. 반면 자유민주주의자는 지적 상대주의에 바탕을 깔고 있어서 상대가 옳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권위주의자는 자신이 믿는 바를 계속 주장하고, 자유민주주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게 된다. 어떤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자가 고군분투하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맞짱 토론과 같은 상황이 된다. 심지어 독불장군이라는 공격을 받거나 권위주의자들의 집단공격으로 왕따가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자들은 서로 도울 필요가 있다. 분열되면 좋은 먹잇감이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안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는 건전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활성화되어야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착하지 않고 바르지 않게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서로 더 조심하게 되고 더 존중하게 되는 세상이 자유민주주의 세상”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남의 소중한 자유를 짓밟으면서 마음대로 하는 것은 방종이 되고, 저항을 받아 처벌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원리”라며 “이런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를 명심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힘껏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지난 대선정국에서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에 도전했던 자신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그에게 설명하고 “왼쪽은 문재인이지만 오른쪽은 아무도 없다. 대선 전략으로 진짜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한다면 문 후보와 1대 1로 붙었을 때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그렇게 되면 이념논쟁이 벌어질 게 아닙니까?’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안 교수는 이 같은 반응을 접하고는 ‘이 양반이 이념을 싫어하는 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안 교수는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도 “(지난 번) 국가주의 논쟁은 지금은 핀트가 안 맞는다”며 “한국당은 지난날을 반성하고 앞으로 무엇을 제시할 것인지 담론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병길 교수는 미시간주립대 정치학과, 서울대 국제지역원(국제대학원) 교수를 역임하고 (사)우리정책협력연구원 원장, 미국 실리콘밸리 Dasan Networks Inc. CEO를 지냈다. 전북대산학협력교수를 거쳐 국민의당 외교통일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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