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休戰) vs 정전(停戰) ....남북 협공에 몰린 유엔사
휴전休戰) vs 정전(停戰) ....남북 협공에 몰린 유엔사
  •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 승인 2018.11.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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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마크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그리고 중공군 대표로는 팽덕회가 서명하면서 휴전협정(Armistice)이 체결되었다. 분명히 한반도는 현재까지 휴전(Armistice)상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휴전(休戰)이라는 말보다 정전(停戰)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현 상황을 ‘정전체제’라고 말한다.

‘휴전’과 ‘정전’은 비슷한 듯하지만 말의 의미도 다를 뿐더러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전(Cease fire)은 일시적으로 제한된 지역에서 잠시 교전을 중단하는 약속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프랑스, 독일군은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전투를 중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전은 피아간에 구두(口頭)로 체결하며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이다. 그러나 휴전(Armistice)은 비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문서로 합의하는 공식협정이다. 휴전은 제한된 전투지역이 아니라 육해공 모든 전투지역에 해당한다. 협정 당사자도 정부 간 또는 군의 총사령관 사이에 체결된다.

이렇듯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휴전체제라는 말보다는 정전체제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자로 표시하면 정전(停戰)이다. 전쟁을 그쳤다는 의미다. 전쟁을 그쳤으니 이제는 전쟁을 끝내는 종전(終戰)선언으로 이어지면서 평화협정(平和協定)으로 가자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것은 한국 내 반미단체와 극렬좌파단체가 늘상 주장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은 부지불식간에 현혹될 수 있는 논리다. 특히 선언적으로나마 종전선언이 발표되면 휴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유엔군사령부는 그 존재 의미가 크게 훼손된다. 자연적으로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마저 사라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휴전체제가 아닌 정전체제와 종전선언의 밑그림이다.

판문점에서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를 위한 3자간 협의체 회의/ 국방부 제공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끈질기게 주장하는 북한과 반미단체

6?25전쟁으로 창설된 유엔군사령부는 대규모 전쟁을 치른 전무후무한 유엔군사령부다. 유엔사는 1950년 6월 27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제1511호(유엔의 대북한 군사제재 결의)와 1950년 7월 7일 유엔 안보리 결의 제1588호(유엔군 통합사령부 설치 결의)의 근거에 따라 창설되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511호는 북한군의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평화를 파괴하는 요인이 된다고 단정하고, 전쟁행위의 즉각적인 중지의 요구와 국제연합 회원국들이 이 지역에서 무력공격을 격퇴하고 국제평화와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대한민국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결의에 따라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1950년 7월 8일 맥아더 원수를 유엔군사령관에 임명했고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기를 미군에 이양했으며 이에 따라 1950년 7월 24일 일본 도쿄에 유엔군사령부가 창설되었다.

사실상 유엔군사령부의 모체는 미군 극동사령부(Far East Command)로서 맥아더 장군이 최고사령관을 겸임했다. 미 극동군사령부는 북한이 남침을 하자 미 8군을 그대로 한국에 파병했다. 당시 미 8군 예하 사단은 1기병사단, 7보병사단, 24보병사단, 25보병사단이었다. 이 중 규슈에 주둔하고 있던 미 24사단은 한국에 가장 먼저 투입되었다. 일본 도쿄에 있던 유엔군사령부는 1957년 7월 1일에 와서야 서울 용산으로 이전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줄기차게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요구했다. 그것은 곧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엔 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김인철 서기관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열린 73차 유엔 총회 6(법률)위원회 13차 회의에서 “긴장 완화와 평화를 향한 한반도 상황 전개에 근거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유엔사는 해체돼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과 유엔사 해체는 무관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말과는 달리 북한의 유엔사 해체 의도는 비핵화 조치에 대한 대가로 종전선언을 요구했을 때부터 제기됐던 내용이다.

북한은 유엔군사령부 서울 이전 60주년이었던 2017년 7월 1일에도 유엔사 해체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북한의 대외선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 보장의 견지로 보나, 유엔이 국제기구로서의 체면을 회복하는 견지에서 보나 유엔군사령부는 더 이상 존재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조선통신은 “미국이 유엔사를 강화하는 것은 유엔의 간판 밑에 제2의 조선전쟁을 도발하여 우리를 군사적으로 압살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유엔사를 지체 없이 해체해야 하며, 남조선에서 침략 무력과 모든 살인 장비들을 걷어서 당장 물러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은 집권 1년차였던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압박을 가했다. “새로 집권한 남조선 당국 역시 이번 조선전쟁 발발 67년을 계기로 유엔군 고용병(참전용사)들을 끌어들여 존경과 감사니, 희생정신을 기린다느니 뭐니 하며 역겹게 놀아댔다”고 북한조선통신은 보도했다.

2007년 11월 5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홍근수, 문규현, 임종철 공동대표 등은 ‘작전통제권 완전 환수! 유엔사 해체! 미군 없는 평화협정 체결 촉구!’주장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엔사 해체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주장과 분명하게 맥을 같이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단순한 평화협정 체결이 아니라 ‘미군 없는 평화협정체결’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평화협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 유엔총회 제 6위원회에서 또 다시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 유엔주재 북한 김인철 서기관
2018년 유엔총회 제 6위원회에서 또 다시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 유엔주재 북한 김인철 서기관

1975년 북한이 주도한 비동맹의 유엔사 해체 결의안

그러나 1971년 10월 25일 중화민국(대만)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자리를 박탈당했다. 유엔 총회 2758호 결의에 따라 중화민국(대만) 대신 중화인민공화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에 올랐다. 비동맹 외교에 주력하던 북한은 1975년 8월 북한은 페루에서 개최된 비동맹 외상회의에서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된 중국과 비동맹회원국의 전폭적 지지를 얻은 북한은 유엔 총회에 ‘유엔사 해체 결의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2일 유엔 총회에서 북한 김인철 서기관이 또 다시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 것도 1975년 유엔 총회에 제출했던 유엔사 해체 결의안에 근거한 것이다.

1975년 유엔 총회에서 남북 간 표 대결은 치열했다. 북한은 비동맹국들을 부추겨 같은 해 30차 유엔 총회 ‘유엔군 사령부의 무조건 해체, 주한 외국군 철수,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대체’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 ‘제3390 B호’를 제출했다. “① ‘유엔군 사령부’를 해체하고 유엔 기치 아래 남한에 주둔하는 모든 외국군을 철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간주한다. ② 정전협정의 실제적 당사자들에게 ‘유엔군 사령부’의 해체 및 유엔 기치 아래 남한에 주둔하는 모든 외국군의 철수와 관련하여 한국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유지,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로서 한국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치하도록 촉구한다”는 것이 북한이 제시한 유엔결의안 ‘제3390 B호’의 핵심이다.

유엔사 해체(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은 지금까지 북한이 주장하는 일관된 대남정책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에 맞서 남북대화의 계속 촉구, 휴전협정 대안 및 항구적 평화 보장 마련을 위한 협상 개시 내용의 결의안 ‘제3390 A호’를 제출했다. 유엔 총회는 남북한 결의안 모두를 통과시켰다. 그동안 북한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에 비한다면 당시 북한은 크나큰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북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에 대한 반발로 정부는 ‘UN-Day’ 공휴일 지정을 폐지했다.

중국과 비동맹 국가들의 대거 유엔 가입으로 결국 유엔사 기능에 한계점이 표출되었다. 한미 양국은 유엔사 기능 중에 전투사령부의 기능을 별도로 분리하여 1978년 한미연합사를 창설하게 된다.

본질적 위기에 처한 유엔군사령부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에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대한 지휘권을 넘긴 이후 ▷군사정전위원회의 가동, ▷중립국 감독위원회 운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파견 및 운영, ▷비무장지대(DMZ) 내 경계초소 운영, ▷북한과의 장성급 회담 등 휴전협정과 관련한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9·19 남북군사합의서는 유엔의 권한과 기능에 정면 충돌하고 있다. 지난 9월 평양에서 서명한 남북군사합의서 내용 그대로 실현하면 유엔사는 자연스레 유명무실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공동군사위원회 설치 가동은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미 이 부분에 대한 충돌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8월 정부는 6일간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열차 6량을 시험 운행하고자 했지만 유엔군사령부는 제동을 걸었다. 비무장지대 관리는 유엔사 관할이기 때문이다. 남북이 15일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이르면 11월 말 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하여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듯 남북 관계 개선은 북한 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대변인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현지 공동 조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유엔군사령부나 미 국방부와 미리 논의했나?’라는 RFA의 질문에 “남북 개별 합의에 일일이 논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를 따르지 않는 듯한 문재인정부의 행보에 부정적 견해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한계와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미 국무부 역시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미 국무부는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 진전은 분리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듯 남북 관계 개선은 북한 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이 9월 평양 공동선언 합의대로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는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1975년 유엔 총회 결의안은 적성국의 주장이었기 때문에 한.미 양국이 무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북한도 아닌 동맹국이라는 한국 정부 스스로가 북한과 연합하여 유엔사 무력화에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이야말로 유엔사가 당면한 본질적 위기다.

유엔군의 이름으로 대규모 전쟁을 수행한 것은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현재는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분쟁지역에서 소규모로 활동할 뿐이다. 6·25 전쟁 때처럼 미군 주도의 강력한 유엔군을 유지할 수 없다. 여기에는 국가 간의 이해 충돌과 종교적 견해 차이가 이유다. 베트남전에서는 한국전과 달리 유엔군 참전이 없었다. 미국에 적대적인 소련과 중국이 미군 주도의 유엔군 결성을 찬성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분쟁지역에서 통일된 지휘체계와 군수지원이 불가능 유엔 평화유지군은 매우 제한적 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면 유엔 평화유지군은 뒤로 빠질 수밖에 없다.

대신 6·25전쟁 때 같은 유엔군 역할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이 대신하고 있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이 대표적이다. 자유진영국가들을 규합하여 미국은 다국적군을 결성했다. 미군이 주도하면서 지휘체계의 일원화와 안정된 군수지원이 가능했다.

한미 연합훈련도 중단된 상태다. 양국 대통령의 정서를 고려한다면 내년에도 한미 연합훈련 재개는 어려울 듯하다. 사실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는 북한에 대한 전쟁 억제력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군사적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 한미연합사라는 한 축이 무너진다면 그것을 대체하는 것은 무엇일까?

동맹은 공동의 적에 맞서 함께 싸울 때 형성된다. 미국의 잠재적 적국은 중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또한 중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동맹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중국을 상전 모시듯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공동의 적에 맞서 싸운다는 동맹이라는 본질적 의미를 고려할 때 동맹의 끈은 이미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반면 일본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여긴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동맹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마도 일본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최근 주일미군 요코다 기지에 한국인 출입에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주일미군 기지를 방문할 때 추가로 심사를 받아야 하는 국적자 군(群)에 한국인을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쉽게 말하면 한국을 중국, 러시아, 북한, 쿠바, 이란 군(群)에 포함시켰다는 말이다. 달리 해석하면 미국의 동맹국 범주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연합훈련은 중단되었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은 여타 동맹국들, 일본, 호주, 싱가포르 연합훈련은 더 강화되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자국의 함정을 미 7함대에 배속시켰다. 중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동남아 해상에 대한 미국의 ‘자유의 항행작전’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지난 8월 호주에서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공군을 중심으로 대규모 연합훈련인 ‘피치블랙 훈련’이 실시되었다.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호주, 프랑스,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의 약 140여대 공군기가 동원되었다. 군산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 미 공군 80전투비행대대 참가는 주목할 만하다. 한미 연합훈련 대신 호주까지 날아간 것이다. 한국만이 외톨이가 되었다. 더 나아가 유엔사를 통한 미국과의 동맹의 끈이 끊어진다면 장차 대한민국 자체가 미래에 존재할 수 있을지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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