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실존주의자들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묻다... 이하준 교수가 전하는 자기 서사적 삶의 희열
[신간] 실존주의자들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묻다... 이하준 교수가 전하는 자기 서사적 삶의 희열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1.0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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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하준은 한남대학교 탈메이지교양교육대학 철학교수이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아도르노의 문화와 사회의 변증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에서 강의했고 연세대 철학연구소 전문연구원을 지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사회철학, 사회이론, 문화예술철학, 고전 교육 등이다. 

저서로는 <고전으로 철학하기>(2017), <막스 호르크하이머-도구적 이성비판>(2016), <오래된 생각과의 대화>(2016), <프롬, 사랑의 고수가 되다>(2014), <철학이 말하는 예술의 모든 것>(2013, 세종도서 학술부문 우수도서), <철학, 삶을 말하다>(2012), <호르크하이머의 비판 이론>(2011), <아도르노의 문화철학>(2007), <아도르노: 고통의 해석학>(2007) 등이 있다. 공저로는 <역사철학, 21세기와 대화하다>(2015), <문화운동과 문화이론>(2008) 등이 있다. 

이외에 <아도르노의 카프카 노트>, <후기 호르크하이머의 아주 다른 것에 대한 동경의 사회철학>, <울리히 벡의 개인개념과 한국사회>, <예술의 사물화 비판과 예술의 공공성-아도르노와 듀이의 가상적 대화> 등을 포함해 50여 편의 학술논문을 썼다.
 


일상이라는 삶의 시공간은 그 무엇도 저절로 일어나는 곳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무엇을 ‘했고’, 무엇이란 ‘의미’를 부여하고 채우는 일이 일상이다. 의미 없는 것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의미와 관련 없는 ‘사건들의 조각 묶음’인 일상, 그 일상의 긴 묶음인 생에 형이상학적 색칠하기를 해야 하는 것이 이성의 운명이고 인간의 숙명이다.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간 사람 중에 누구보다도 크게 자기 서사를 말해왔고 그렇게 살아가려 했던 사람들이 실존주의자들이다. 그들의 삶은 하나하나가 자기 서사이고 실존이었다. 자기 서사란 자기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의식적 활동이자 다양한 방식의 자기 존재의 표현이다.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을 때 하지 않는 자기 서사란 없다. 자기 서사는 내가 쓰는 나의 삶의 역사이고 그 역사는 멈추지 않는, 지금 여기라는 실존적 의식의 흔적들이다. 

실존주의자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어떻게 하면 자기 서사의 삶을 살 수 있는가?’를 말해준다. 자기 서사는 우리 자신의 실존적 모습의 다양한 갈래를 확인하는 데서 시작된다. 무료함과 의미 없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우리에게 사르트르와 카뮈가 말을 건다. 이와 정반대로 키에르케고르와 카프카는 절망과 같은 불안, 자기 감금과 존재의 망각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을 안내한다. 

불안함과 존재망각을 스스로 치료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의 대증요법은 일상인의 행복예찬, 타자에게 편안하게 의존하기, 색깔 없는 평균적인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이것을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나 하이데거의 다스만에서, ‘우리는 행복해’라고 주문을 외워보는 베케트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기 서사의 길은 힘과 에너지, 정열을 모으는 것이고 그 속에서 희열을 찾는 먼 길이다. 그 속에는 조이스의 스티븐처럼 종교와 이데올로기 등의 수많은 억압의 기제와 야스퍼스가 말하는 근원적 한계상황과 맞서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때론 오이디푸스처럼 운명처럼 느껴지는 나의 삶과 마주하며 싸워야 한다. 니체의 사자처럼 용과 싸우고 어린 왕자처럼 지구별의 어른들과 싸우는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 흥미롭게도 니체와 생텍쥐페리는 자기 서사를 말하면서 고독과 생성의 공간으로서 사막과 진정한 자기 서사의 완성자로 어린아이라는 메타포를 공유한다. 

보부아르의 모니크는 거짓 알리바이들을 폭로하며 영원한 타자를 벗어나 제1의 성이 되기 위해 자기 서사의 길을 걸어간다. 우리의 친절한 마르틴 부버는 만날 것을 권한다. 그가 초대한 만남에는 진지한 공감과 삶의 즐거움을 나누는 경쾌한 대화가 열려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서 책은 실존하고자 하는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운명, 희극과 비극, 그 무엇으로 덧칠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우리들의 실존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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