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떨림과 울림...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신간] 떨림과 울림...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1.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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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상욱은 물리학자.  고등학생 때 양자물리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 카이스트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상대론적 혼돈 및 혼돈계의 양자 국소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포스텍, 카이스트, 독일 막스-플랑크 복잡계 연구소 연구원, 서울대학교 BK조교수,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물리에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들과 앎을 공유하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과학을 널리 알릴수록 사회에 과학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고, 그러면 이 세상이 좀 더 행복한 곳이 될 거라 믿고 있다. 물론 과학을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의 양자 공부』 등이 있습니다.
 

60년간 특파원으로 일하며 국제정치 칼럼을 썼던 언론인 플로라 루이스는 외국어를 배우는 일에 대해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것은 단지 사물을 부르는 다른 단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또 다른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떨림과 울림』은 ‘물리’라는 과학의 언어를 통해 세계를 읽고 생각하는 또 다른 방법을 안내한다. “김상욱에게 배웠다면 물리를 다정하게 대했을” 거라는 작가 유시민의 말처럼, 물리학자 김상욱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물리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 무엇보다 물리라는 언어를 통해 세계와 우리 존재를 바라보는 다른 눈을 얻게 된다. 물리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원자를 소개하면서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우리의 몸과 마시는 공기, 발을 딛고 서있는 땅과 흙, 그리고 매일 마주하는 노트북 모니터와 스마트폰까지. 세계의 모든 존재들은 모두 ‘원자’라는, 바이러스보다 훨씬 작은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빅뱅 이후 처음 생겨났고, 그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순환한다. 우리 손가락 끝에 있는 탄소 원자 하나는 “우주를 떠돌다가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에 내려앉아, 시아노박테리아, 이산화탄소, 삼엽충, 트리케라톱스, 원시고래, 사과를 거쳐 내 몸에 들어와 포도당의 일부로 몸속을 떠돌다, 손가락에 난 상처를 메우려 DNA의 정보를 단백질로 만드는 과정에서 피부 세포의 일부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원자의 기준으로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이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라고 김상욱은 말한다. 

『떨림과 울림』은 빛, 시공간, 원자, 전자부터 최소작용의 원리, 카오스, 엔트로피, 양자역학, 단진동까지 물리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들을 차분히 소개하면서 ‘물리’라는 새로운 언어를 통해 우리 존재와 삶, 죽음의 문제부터 타자와의 관계, 세계에 관한 생각까지 새로운 틀에서 바라볼 수 있게 안내한다. 물리학자가 원자로 이루어진 세계를 보는 방식은 마치 동양철학의 경구를 읽는 듯하다. 나의 존재를 이루는 것들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죽음을 어떻게 성찰할 수 있을지, 타자와 나의 차이는 무엇인지. 엄밀한 과학의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물리학자만이 안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준다. 

두 발을 땅에 딛고 서 있는 것, 숨 쉴 수 있는 것, 아침을 비추는 햇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경험들은 우주라는 범주에서 본다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지동설이 천동설을 폐기하고 상식이 되었던 것은, 경험을 거스르며 과학이라는 것을 만들어간 과정이었다. 김상욱은 “우주의 본질을 본다는 것은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가 지금 돌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없듯, 세계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수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거시세계는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아주 작은 원자 단위의 미시세계는 양자역학으로 기술한다. 양자역학이 대상으로 하는 것은 원자다. 원자는 전자와 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모양이 태양계와 닮아 있다. 전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질의 최소단위이다. 원자 내의 전자는 특별한 반지름을 갖는 궤도에만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동은 어떻게 하는 걸까? 전자는 한 궤도에서 사라져서 다른 궤도에 ‘짠’ 하고 나타난다. 물체의 이동이 연속적이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거시세계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정말로 ‘실재’하는 것일까? 김상욱은 놀라운 물리의 세계로 안내하며, 분명히 과학인 동시에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간과 공간이 생겨났다. 공간이 생겨났다는 것까지는 어림 짐작해보겠지만, 시간이 생겨났다는 것은 도저히 인간의 경험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인간은 ‘시공간’이라는 프레임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시간을 한꺼번에 보는 존재가 있다면? 미래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런 존재에게 현재를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고백을 해오는 사랑하는 사람이 종국에는 이별을 고하리라는 것을, 태어날 나의 아이가 불치병을 안고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현재를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김상욱은 물리의 세계를 안내하며, 이렇듯 우리 일상의 깊숙한 이야기를 꺼낸다. 생각의 타래를 열 수 있게 안내해준다.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는 것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김상욱은 과학자로서 공부하며 “뼈에 사무치게 배운 것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였다고 말한다. 무엇을 안다고 말할 때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질적 증거를 들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것을 그는 ‘과학적 태도’라고 말한다.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떨림과 울림』은 이러한 과학에 대한 물리학자 김상욱의 시각에서 쓰인 책이다. 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와 책에 관한 같은 주제의 글들도 한데 엮어 읽을거리를 더했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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