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난 원래 우파, 양심에 반한 활동 괴로웠다”
이언주 “난 원래 우파, 양심에 반한 활동 괴로웠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1.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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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인터뷰 1부- “민주당 집권 가능성 높은데 왜 그러느냐, 사람들이 말렸지만...”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좌우 양 진영을 망라해 최근 가장 뜨겁게 회자되는 논쟁적 인물이다. 과거 보수정부를 향해 세웠던 매서운 칼날은 현재 자신의 친정과 같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향해 있다. 덕분에 그는 어느새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현재 그가 몸담은 바른미래당은 “박정희는 천재”와 같은 그의 ‘극우적 발언’이 한국당 이적을 의식한 보수층을 향한 구애로 보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 의원을 향해 “새벽 첫닭이 울기 전에 (예수를) 3번이나 부인한 베드로와 같은 느낌”이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이언주 의원의 변신을 어떻게 봐야할까. 미래한국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이 의원을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홈페이지에는 1, 2부로 나눠 게재한다.)

- 이 의원은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정치인 중 한 분입니다. 이른바 보수우파 측에서는 ‘민주당 출신인데 이런 인물이었나’ 반기거나 일부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이고 민주당 분위기는 아무래도 비판적이고요. 일례로 친여 성향의 언론 노컷뉴스에서 <민주당 전사에서 보수 아이콘으로…이언주의 변신>란 기사에서 이 의원의 과거 발언 모아 소개했는데, 냉소적이랄까, 비꼬는 뉘앙스더군요. 양쪽의 이런 반응,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예상했던 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특히 우파 쪽에서 볼 땐 신선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에 대한 내면화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역사적 맥락에서나 혹은 현재 한국 사회에 빗대 설명했을 때 기존에 보아왔던 우파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얘기를 들어보면 우파가 분명 맞죠. 진영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제가 정치를 민주당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불안하다 느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 한편으로는 좌파가 대세인데 우파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어리석은 행동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고요. 정치를 시작하면서 바라본 우파, 당시 새누리당은 제가 생각한 우파와 차이가 있었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원칙도 없어 보였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서도 별로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그저 영남 기반의 정당으로 과거 뿌리가 우파에 있다는 것 말고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신념이나 철학을 바탕으로 이런 가치를 국가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 같지도 않았죠.

다만 좌파들이 사회주의적 주장을 할 때 시장경제를 이야기할 뿐이지 실제 집권했을 때를 보면 관치도 하고요. 시장경제의 백미는 경쟁인데 경쟁의 백미를 살리려는 노력도 별로 못 본 것 같아요. 정치 시작하기 전 제가 주로 기업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시각으로 새누리당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봤습니다.

다만 민주당의 진짜 철학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입장에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당시 민주당이 지금보다는 좌파적 색깔이 훨씬 덜했던 차에 인재영입 차원에서 마침 기회가 와 큰 거부감 없이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하게 된 것이죠.

“갈등하다 대선정국에서 탈당 결심…국민 앞에 계속 거짓말 할 수 없었다”

- 민주당이 급진좌경화 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 셈이군요.

그 당시 제가 봤을 때는 새누리당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민주당도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특별한 철학이 없는 정당이었습니다. 입당해 지켜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당이 갈수록 운동권화, 좌경화되었던 것이죠.

운동권의 당내 지분이 강화되고 노선도 좌파로 굳어지고요. 참여정부가 몰락한 이후에 친노들은 폐족으로 떠나고, 전문가들은 많이 남아있었어요. 그러다 혁신과통합 그때쯤 운동권 세력이 들어오면서 엄청난 속도로 당을 장악해갔죠.

문재인 당 대표 이후 민주당의 사회주의적 색채랄까, 그런 경향이 본격화됐습니다. 아마 일반 국민들의 생각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집권하면서 색채가 거의 드러나는 것이죠. 그 전엔 상대를 반대하는 안티테제이지 직접 무엇을 하겠다고 얘기하지 않죠.

저는 내부에 있으면서 (민주당이) 이렇게 옮겨갈 것이라는 조짐들을 보게 됐습니다. 노동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인간적으로야 제가 그 사람들에 유감이 없지만 제가 생각하는 경제관과 안 맞는 부분을 계속 보게 됐죠. 그 다음 국정교과서 논쟁하면서 역사관이 굉장히 비뚤어져 있다고 느꼈습니다.

상식적으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진영에 속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인데, 마치 그 점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주고 무엇인가 명쾌하지 않았죠. 그런 역사관 이면에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사회가 무엇인지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드배치나 북한인권 문제 등 여러 사안들을 지켜보면서 제 생각과 너무 다른 것을 보게 된 것이죠. 대변인 시절에는 논평은 해야 하는데 제가 찬성하지 않는 사안이라 시간 핑계를 대거나 다른 사람에게 미루면서 피한 적도 있었어요.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한 때도 있고요.

예전부터 정치를 계속해온 사람이었다면 정리된 상황에서 입당했을 텐데 당에 대해 피상적인 이미지와 판단을 갖고 입당한 저는 그동안 보지 못한 부분들을 보게 되면서 계속 갈등했죠.

그러다 내 양심과 반하는 걸 주장하고 사람들을 설득해야한다는 게 너무 괴로워 탈당 결심을 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떤 계기가 와야 해서, 계속 고민만 하다 재선의원으로서 뭔가 직책을 맡게 될 게 분명하고 그러다 보면 국민 앞에 거짓말을 해야 하는 대선 즈음 실행으로 옮긴 겁니다.

어쨌든 민주당 집권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계속 있었다면 승승장구할지도 모르는데 왜 그러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말렸죠. 하지만 내가 그리는 사회와 이들이 원하는 사회가 다르다는 것, 또 내가 권력을 잡아 이 당을 바꿀 수 있다면 모를까 강고한 기득권과 조직체계가 존재하고 이것을 뒤집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학창시절 운동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직간접적으로 체험하실 기회는 있었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 1학년 겨울에 동구권이 몰락했어요. 2학년부터는 운동권은 거의 안 보이고 싹 사라진 상태였죠. 1학년 때 좀 지켜볼 수 있었는데, 그때도 굉장히 안 맞았어요. 저는 모든 일을 개방적으로 생각하고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직접 겪어보자 주의에요.

그래서 선입견 없이 처음엔 그들과 대화도 많이 했었죠. 근데 ‘공산당 선언’ 이런 걸 외우라고 하더라고요. 시대에 맞지 않는 이론을 현대 한국사회와 접목시키는 토론도 하고요.

냉철한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 눈엔 굉장히 어리석은 이야기였죠. 또 그 사람들은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요. 시위할 때도 보면 화염병 던지고 보도블록 깨서 던지는데, 혈세로 만든 공공기물을 파괴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데 충격 받았죠.

그러다 한번 같이 시위 나갔다가 제가 그런 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시비를 걸다 심하게 싸웠어요. 그 때 느낀 게 이 사람들은 설득하는 게 아니라 억지를 부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자기들의 목적이 정당하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이 그렇더라도 감내하라는 식이죠. 전 그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나와 버렸어요. 또 가령 신입생 때 여학생회를 가 봐도 여성상품화 얘기를 하면서 인간의 본능, 본성을 억눌러야 한다고 말해요.

저는 남이 자기 생각을 저에게 강요하는 걸 싫어하는데 그 사람들은 제 머릿속까지 간섭하려 들더군요. 동의하지 않으면 의식 없는 사람 취급하고요. 제자 지적인 노예도 아닌데 내게 자유롭게 생각할 권리가 있는 것이죠.

“운동권 정당의 실체 내가 과소평가했다…한국당은 거대한 관료조직 같은 느낌”

- 그때 겪어보신 운동권적 분위기가 지금 민주당에 녹아있는지요? 우파정당 분위기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대학교 때 잠깐 겪었기 때문에 많이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제가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국민 다수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운동권이 좀 있어도 극히 일부고, 다 옛날이야기니 주홍글씨를 붙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죠.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그들끼리는 아직까지 강고한 위계질서가 있고, 당에서도 통용됩니다.

전대협 동호회와 같은 모임도 하고, 또 그런 모임에서 많은 아젠다를 생산하고요. 또 그 아젠다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배신자 취급하죠. 저 같은 사람은 말하자면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거죠.

제가 최고위원에 출마했을 때 운동권은 ‘저 사람은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의식에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그들 생각이 맞았는지 몰라요. 어쨌든 전 적응하지 못하고 당을 나왔으니까.

하여간 그런 부분에서 선을 긋고, 또 선을 긋는다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결속을 다져야할 뭔가가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운동권 출신이거나 그들과 가깝거나 생각을 공유하는 등 이런 부분이 권력핵심으로 들어갈수록 굉장히 중요하더군요.

- 말씀을 들으니 민주당 내 비운동권 출신들도 민주당 적응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분들도 잘 적응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가끔 기업인 출신들이 그분들로서는 당연한 시장 이야기를 하다가 여론 몰매를 맞는 그런 광경을 목격하게 되죠.

정치라는 것은 자기 가치를 세우고 자기 영역을 구축해야하는데 정해진 틀 속에서 해야만 한다면 자신이 소수이고 비주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될 수밖에 없어요. 당내 큰 흐름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주류는 절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죠.

더군다나 2013년~2014년엔 당에 대한 운동권 장악력이 더 심해지면서 그런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가고 있다는 게 제게 보였어요. 국민의당 의원들이 그래서 나왔잖아요. 그분들이 당을 나오면서 민주당의 운동권적 경향은 더 심화됐죠. 이분들은 운동권이 아닌 일종의 토호적 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분들이 다 나오니까 남는 비주류 비율이 15~20%밖에 안 되는 것이고, 그 비주류조차도 운동권과 가까운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가끔 필요할 때 활용되긴 하지만 자기 가치를 실현하기에는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되죠. 바른미래당 같은 경우는 제가 다른 분들과 함께 만든 당인데, 만드는 과정에서 너무 다양한 생각들이 섞이다 보니 당의 형태를 띠고는 있지만 일종의 결사체로서 보기엔 굉장히 느슨한 상황이에요.

한국당은 제가 잘 모르지만 간접적으로 듣기엔 위계질서가 굉장히 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저는 사실 그런 부분들이 한국당의 약점이라고 생각해요. 말씀드렸지만 새누리당 시절 한국당을 볼 때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라는 점 외에 진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세력이라고 느끼지 못한 것처럼 약간 권위주의적 우파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전통을 중시하고 보수적인 건 좋지만 국민과 관련된 이슈에서는 진정성을 갖고 싸워야하는데, 그냥 거대한 관료조직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 이 의원님을 주목하는 우파들이 한국당의 그런 면 때문에 특히 관심을 더 많이 갖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한국당처럼 그렇게 해선 곤란하다고 봅니다. 한국당이 몰락한 건 국민들이 보수의 가치가 싫어서가 아니라고 봐요. 어쩌면 국민은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별로 깊이 고민하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가 처한 분단 상황이나 경제개발시대에는 우파의 가치인 자유가 꽃피우는데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우파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된 겁니다. 저와 같은 젊은 사람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우파의 모습이 있는 거죠. 그게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결국 허상으로 끝났지만요. 그래도 그것에 대한 이상은 분명 있었다고 생각하죠.  (2부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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