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붕괴의 다섯 단계.... 금융 위기에서 문화 붕괴까지
[신간] 붕괴의 다섯 단계.... 금융 위기에서 문화 붕괴까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1.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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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드미트리 오를로프는 1962년 구소련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70년대 중반부터는 줄곧 미국에서 살았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일과 관련해 여러 번 러시아를 오가면서 소련의 붕괴 과정을 상세히 관찰하였다. 소련의 붕괴에 비추어 냉전 시대 세계의 또 다른 초강대국인 미국의 붕괴 가능성을 최초로 논의하고 비교하였다. 붕괴 및 석유 고갈 분야의 저명한 이론가로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첫 저작인 『예고된 붕괴Reinventing Collapse』로 2009년 미국독립출판협회상(시사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고에너지 물리학 연구, 전자 상거래, 인터넷 보안 등 여러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바 있다.

전기 없이 재생 에너지로만 살아가는 삶을 실험하기 위해 주택과 자동차를 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대신 요트에서 생활하며 미국 동부의 해안선을 오르내리고 있고, 필요할 때에는 자전거로 통근한다.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사용하면 우리의 개인적 자원 소비는 크게 줄이면서도 완벽하게 문명화된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그밖에 지은 책으로 『붕괴의 연대기Collapse Chronicles』, 『모든 것이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다Everything is going according to Plan』, 『위축하는 테크노스피어Shrinking the Technosphere』 등이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은 “타인을 이겨야 내가 산다”는 생존의 압박으로 시민성까지 상실해가고 있다. “친절, 베품, 배려, 애정, 정직성, 환대, 연대, 연민, 나눔”과 같은 가치를 잃은 사회를 우리는 감히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개인의 생존만이 지상 최대의 가치라고 말하는 사회가 과연 지속 가능할까? 이 책 『붕괴의 다섯 단계』가 던지는 물음이다. 


경제 위기, 정치의 무능, 자원 고갈, 기후 변화에 직면하여, 불확실한 미래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있다. 많은 이들이 자각하는 미래란 심각한 장기 불황에서 문명의 붕괴까지, 암울한 그림을 담고 있다. 이 거대한 위기 앞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온전한 정신과 건강, 인간성을 지키며 이 시대의 광범위한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드미트리 오를로프는 이 책 『붕괴의 다섯 단계』에서 사회 붕괴 과정에 분류학 작업을 취하여, 이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오를로프는 붕괴 과정을 1단계 금융 붕괴, 2단계 상업 붕괴, 3단계 정치 붕괴, 4단계 사회 붕괴, 5단계 문화 붕괴, 이렇게 다섯 단계로 정의하고, 우리가 각각의 단계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으며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이정표로 삼을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단계 금융 붕괴 : “평소와 같은 경기”라는 믿음이 사라진다. 금융 자산이 보장된다는 믿음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된다. 사람들의 저축은 휴지조각이 되며 자본 접근성이 막힌다. 

2단계 상업 붕괴 : “시장에 가면 다 있다”는 믿음이 사라진다. 화폐는 가치절하를 겪거나 희소해진다. 수입에서 소매업까지 이어지는 연쇄 고리가 끊어진다. 

3단계 정치 붕괴 : “정부가 당신을 돌보아준다”는 믿음이 사라진다. 기초 생필품을 살 수 없는 상태가 만연하면서 정부가 여러 시도를 벌이지만 효과를 내지 못한다. 

4단계 사회 붕괴 : “이웃들이 당신을 돌보아준다”는 믿음이 사라진다. 자선 기관이나 지역 사회 기관들이 권력의 공백을 메우게 되지만 자원 부족이나 내부 갈등으로 실패한다. 

5단계 문화 붕괴 :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 가족이 해체되고, 희소한 자원을 놓고 개인들이 경쟁을 벌인다. “내가 하루 더 살려면 네가 오늘 죽어야 한다”가 새로운 행동 원리가 된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거기에서 이어지는 사회 불안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단순히 붕괴의 여러 징후들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현대 산업 문명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해부하는 이 책은 산업 문명의 미래, 그리고 우리들 삶의 현재와 미래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소중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역사, 정치, 경제, 현실 세계에 대한 거시적이고도 미시적인 저자의 탐구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금융, 자본, 상업, 국가, 사회, 환경 등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저마다의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될 것이다. 저자 특유의 블랙 유머와 풍자가 함께해 붕괴에 관한 한 단연 흥미롭고 재기 넘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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