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서울 입성 시나리오
김정은의 서울 입성 시나리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11.14 11: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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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그 날 아침은 다른 날의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일산에 사는 주부 미영 씨(가명)는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을 차린 후, 늦잠 자는 아이를 깨워 등교 준비를 시켰다. 오전 10시. 소파에 앉아 쇼핑 준비를 하며 친구로부터 온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던 미영 씨는 굉음과 함께 베란다 창문이 박살나는 상황에 깜짝 놀랐다.

주차장 차량들로부터 요란한 경고음들이 울려왔다. 도시가스가 폭발했다는 생각에 베란다 바깥을 내다봤던 그녀의 눈에는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파란 가을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을 뒤덮은 무수히 많은 까만 점들. 주부 미영 씨는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봤지만, 도대체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주부 미영 씨를 향해 날아오는 그 까만 점들은 북한이 어떤 이유로 DMZ 후방에서 기습적으로 발사한 3만여 발의 170㎜ 자주포와 300㎜ 방사포탄들이었다.
 

그날 일산과 김포, 그리고 서울 북부는 아비규환이었다. 차라리 직격탄을 맞고 고통 없이 죽은 자들이 나았다. 하반신을 잃은 이들은 피범벅이 되어 아스팔트를 기어가며 절규했고 보도 블록마다 파편에 맞아 쓰러진 사람들로부터 흘러내린 혈액과 장기들이 널렸다. 무너진 유치원 건물 더미 밑에는 아이들이 깔려 소리 없이 죽어갔다.

2020년 남북연방의 남측 대통령은 북한의 ‘NLL 무효, 서해5도 반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반격을 하면 핵을 맞을 각오를 해야 했다. 한반도에 주한미군은 이미 철수했고 한미동맹은 남북연방으로 사실상 무의미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군은 이미 내부로부터 붕괴되어 있었다.

다음날 김정은은 6·25전쟁 때 서울에 처음 입성했던 ‘근위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 예하의 기갑여단과 함께 서울에 내려와 ‘남북연합방위군’ 창설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북의 두 번째 서울 입성이었고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이 남북연방을 거쳐 핵을 가진 북한에 접수된 날이었다. 이 모든 미래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결국 북한은 3대혁명역량강화가 서로 융합되어 ‘결정적 시기’가 도래하는 시점을 주한미군 철수 이후로 잡게 될 것입니다. 이때에 이르면 북한은 평화 공세를 멈추고 전면적인 도발을 해 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은 1973년 파리강화회의로 주월미군이 철수한 후 월남이 공산화된 과정과 대단히 유사합니다. 김정은의 머릿속에는 이 그림이 모델일 것입니다.”

전 합참차장 신원식 장군(예비역 중장·현 고려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합참에서 북한의 남침전략에 대응하는 작전본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의 분석과 북한의 공세적 군사전략을 연구해 온 김태현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부교수(군사학)의 국방정책 논문, 그리고 2017년 북한의 기습전 도발 시나리오를 美군사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해 발표한 미국 군사매체 ‘밀리터리 타임스’, 그 밖에 군사학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이들이 일치하는 북한의 대남 기습의 결정적 조건은 역시 한미동맹의 와해였다.

다시 말해 북한의 남한 적화통일 목표는 지금도 유효하며, 미국과 한국에 대한 평화 공세 역시 한미동맹의 고리를 끊어 ‘결정적 시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의 시나리오는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를 남북연방을 추구했다가 내전에 빠진 예멘의 모델에 적용한 것이다.
 

장면 #1 전쟁의 서막- ‘남조선혁명역량강화’

가까운 미래, 미북회담이 북한의 핵사찰 거부로 결렬되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압박을 재개한다. 미국이 최후의 카드로 꺼내든 북한 달러 자산 동결조치에 대해 북한은 이를 주권에 대한 침해라며 장거리 핵미사일로 미국의 괌기지 타격을 예고한다.

재선을 준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결정하고 문재인 정부에 협조를 구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거부한다. 결국 미국의 단독 군사행위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 결정되자, 문재인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며 ‘한반도 평화’를 국민과 전 세계에 호소한다.

광화문에는 반미평화 촛불들이 모여들고 미 대사관은 시위대들에 의해 포위된다. 같은 시간, 평택 미군기지에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위장시민 고첩 자살특공대가 화염병과 사제무기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미군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계기로 광화문 반미 촛불은 평화의 이름으로 대규모로 일어나고 미대사관에 난입한 북한 남파 장기 고첩들과 좌익 폭도들에 의해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감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남조선 혁명역량 강화, 이것은 남한이 전쟁 준비가 덜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남한의 정치역량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죠. 그 목표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용공정부가 들어서는 것입니다. 이 점과 관련해서 김정은은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정부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동시에 국가보안법이라든지 향토예비군법과 같이 우리나라를 지키는 법체계의 무력화가 목표가 됩니다. 이를 통해 대공수사기관들을 무력화 시키고, 군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죠.” (신원식 전 합참차장)

2020년 4월 혼란한 가운데 21대 총선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이슈로 치러진다. 이러한 가운데 여전히 주류와 비주류, 친박과 비박으로 분열된 보수 정치세력은 공천 문제로 분당과 무소속사태가 나고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국회 2/3 개헌 선을 돌파한다. 이어서 2018년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에 따른 남북연방제 평화통일 헌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그 결과 찬성률 75%로 남북연방 개헌안이 공표된다.

남북연방을 위한 남북 각각 100명의 인사(남측은 대부분 좌파와 어용 중도인사)로 구성된 ‘남북연방[연합]통일대의원위원회’(통일대위)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규모 대북투자와 군축에도 합의한다. 동시에 ‘민족자주’ 차원에서 유엔사 해체와 미군 철수가 결정된다. 남북연방의 의사 결정기구인 ‘통일대위’의 합의는 남북한 공동 문제에 있어서는 남한 국회의 결정보다 상위의 결정력을 갖는다. 이로써 한미동맹은 유지되지만 유엔사와 주한미군은 철수한다.

장면 #2 전쟁의 발발 ‘국제혁명역량강화’

미군 철수 이후 북한은 남한에 대한 평화적 모드를 바꿔 남북연방 통일대위에서 사사건건 남측과 충돌한다. 북한은 남북병력 감축에 이어, 또 다시 민족자주 차원에서 ‘남북상호방위조약’과 이를 담보할 ‘남북연합방위군’ 창설을 요구한다. 결국 한미동맹을 해체하라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환영의 뜻을 보인다. 미국과 일본이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남한 국민의 여론은 둘로 쪼개진다.

2022 대선을 1년 앞둔 어느 날, 북한은 서해 NLL로부터 기습적으로 서해 5도를 점령하고 주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린다.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이미 병력을 철수한 한국은 북한에 5도 반환과 함께 퇴거를 요구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NLL 무효 선언과 함께 북한 영토 귀속권을 주장한다. 동시에 남북상호방위조약 결정에 대한 시한부 최후통첩을 보낸다. 미국이 북한을 비난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유효성을 강조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남과 북의 당사자 간 합의인 북한의 남북상호방위조약을 지지하며 미국을 비난한다.

“남은 것은 3대혁명역량강화 중에 국제혁명역량강화입니다. 이것은 북한이 남한에 전쟁도발을 할 경우, 6·25전쟁 때처럼 중국과 러시아 등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판단과 동일한 것이죠. 북한은 이미 핵무기로 북조선혁명역량강화를 달성했고, 친북적인 문재인 정권을 통해 남조선혁명역량강화도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유엔사와 미군 철수를 통해 국제혁명역량강화를 달성하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김정은은 미국과 종전선언, 평화협정에 올인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

김정은은 남한 국민들의 반격 탈환 여론이 높아지자 최후통첩을 이틀 남겨 놓은 날 아침, 서울 북부 일원과 일산 지역에 일제히 170㎜ 자주포, 240·300㎜ 방사포로 포격을 해온다. 선제적 공격으로 항복을 받아 내겠다는 의도였고, 그러한 전략은 적중해서 남한이 보복전을 펼 경우, 준비된 5000톤 가량의 생화학무기나 또는 핵으로 재보복할 것을 천명한다. 북의 기습적인 기선 제압 공격으로 아수라장에 빠진 대한민국은 공포에 질려 확전이나 보복전에 반대하는 여론으로 들끓는다.

워싱턴에서도 미국의 참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기 시작한다. 실질적으로 유효성을 잃은 한미동맹을 위해 미군이 희생될 수 없다는 것이고, 따라서 미국은 남한의 미국 시민들에게 소개령을 내린다. 결국 미국의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이 중재에 나서면서 남북 간에 실질적으로 남한의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남북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다. 그날 김정은은 6·25전쟁 시 서울에 처음 입성했던 105전차사단의 예하 기갑여단 탱크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에 내려와 조약을 체결한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군사주권은 북에 넘어가게 된다. 북한에 항복한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후, 남북연방은 고려연방으로 바뀌고, 대한민국 국호는 역사에서 사라진다. 대한민국 군은 북조선 인민군의 지휘 통제하에 고려연방군으로 편제되고 고려연방군은 중국과 안보동맹을 체결한다. 이 과정에서 남한에서 약 100만 명이 처형된다. 월남이 공산화되었을 때와 비슷하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미국은 중국과 해양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하고 이때 미국-일본 태평양 연합군과 중국-고려연방(남북한)군이 남지나해서 일전을 벌이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먼저 한반도가 잿더미가 될 것이고, 미일 태평양연합군이 승리한다면 패전국인 중국은 미국에 의해 강제 분할될 것이고 고려연방 한반도는 다시 일본의 수중으로 들어가리라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가상이다. 하지만 개연성이 있는 가상이다.

이제까지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한미동맹이 작동하는 한,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피해를 고려해 선제적 북폭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와해되면 미국은 더 이상 북한과 일전을 피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북한도 남한을 무력으로 접수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참전이 예상되는 한, 전면전을 펼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다면 북한의 계산은 분명해진다. 미국이 남북간 무력 충돌에 개입하지 않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고, 더 좋은 방법은 그런 상황에서 핵이나 재래식 무기 위협으로 남한 스스로 항복하게 만드는 것이리라 예상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이 원하는 결정적 시기를 의도하든 아니든 만들고 있다. 심판의 날에 그들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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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ㅇㄹ 2018-12-01 14:24:43
진짜 시나리오 쓰고있네...
쓰시는 김에 북한이 미국도 점령 하는거좀 써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