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메일 사찰의혹, 경찰은 언론의 피아노가 됐나
KBS 이메일 사찰의혹, 경찰은 언론의 피아노가 됐나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11.1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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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괴벨스들의 직권남용, 얌전히 따르는 경찰의 자유민주주의 파괴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KBS가 경찰 수사 중에 뜬금없이 사내 전산망 코비스 메일 서버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진실과 미래위원회(진미위)’가 적폐로 낙인찍은 기자들 이메일을 들여다 본 의혹이 제기되어 경찰이 압수수색까지 시도했던 바로 그 사내 전산망이 포함된 서버다. 필자는 이 사건이 하늘 아래 무서운 것 없고 보이는 것도 없는 안하무인 양승동 체제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박근혜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에서 언론노조 KBS본부가 똑같은 사건으로 KBS 사장을 고발해 수사 중이라고 치자. 증거인멸 행위나 다름없는 이런 짓을 감행할 수 있을까.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것인데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손대겠다는 건 경찰, 국가권력이 우습다는 얘기고 대한민국 법치가 우습다는 뜻이다. 그동안 KBS 양승동 체제가 어떤 짓을 해왔는지 지켜보고 있는 국민이 전혀 두렵지 않다는 의미다.

이 사건은 애초에 수사과정에서부터 상식을 초월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공영노조가 이메일 사찰 의혹을 제기한지 약 4개월 만에 KBS 진미위는 법원에 이메일 로그인 기록 전산자료를 제출했다. 드루킹 사건 취재 중 태블릿 PC 등을 들고 나온 TV조선 기자가 전화기와 노트북을 경찰에 압수당하고,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TV조선 본사까지 압수수색을 당하는 일이 전광석화와 같이 이뤄진 것에 비하면 KBS 수사는 이렇게 느긋할 수 없이 진행됐다. MBC 김장겸 전 사장 부당노동행위 혐의 수사 때는 거침없이 본사를 쳐들어갔던 사법당국은 1차 KBS 압수수색 시도에서 거의 흉내만 내다 시피 하곤 끝냈다. 경찰은 KBS 직원들이 반발한다고 순순히 돌아갔고, 이후 법원은 KBS가 언론사라는 이유로 강제집행 대신 임의제출 형식으로 증거물 제출을 명령했다. 누가 봐도 수사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KBS 쪽의 편의를 봐주고 시간을 벌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경찰 위에 언론노조, 대한민국은 비정상국가

더 가관인 것은 경찰 수뇌부가 이메일 사찰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영등포서 사이버수사대 팀장을 갑자기 바꾼 일이다. 이게 KBS 1차 압수수색 때 언론노조가 서울 경찰청을 방문해 항의한 뒤 벌어진 일이다. 이유도 어처구니가 없다. 수사 팀장 고향이 공영노조 성창경 위원장과 같은 지역 출신이라 공정한 수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만일 경찰에 불려간 일반 국민이 자기를 수사하는 담당자 고향이 고소인과 같아 수사결과에 승복할 수 없으니 수사관을 바꿔 달라 했다고 가정해보자. 경찰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정신 상태가 정상인지부터 확인하지 않을까. 요컨대 상식적인 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언론노조 압박에 멀쩡히 수사하던 수사팀장을 바꿔버리는 대한민국 경찰, 이 사건은 이 나라 공권력 위에 언론노조가 있다는 비정상적인 현실을 고스란히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국가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상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언론은 정부의 피아노가 되어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언론이 공권력을 지휘하는 국가는 어떤 국가로 봐야하나. 경찰은 KBS 진미위 이메일 사찰 의혹 사건을 수개월 동안 거의 손 놓고 있다시피 하다 형식적인 압수수색을 하고 범죄혐의 피의자가 알아서 제출한 증거물을 얌전하게 받아들였다. 수사대상 측이 발끈해 수사팀장을 바꾸라 하니 불에 덴 듯 얼른 바꿔버렸다. 그리고 피의자가 이젠 핵심 증거물을 없애겠다는 지경에까지 와 있다.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이런 코미디같은 일은 벌어질 수 없다. 이런 수사 결과를 누가 믿겠나. 안 그래도 문재인 정권에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충성스런 개라는 모욕적 비난을 사고 있다. 공영방송 KBS 안에서 한국판 괴벨스들이 벌이는 권력남용, 특히 제 멋대로 증거물을 없애겠다는 서버교체까지 허용한다면 경찰은 이 땅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경찰이 드디어 언론의 피아노가 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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