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중동은 왜 싸우는가? 정체성의 투쟁, 중동사 21장면
[신간] 중동은 왜 싸우는가? 정체성의 투쟁, 중동사 21장면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1.16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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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정욱은 라디오 PD로 <손석희의 시선집중> <양희은·서경석의 여성시대>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을 연출. 역사책을 읽는 것이 최고의 취미인 역사덕후로 학부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종교와 정치가 만나는 역사를 흥미롭게 공부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국제 정치의 핵심에 서 있는 중동에 대한 안내서가 부족하다고 느끼던 중 직장이 6개월간 장기파업에 들어가면서 시간이 주어진 것을 계기로 중동 역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갈등과 대립의 투쟁,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중동의 역사와 정치를 일반 대중들과 보다 쉽게 공유하고자 이 책을 썼다.

얼마 전 예멘 국적 사람들이 이국의 땅 제주도까지 떠밀려 와 입도했다. 그들에 대한 수용 여부를 두고 사회적 논쟁은 한창 뜨거웠다. 그런 와중에 무슬림들에 대한 갖가지 오해와 편견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동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중동이라 하면 으레 분쟁과 테러를 연상하는 정도가 전부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중동이나 이슬람 관련 소문들 중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조차 잘 모르는 실정이다. 

중동, 즉 아랍권의 역사, 종교, 문화 등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이슬람교와 무슬림, 수니파와 시아파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유럽보다 강성했던 몇몇 이슬람 제국들의 역사를 오롯이 담았다. 또한 오늘날 중동 국가들의 탄생 배경과 그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정체성들 간의 투쟁, 현대의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 이야기와 시리아 내전까지, 중동의 과거와 현재를 상세히 조명함으로써 중동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거룩한 예언자 무함마드로부터 촉발된 이슬람 세력의 탄생과 확장,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완성된 이슬람 세력의 제국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이슬람 초기 시절의 갈등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계자 선정 문제에서 불거졌다. 이른바 수니파와 시아파로 세력이 나뉘게 된 이유와 배경, 그리고 그와 같은 분파(分派)가 현재까지 미치는 영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이슬람 세력이 아라비아반도를 벗어나 거대한 영토를 확보해 제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이슬람 세력 내부의 갈등, 이슬람과 비이슬람 간의 전쟁, 유럽 세력과 이슬람 세력 간에 자웅을 겨룬 이야기도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이슬람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칼리파(칼리프)의 역할과 위상도 책을 통해 잘 살펴볼 수 있다. 

우리와 달리 중동 세계에서의 국가 개념은 민족 중심이 아닌 종교 중심이었다. 오랫동안 이슬람이라는 종교 중심의 국가 체계가 유지되었으나, 근대에 들어 서구 열강들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어제의 친구였던 무슬림들은 오늘의 적이 되어 맞서야 했다. 한때 유럽보다 강하고 우월했던 이슬람은 유럽의 꼭두각시놀이판에서 춤을 추는 인형 신세가 되기도 했다.

마침내 거대한 이슬람 세력을 이끌던 오스만 제국이 해체되면서 술탄이 사라졌고, 이를 계기로 여러 가지 생각, 철학, 색깔을 지닌 이슬람 세력들로 나뉘게 되었다. 이처럼 중동 지역에서는 늘 안팎으로 싸워야만 하는 이유들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도 없이 많았다.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하며 그런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같은 개인의 소속감이 집단으로 표출된 것이 바로 정체성이다. 같은 생각과 철학을 가진 집단, 즉 정체성이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색깔을 목숨처럼 소중하게 지키고자 한다. 다른 지역과 달리 중동에는 유독 강력한 유대감으로 뭉친 여러 정체성들이 대립과 갈등 속에서 공존해왔다. 이스라엘 대 팔레스타인,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수니파·시아파, 왕정국가·국민국가, 이슬람 원리주의자·세속주의자 등이 그것이다. 

자신이 믿는 가치를 절대 양보할 수 없었던 탓에 이들의 싸움은 늘 끊이지 않았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각 정체성 간의 정치적 행위는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며 여전히 중동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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