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봉 취급하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국민을 봉 취급하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11.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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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국민이 왜 망해가는 지상파를 도와야 하느냐” 질문에 답부터 해야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가상·간접광고(PPL) 시간을 확대하며, 협찬도 잘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방송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르면 이달 중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절차에 들어간다고 한다. 역대 정권들은 대개 야당 시절 중간광고 허용에 반대하던 태도에서 돌변해 권력을 잡기만하면 지상파에 관대하게 나왔다. 이 정권도 그런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언론노조와 각별한 사이인 현 정권으로서는 언론노조 출신이 사장으로 똬리를 틀고 있는 KBS, MBC 양대 공영방송사의 숙원이기도 한 이 문제를 임기 내 반드시 해결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듯하다. 정부가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려 명분으로 내세운 이유는 간단하다. 지상파가 광고 매출 감소로 인한 재정문제 악화로 콘텐츠 제작의 어려움을 겪어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실현이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지상파의 이런 논리는 당장 여러 반박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은 왜 시청자 권익을 침해받아가면서까지 지상파에 그런 혜택을 주어가며 지원해야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지난 달 2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국민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에 대해 “시청권을 제한하고, 시청률 경쟁과 상업화를 유발하므로 반대한다”는 결과가 부정적인 여론을 보여준다.

우선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 타당한가에 대한 시비가 붙을 수밖에 없다. KBS나 MBC는 공영방송이므로 방통위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SBS는 민영방송사다. 특정 민간방송사 재정이 악화된다고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소할 제도적 혜택을 주는 것은 명백한 불법적 특혜에 해당한다. 그런 형평성 시비에 걸리지 않으려면 SBS만이 아니라 종편을 포함해 다른 민영방송(상업방송)사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민영방송사, 사기업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는 논리가 과연 타당한 얘긴가? 어처구니없지만 논리가 자연스럽게 이 지점까지 오게 되니 그렇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기 전,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구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또 MBC 경우 공적 재단인 방문진이 대주주이긴 하지만 상법상 민영방송과 똑같이 운영되고 있어 공영인지 민영인지 위치가 애매하다.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려면 MBC의 정확한 위치부터 찾아주는 방송법 개정부터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위기에 놓인 공영방송을 돕기 위해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면 KBS와 EBS, MBC가 자구책을 선행하고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공영방송의 위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 KBS와 MBC의 경우는 정도가 심하다. 박근혜 정권 시절 30%(2012년 8월)를 넘나들던 KBS는 문재인 정권 들어 12%대까지 폭락했고, 주말 시청률 3~5%대의 MBC 뉴스데스크는 한때 1%대까지 내려갔다.

허용불가 이유만 분명한 지상파 중간광고

TV를 켜기만 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찬양하거나 정권의 실정을 덮는 뉴스만 나온다는 의미에서 땡문뉴스, 문비어천가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이에 항의해 KBS 앞에 달려가 항의시위를 한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다. 독일 나치 정권이 하듯 대한민국 공영방송이 국민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데도 국민이 거부하는 방송을 위해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온갖 정책적 혜택을 주는 것은 반민주적이다.

정작 국민은 저항하는데 정권이 좋아하는 방송정책을 편다면 그야말로 독재정권이나 하는 행태가 아니고 뭔가. 양대 공영방송이 광고 매출 저하의 한 원인인 공영성 회복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정권의 독재적 행태나 편드는 콘텐츠를 양산하는 상황에서 국민 시청권을 침해하는 중간광고 허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KBS와 MBC가 자구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근거는 또 있다. KBS의 1억 원 이상 고액 연봉자 비율은 60%에 이른다. 아무 보직이 없이 거의 놀고먹는 수준의 간부들이 도처에 널렸다는 뜻이다. MBC도 간부가 평사원의 두 배인 기형적인 인력구조를 갖고 있단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이들 방송사들의 방만 경영이 지적되지만 그때 뿐, 이들 방송사는 오히려 수신료 인상과 같은 정책적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해온 결과가 두 방송사의 노영방송국화이고 정치집단화이다. 필자는 37년째 묶여있는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 이전에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은 공영방송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다. 경영이 위기라면서도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면서 이젠 중간광고까지 허용해달라는 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억지와 욕심에 불과한 것이다.

셋째 타매체와 형평성의 문제다. 미디어시장에서 지상파만이 공적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없다. 지금 KBS와 MBC는 특정 정치, 이념세력에 봉사하는 선전기관일 뿐 보편타당하고 국민상식에 맞는 방송을 하고 있지 않다. 민영방송, 상업방송처럼 자기들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과 뉴스를 할 뿐이다. 다른 미디어와 콘텐츠 종류와 성질이 다르지 않은데 굳이 이들을 돕는 중간광고를 허용해준다면, 종편이나 일반 PP나 보도채널 뿐 아니라 신문, 잡지와 같은 매체들을 역으로 차별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려면 이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중간광고를 허용할 경우 지상파 광고매출 증가액이 최소 350억 원대에서 최대 1천억 원대에 가깝게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증가액이 얼마가 되던 “국민이 왜 망해가는 지상파를 도와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분명한 것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러한 국민의 질문에 납득할만한 어떤 답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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