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을 신문할 법관과 당신의 과거가 낱낱이 드러나는 법정이 준비됩니다”
“당신만을 신문할 법관과 당신의 과거가 낱낱이 드러나는 법정이 준비됩니다”
  • 이인철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18.11.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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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형사재판부 법안 논란

특정 사건을 대상으로 하여 특별재판부와 특별형사재판절차를 정함으로써 예외적 사법절차를 창설하는 법안이 논란 중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안이다.

남의 일처럼 보이지만, 지난 1년 간 과거에 대한 진상조사를 거쳐 불이익을 받는 사례들을 목도한 바로는 특정인을 위한 법관과 재판절차가 별도로 마련되는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서 논의해 봐야 한다. 이러한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잘못을 캐기 위해 당신만을 신문할 법관과 법정이 마련되어 지나온 당신의 모든 과거가 낱낱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법안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수사단계에서 구속 여부 등 영장심사를 다룰 특별영장전담법관을 두고, 재판단계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대상 사건을 다룰 특별재판부를 설치한다. 영장담당법관과 특별재판부의 법관은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에 의해서 임명하는데, 누구나 법관 추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재판절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고, 재판절차는 녹음, 녹화, 촬영을 허가해야 하며, 법원은 재판 과정에 대해서 언론브리핑을 실시하고, 판결문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 재판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내에 마쳐야 하고, 항소심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당신의 경우라면 당신에 대한 형사처벌을 위하여 별도의 법안을 만들어서 당신만을 위한 형사재판이 진행된다는 사실이 어떠한가? 이 질문을 다뤄 보도록 하자.
 

특정인을 상대로 한 법원 재판은 ‘법앞에 평등’ 침해

3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독립한 일반 법원이 재판을 행하므로 국회가 특정한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개별법으로 특별법원을 설치하고 특별형사절차를 만들 수 없다. 특별법원의 설치는 헌법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최종심을 대법원으로 하며 법원 내에 전담재판부를 두고 일반법관에 의한 재판이므로 특별법원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지만, 특별 절차를 통해 법관을 임명해 임시적으로 운영되는 법원에 의해서 특정한 사건을 형사재판절차의 예외를 인정해 진행하는 것이므로 실질적인 특별법원이다.

여기까지가 식자들 간에서 논의되는 위헌 논란이다. 학설이란 항상 찬반으로 나눠지므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으며 이런 식의 논의는 문제의 심각성을 숨기는 탁상공론이 될 수 있다. 당신이 피고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위와 같이 재판을 받을 경우에 실제로 일어날 일을 생각해 보자. 이하의 내용에서 재판을 받게 될 ‘특정인’이라는 단어 대신에 당신의 이름을 넣고 읽어보자.

법안은 특정인을 심판하기 위한 법관을 임용하고 특정인에게만 적용되는 재판절차를 정하는 것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하며, 모든 국민에게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재판청구권은 1차적으로 법원에의 접근 가능성의 보장인데, 이때의 보장은 특정한 재판결과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정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위한 법원과 절차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며 결과적으로 평등의 원칙을 훼손한다.

재판청구권은 형식적인 절차의 요청만이 아니라 실효적인 권리보호를 위한 절차적 보장을 가리키는 것이다.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적법절차에 위배되지 아니한 법률에 의해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말한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외적 형사재판절차를 정함은 이미 그 사건에 대한 처벌의 결과를 예단하고 있어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너뜨리며 재판절차에서 특정인으로 하여금 제대로 방어를 할 수 없게 만들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특정인에 대한, 특정인만을 다루는 임시적이고 예외적 법원의 설치는 그 특정인이 일반 법원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법안은 재판의 대상을 특정하고 있다. 대상은 특정인의 행위에 관한 ‘의혹’ 사건이다. ‘의혹’을 대상으로 하기에 사건의 범위가 광범위한데 법안은 수사과정에서 특정인의 범죄사실이 발견된 관련 사건까지도 특별법원의 재판 대상으로 삼는다. 의혹을 이유로 광범위한 대상에 대해 일반 원칙을 배제하고 특별법원을 설치하는 선례를 만든다. 앞으로 제기되는 의혹마다 그 의혹 사안을 심판하기 위해 별개의 법원을 설치하게 된다면 사법부를 배제한 특별 사법절차가 남용될 우려가 있다. 국회가 사건을 지정해 특별법원을 창설하고 형사재판절차를 지정하는 것은 국회가 우회적으로 사법부에 간여하는 것이며 법원의 재판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의혹을 이유로 국회가 특별재판을 결정하는 것은 사법권 침해

법안은 특별재판을 위해 별도의 방법으로 선발된 법관에 의해 구속영장발부단계부터 재판을 담당할 예외적 법관을 임명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상으로 법관이 사건과 관련이 있거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법관을 그 사건에서 배제하기 위해 제척, 기피, 회피 제도를 두고 있다. 이런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마련한 법안은 특정인에 대한 특별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그 사건을 담당할 ‘법관을 고르기 위한 법안’이라고 볼 수 있다.

특정인에 대한 특정사건을 다루기 위해 법관을 임명하는 절차가 특별히 별도로 고안되었다. 자신만을 위해 별도로 임명된 법관 앞에서 어느 누가 재판을 받으려고 할까? 그 자체로서 재판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워 특정인은 법관 기피신청을 할 것인데, 특별절차에 의해 임명되는 법관의 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기피신청은 원천적으로 제한될 것이다.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의무로 부과하는 것은 강제하는 것이다.

법안에 의하면 대상사건의 판결문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해야 하므로 재판에 대한 법관 각인의 의견을 명시하게 하는 부담을 부과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하는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법관을 고르기 위한 법안’에 의해 임명된 법관이 독립적인 재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안은 특정인만을 위한 재판으로 진행되므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법안은 형사소송법상 국민참여재판의 선택권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므로 특정인은 국민참여재판에 의해 재판을 받아야 한다. 재판절차는 녹음, 녹화, 촬영을 허가해야 하므로 재판의 전 과정이 공개되고 진행 중인 재판과정에 대해 법원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 특정인에 대한 재판과정 전부가 소상하게 전국에 알려진다. 이는 무죄추정 원칙을 실질적으로 무너뜨리고 방어권행사를 어렵게 할 것이다.

대상이 되는 사건 범위가 방대함에도 재판기간을 단축해 1심 재판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내에, 항소심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하므로 졸속 재판이 될 우려가 있어 결국 특정인의 방어권을 제한하게 된다. 특별법원에서 재판받는 특정인은 전국에 중개되는 재판을 통해 재판을 받는 것 자체로 이미 범죄자로 낙인이 찍히고, 판결 결과와는 상관없이 재판을 받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것이 확연하다.

국회가 재판할 법관을 고른다?

재판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안 발의의 취지이지만, 현행 형사소송법의 법관의 제척, 기피, 회피 제도에 의해 해결할 수 있음에도 구태여 특정인을 위한 ‘법관을 고르는’ 법안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임시적이고 예외적인 조직이 공식적인 조직을 대체해 권한을 행사하는 현재의 사태를 상기하게 된다. 임시적 예외적 조직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난 2년간의 적폐청산 미명하의 반대파 숙청 정국에서 임시적이고 예외적인 조직이 공식적인 조직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하는 사례를 봐왔다.

행정부처에 설치된 각종의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 형식의 조사를 진행하고 특정인에 대해 불이익한 결정을 내리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를 봐왔다. 이제는 재판절차에 있어서까지 특정한 사건에 대해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관과 특별법정이 논의되는 것을 본다. 임시적 조직이 공식적 조직을 대체하고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은 그 권한행사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신만을 위한 재판절차로 인해 당신이 입은 불이익과 부당한 피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법안의 제안 이유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사법부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은 분명히 사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특별법원을 설치한다는 것은 예외적이고 비상적인 상황에서만 논의될 수 있는 일이다. 현재의 상황이 기존의 사법부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만한 혁명적 상황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권은 혁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선거에 의해 집권했다.

특별법원의 설치와 특별형사절차의 시행은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고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인권 침해에 이를 것이다. 이것이 선례가 되어 앞으로 특별법원이 필요시에 설치될 수 있다는 것은 장래의 피고인이 될 수 있는 특정인에 대한 위협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미명하의 반대파 숙청의 칼날이 사법부를 대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2020년 선거를 앞둔 기간 내내 특정인을 처단하라는 이슈가 계속될 것이 예상된다.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쪽은 국민 주권을 내세우지만 여론을 이용해 반대파를 숙청하는 것이 국민의 주권 행사가 아니다. 분노의 정치로 편을 가르고 내편이 아니면 적으로 규정해 배척하는 정치적 포퓰리즘을 정당한 주권행사라고 부를 수 없다. 특정 집단이 국가를 사유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판절차가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 여론을 내세워 재판에 간여해 재판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

사법의 독립은 재판의 공정을 구현하고 법치주의를 이루는 근간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서의 국민의 사법에의 참여라는 과제는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특정사건의 단회적 처리를 위한 임시적인 특별법원의 설치와 특별형사절차로 다룰 일이 아니다.

사법부는 적폐청산의 대상인가?

이 법안과 함께 국정조사와 법관 탄핵이야기도 같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사법부를 적폐 대상으로 봐서 숙청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법관을 고르는 법안’은 배제되는 법관과 선택되는 법관을 가르는 출발점이 될 것인데 이 법안의 실행 과정을 통해 배제되어야 할 법관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렇게 선출되지 아니한 권력을 대상으로 한 숙청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선출된 권력까지도 숙청의 대상으로 공격받는 상황이 되는 것이 아닐까? 권력기관 마저도 힘에 의해 축출되는 상황에서 누가 당신을 보호해 줄 수 있을까?

반대파 숙청 정국에서 헌법에 의해 설치된 공식적 조직을 흔드는 상황은 혁명적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현행 헌법질서 하에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선택했고 현행 법질서는 여전히 유효하기에 현재의 법질서에 기초해 재판을 받을 권리와 법원의 독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할 때에 당신도 당신만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에 의해 마련된 법정에 서는 일이 없을 것이다.

여전히 남의 일같이 들릴 수 있겠지만, 가까이는 같은 민족을 내세우면서 개인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북한의 참혹한 현실이 있다. 조금 멀리는 중국의 문화혁명이라는 참변을 통해 과거를 털리고 직장에서 쫓겨나 유폐된 사람들이 겪은 10년의 대재앙이 있었다. 아주 가까이는 지난 1년에 걸쳐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반대파 축출 과정을 통해 조사를 받고 불이익을 받는 일들이 있어왔다.

특별한 절차에 의해 특정인만을 위한 법관과 법정에서 재판을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당신의 과거를 깨내기 위해, 당신만을 신문할 법관과 당신만을 위해 마련된 법정이 생기고 온 국민 앞에 당신의 지난 모든 과거가 낱낱이 드러나는 그런 상황을 논의하는 것은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이인철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서울대 졸업
전 MBC 방문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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