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이인기의 설계 이야기 - 건물 짓기가 꿈이라면 설레여야 하지 않을까?
건축가 이인기의 설계 이야기 - 건물 짓기가 꿈이라면 설레여야 하지 않을까?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1.22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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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컬럼에서 언급했지만, 내가 원하는 건물을 짓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특히 기업과는 달리 개인이 건물을 짓는 경우는 일생에 한 번 갖기도 쉽지 않다보니 기대감이 더욱 크다다. 물론 비용에 대한 부담과 복잡한 과정에 대한 어려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이 크게 다가오겠지만 그래도 막연하게 꿈을 갖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신나게 한다. 

그런데 혹시 건물을 지어 본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있다면 "건물 짓다가 10년 늙는다", "다시는 못하겠다","사기당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더 많이 본 적은 없나 생각해보자. 설레이고 즐겁자고 시작한 꿈이 정작 그 과정을 지켜보면 왜 다들 힘들다고 하고 마다하는 것일까? 따로 얘기하겠지만 이런 반응은 건물주 뿐만 아니라 설계자, 시공자들의 상당수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이기도 하다. 

'건물'키워드 감성분석, SomeTrend ANALYSIS>

바로 이 지점, 즉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겪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발생하는 이유가 내가 관심갖고 관찰하는 지점이다. 요리하는 과정이 우울한데 그 음식이 맛있을 리가 없고, 연주자가 지쳐있는데 어찌 그 음악이 유쾌할 수 있을까? 이것보다 더 시간도 길고 규모도 큰 건물 짓는 과정이 불안함과 우려로 가득하다면 과연 그 사람이 지어 낸 결과물인 건물은 어떤 모습일까?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질문들이다. 

대학교 졸업 후 첫 개인 프로젝트, 2000, 밀리오레 의류매장, 이인기
대학교 졸업 후 첫 개인 프로젝트, 2000, 밀리오레 의류매장, 이인기

학교를 졸업하고 건축실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곧 20년이다. 그 기간동안 다양한 배경과 목적을 가진 고객들을 만났고, 거의 모든 용도와 규모 등의 건물을 계획했다. 아주 작은 인테리어부터 중소형 건축물, 또는 대형 건축물 및 단지개발까지 겪었는데 형태는 다르지만 기본적인 속성은 '욕구와 실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을 짓는 과정때문에 '건축'자체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가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건물 의뢰인의 공통점은 무언가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와 진행을 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여러 곳을 알아보다가 우리와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게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특징은 이미 이 의뢰인인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시작부터 지쳐있다가 그 부분을 함께 들어주는 우리와 작업을 하는 경우라는 것이다. 마치 병원을 전전긍긍하다가 말 한마디라도 더 들어주는 의사에게 가는 그런 상황과 비슷하다. 

초기에는 나 역시 건축가로서 고객들이 겪는 그 심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나는 건물을 지으려는 이유를 대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물어보는 것이 첫째고,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를 스스로 이해하도록 질문하는 것이 두번째이다. 사실 건물을 짓는 과정, 그리고 건축을 하는 과정은 너무나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이다. 그런데 이 좋은 걸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그 이유에  의문을 던지면서 사람들이 집을 짓는 과정을 행동(behavior)의 패턴 관점으로 관찰해 왔다. 그것이 바로 내가 건축사용자를 이해하는 방식중의 하나이고, 건축프로세스라는 오랜 이론을 실제 프로젝트에서 검증하는 과정인 것이다. 

건축가 이인기, 포럼디앤피 대표
건축가 이인기, 포럼디앤피 대표

건축가 이인기 | (주)포럼디앤피 공동설립자로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건축가의 언어를 실현하는 설계방법 및 건축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실무프로젝트와 더불어 대학원 수업 및 외부강연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포럼디앤피 | 2008년 세 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주)포럼디앤피는, 아키테라피라는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건축의 혜택을 탐구하고 실천했으며, 양질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스터플랜, 주거, 종교, 의료, 복지, 상업, 문화시설 분야에서 작업했고, 현재는 건축건설사업의 전과정인 기획-설계-건설-운영이라는 프로세스의 리더로서 건축가를 정의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건축과 스마트시티라는 분야에서 특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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