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키운 건 8할이 신문과 방송이다
유튜브를 키운 건 8할이 신문과 방송이다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11.2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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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규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위한 전제조건은 전통매체의 신뢰회복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며칠 전 한겨레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신문, 지상파 방송과 같은 전통매체가 급격히 몰락해가고 국민이 유튜브로 몰리는 이유를 알만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가짜뉴스 잡고 지상파에 중간광고 특혜 주겠다는 현 정부관계자나 민주당이 꼭 봐야할 내용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연세대 바른아이시티(ICT)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뉴스매체와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조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10월 25일부터 11월 1일까지 20살 이상 성인 1312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17%, 30대 32.6%, 40대 27.7%, 40대 27.7%, 50대 15.6%, 60대 이상 7.1%가 참여했다. 이들 중 가짜뉴스에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전체의 88.6%, 실제로 가짜뉴스를 봤다고 응답한 사람은 60.6%였다고 한다.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88.8%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가짜뉴스 출처로 유튜브 등 동영상서비스를 20.9%로 가장 많이 꼽았고,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18.1%, 네이버, 다음 등 포털 17.2%, 페이스북 등 SNS 16.6% 카카오톡 등 메신저(13.5%) 순으로 꼽았다. 전통언론(텔레비전 뉴스, 언론사누리집, 종이신문)을 꼽은 사람은 12.0%였다고 한다. 그 밖의 여러 설문결과가 있지만 생략하고, 눈에 띄는 내용을 보자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60대 이상이 20대보다 높았다고 해석한 부분이다. 유튜브 비율이 20대가 8.1%, 30대가 6.1%, 50대 9.2%, 60대 이상 10.3%로 나타났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 유튜브로 뉴스를 접하는 연령층으로, 60대 이상 고령층이 많아 보이는 것 같지만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20대30대가 각각 17%, 32.6%인 반면에 60대 이상 참여자가 7.1%로 소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튜브로 뉴스를 접하는 20대 30대가 비율로는 60대보다 못하지만 실제 수적으로는 60대 이상 못지않게 많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아직도 중노년층 사람들은 유튜브보다는 신문이나 방송, 라디오와 같은 전통적 매체를 통해 뉴스를 더 많이 접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런 결과들은 좌파진영과 여권은 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노인층이 유튜브로 가짜뉴스를 많이 본다며 마치 무지몽매하고 교육시켜야 할 대상인 것처럼 몰아가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설문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실은 대다수가 가짜뉴스 문제에 심각성을 느끼면서도 유튜브보다 신문, 방송과 같은 전통매체에 더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응답자들은 가장 신뢰할 수 없는 매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메신저서비스를 통해 전달되는 뉴스(22%), 페이스북 등 SNS로 전파되는 뉴스(21.1%),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공유되는 뉴스(19.4%) 순으로 답했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 뉴스섹션(네이버 다음 등)을 포함해 전통적 언론매체(TV뉴스, 신문, 언론사홈페이지)를 신뢰할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무려 32.5%나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문과 지상파 위기가 미디어환경 변화 탓이라는 핑계

전통언론(텔레비전·종이신문·언론사 누리집)이 가장 편파적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46.1%에나 달했다. 반면, 유튜브는 신뢰할 수 없다고 꼽은 비율이 4.9%, 편파적이라고 꼽은 비율이 5.9%에 그쳤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사실을 말해준다. 유튜브 방송 이용자들이 가짜뉴스를 판별할 능력이 떨어져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 유튜브로 뉴스를 접하는 연령층은 여권이 말하듯 세상물정 모르고 끼리끼리 자기들만의 우물 안에 갇힌 보수성향의 노인들만이 아니라 사실상 전 연령층에 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이다. 또 신문이나 지상파와 같은 전통매체들이 지나친 편파성 등을 이유로 신뢰를 잃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조사결과 내용들은 지상파나 신문의 위기를 꼽을 때마다 다매체 다채널과 같은 미디어환경 변화에다 모든 핑계와 책임을 돌리는 정부당국자와 관련매체 종사자들에게 큰 교훈을 준다.

전통적 언론매체가 역할을 잘하고 있다면 지금처럼 많은 국민이 유튜브에 폭발적으로 몰리겠냐는 것이다. 필자는 유튜브를 키운 건 8할이 전통매체라고 본다. 얼마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이 신동아 인터뷰에서 가짜뉴스를 빨리 근절할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며 여전히 규제불가피론을 주장했다. MBC노조위원장 출신의 그가 초록동색이라 그런지 몰라도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해야한다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가 인용한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많은 국민은 유튜브 규제보다 신문과 지상파 방송 등 전통매체의 편파성이나 신뢰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상파 광고매출 하락 걱정은 전통매체가 신뢰를 회복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KBS, EBS, MBC, SBS의 방만 경영과 국민을 무시하는 막되 먹은 편파성을 고쳐 믿을 수 있는 매체로 거듭나는 자정노력을 하는 것이 유튜브 규제보다 훨씬 시급한 일이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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