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배워야 할 민주당 가짜뉴스 대책
한국당이 배워야 할 민주당 가짜뉴스 대책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11.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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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기대하지 않는다, 민주당 절반만큼이라도 따라가라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정부여당발로 거세던 가짜뉴스 논란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느낌이다. 연말까지 가짜뉴스 규제입법을 서두르겠다던 민주당이 지난 달 초쯤 민변과 면담 후 공론화 모델을 통한 시민사회 참여 방식으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과 민변이 면담한 그날, 마침 매체비평지 미디어오늘과 정의당, 오픈넷이 공동으로 주최한 ‘가짜뉴스와 허위조작 정보, 표현의 자유의 위기’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연대와 같은 언론단체들이 문재인 정부 가짜뉴스 근절대책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지적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현 정권 성격상 그 영향 탓에 대책 방향을 튼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여권 내부의 반발이 더 컸을 것이다. 민주당의 방향은 예전부터 보통 그래왔던 것처럼 여권 좌파 시민사회단체에서 나오는 주장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약 2주 전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가짜뉴스대책단, 이하 특위)와 민언련이 가짜뉴스 등 허위조작정보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 기구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특위 위원장 박광온 의원을 비롯해 특위 관계자들과 정 모 상임공동대표 등 민언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언론보도에 근거해 정리해 보면 여권이 준비 중인 가짜뉴스 근절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민주당이 자체 준비하는 규제입법이다. 이를테면 박광온 의원이 이미 올해 4월 발의한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과 같은 것을 말한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 내용은 대략 이렇다.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가짜뉴스 처리 업무 담당자 채용을 의무화한다. 또 명백히 위법한 가짜뉴스의 경우 24시간 내 삭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관련 매출액의 100분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무거운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규제대상으로 삼는 가짜뉴스를 ‘언론중재위원회’ ‘법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라고 판단한 정보들로 제한했다. 또 하나는 좌파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대책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민주당, 기대난망인 한국당

민주당이 민언련 등과의 모임에서 제시했다는 방안은 이렇다. 민간중심의 팩트체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예산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예산 조성은 정부와 기업 등이 기금을 마련하는 해외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고 한다. 민언련 측은 공론화 모델을 만들기 이전에 사회적 논의 기구부터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민주당은 그 제안에 동의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팩트체크 활성화, 공론화 모델 등을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을 정리하면 민주당의 소위 가짜뉴스 대책은 입법보다는 시민사회 중심의 자율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세력인 민변, 민언련과 같은 좌파단체들과 정의당이 반발하는데 정부와 여당이 굳이 무리하게 입법으로 찍어 누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 법안들은 야당 반대에 막혀 실제 규제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문제는 야당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런 여권 움직임에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나. 필자 보기엔 속수무책이다. 정권이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규제책을 들고 나오자 야당은 부화뇌동으로 한술 더 뜨고 나왔다. 실제로 가짜뉴스를 방지할 수 있느냐보다 정치적 효과나 노림수에만 치중했다. 그렇지 않다면 ‘징역형’을 명시한 허무맹랑한 입법안이 나올 리가 없다.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정의도 모호하고 사회적 합의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처벌부터 하겠다는 법안을 만들 수 있나.

자유민주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각성이 여당 정치인이나 좌파단체들보다 훨씬 못하다는 방증 아닌가. 심지어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7년 이하의 징역 및 7,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이제는 입 아픈 언론대책 조언

민주당이 밝힌 대로 가짜뉴스 규제는 결국엔 시민사회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사회적 기구가 설립되고 논의된 이후 민언련 중심으로 새롭게 팩트체크 기관이 만들어지거나 미디어 리터러시(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하여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 교육을 위한 민간 기관, 공론화 기구 설립 등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은 정부와 기업 등이 기금을 마련하는 해외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니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전폭적으로 지원할 게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한국당을 향할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든 허위정보든 민주당보다 더 큰 피해자라 할 한국당은 과연 뭘 하고 있는가. 이 정당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기본적인 모니터링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이건 언론에 대한 기본 인식이 아예 없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넋 놓고 있다 논란이 될 때야 징역형 입법 발의쇼나 하고 마는 수준이다.

보수우파 시민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언론 문제가 심각하다면서도 그 많은 단체에 체계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팀 하나 없다. 민언련이 그 오랜 세월동안 모니터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여 자기들 눈에 거슬리는 패널들을 방송에서 퇴출시키고 프로그램을 폐지시켜 가며 언론지형을 바꿔가는 사이 보수단체는 고작 시위나 성명 몇 번으로 비명 한번 지르는 퍼포먼스로 끝내고 말았다는 것이 불편하지만 진실에 가깝다.

이명박 정권 때 편파 방송을 견제할 목적으로 공정언론시민연대와 같은 감시기구가 모니터링 활동을 하긴 했지만 자금 등 사정으로 얼마 못 가 활동을 접었다. 현재도 몇 개의 언론단체가 있긴 하지만 언론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

한국당이나 보수진영의 시민단체들은 어디 멀리서 대단한 교본을 찾을 게 아니라 민주당과 민언련 모델에서 한 수 배우면 된다. 이념은 다르지만 언론감시란 공적 목적은 같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입 아픈 이야기를 반복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방법을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의 어리석은 행태는 영원히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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