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구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바보짓
유튜브 구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바보짓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12.03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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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와 가짜뉴스 사회적 논의 기구 출범에 대한 우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문재인 정부가 관(官) 주도 규제 대신 민간 팩트체크 기구 지원이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등과 같은 자율규제로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지만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정부 방침이니만큼 일단 믿고 기다려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무리 한 입으로 두말하는 정권이라지만 설마 100% 거짓일리는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가치인 ‘자유’를 해치거나 위축시키는 정책적 ‘꼼수’가 등장할 조짐은 아무래도 불길하다.

인터넷상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의 1소위원회에서 지난 달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해외 IT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고 서비스를 강제 차단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올해 12월까지 운영되는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 산하에는 2개의 소위원회가 있다. 1소위는 국내외 사업자 역차별 해소와 통신사업 규제체계 개선을 논의하고, 2소위는 인터넷 생태계 발전 및 이용자 보호 방안을 정책의제로 다루게 된다.

필자가 의심하는 꼼수는 1소위 회의에서 나왔는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내용은 이렇다. 1소위는 국내외 콘텐츠제공자(CP)와 통신사, 한국신문협회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7차례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 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음란물 대응 요청을 거부한 텀블러(미국 야후가 운영하는 SNS)처럼 해외사업자가 국내법을 무시한 채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임시중지 명령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임시중지 제도는 해외 CP가 국내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주고도 복구 노력을 외면할 때 방통위원장 등이 기간통신사업자에 서비스 강제차단을 지시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한다. 협의회 1소위는 비록 임시중지 명령 발동요건을 강화하고, 적용대상을 엄격히 제한하는 식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글로벌 IT기업을 적극적인 행정조치 대상, 사법권 대상으로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소위는 남은 기간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확정된 보고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거꾸로 가는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

소위가 사업자의 사익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말기유통법상 긴급중지 명령처럼 긴급성과 필요성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불법적인 정보와 서비스에만 선별적으로 중지 명령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아무래도 미심쩍다. 우선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가 출범한 시기가 공교롭다. 협의회 출범식과 함께 1차 회의가 열린 2월은 정부와 여당이 유튜브 등 가짜뉴스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시키던 무렵이다. 아무 관련이 없을까.

물론 해외 글로벌 IT기업과 국내 기업 사이의 불균형이나 역차별 문제가 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오긴 했다. 그럼에도 협의회 출범과 문재인 정권의 가짜뉴스 철퇴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우연히 벌어진 오비이락으로만 보기에 찜찜한 건 소위에서 논의됐다는 구체적인 내용 탓이다. 논의 내용에는 앞에 언급한 불법적 정보와 서비스의 중지 명령 외에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조치가 미흡할 경우 방통위가 접속경로 차단을 요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해외사업자에 대한 조사권 확보를 위해 현장조사 방해, 자료 미제출 등 거부행위에 대해 형사처분이나 이행강제금을 물도록 하는 등의 적극적인 법집행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됐다고 한다. 이 부분은 얼마 전 민주당이 구글에 가짜뉴스 유튜브 콘텐츠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 했다가 퇴짜 맞았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 사건이 협의회 소위 논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구글 콘텐츠 삭제요청은 말하자면 민주당이 주도한 일종의 표현의 자유 탄압 사건이라 할 수 있는데 학계, 관련 인터넷·통신사업자, 연구전문기관, 시민단체 관련자들이 모였다는 사회적 합의 기구인 협의회가 앞장서 집권여당 입맛에 맞는 논의를 할 리가 없잖은가. 협의회 소위에서는 그밖에도 글로벌 CP 등 부가통신사업자가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나 비통신 사업자에 대해 불공정행위를 할 경우 규제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고하지 않은 통신서비스제공자도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앱 선탑재 등 행위에 대한 규제를 위해 제조사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에서 논의한 이러한 내용들을 검토해 입법화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협의회가 논의한 내용들은 실효성도 의심될 뿐더러 자칫 반대세력이나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고 불법적 콘텐츠 서비스를 강제 중지시키거나 삭제하겠다는 것인데 글로벌 기업들이 순순히 따라줄까.

대한민국 불법 음란물 정보 온상지로 떠올랐다는 텀블러마저 자신들은 한국에 사업체가 없는 미국 회사로 자국 법률 적용을 받을 뿐 대한민국 조치를 따를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 그때 내세운 또 하나의 명분이 표현의 자유로서, 신고된 콘텐츠들이 성인 콘텐츠를 호스팅하는 텀블러 정책과 위반되지 않아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자율적인 협조를 얻어내려면 우리 국내법이 글로벌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걱정되는 ‘한국의 중국화’, 인터넷 공동자멸은 곤란

그런데 현재 문재인 정부는 정부 입맛을 잣대로 입법을 추진한다. 정부 입맛이 글로벌과 맞으면 괜찮은데, 하나같이 우물안 개구리식 국내용이다. 차라리 국내 IT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규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이버가 국내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국내용 호랑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오랫동안 국내 규제에만 최적화된 탓 아닌가?

그럼에도 자꾸 무리하게 국내법 안으로 끌어들여 규제하려 들면 글로벌 기업들은 아예 한국을 떠나려고 할지 모른다. 글로벌 기업이 규제 때문에 버티지 못해 떠나는 지경에 이른다면 대한민국 앞날은 뻔하다. 불법적인 정보와 서비스만 선별적으로 차단하고 중지시키겠다지만 규제하다보면 예상된 길로 가게 된다. 현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정부비판 콘텐츠를 삭제하려 들 것이 불 보듯 훤하다는 얘기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난 뿐 아니라 아예 정부가 통제하고 옥죄는 중국처럼 변질될지 모른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글로벌 가치는 세계의 국경을 허물고 있는데 문재인 정권은 자꾸 역주행하려 든다. 보수가 판을 치는(?) 유튜브 방송으로 현 정권 심기를 건드리는 구글을 겨냥한 듯 보이는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와 같은 기구들이 필자와 같은 일반 국민 눈에 자꾸 꼼수로 느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며칠 전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국회방송이 유튜브에 요청해 삭제한 정치관련 영상물이 문재인 정권 들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삭제 영상물 85%가량이 정부나 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저작권 위반이다. 국회방송 영상은 공공저작물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한데도 유튜브는 국회방송의 삭제요청을 받아들여 삭제한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한 것이다.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는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웠지만 이름과 달리 자칫 인터넷 공동자멸의 길로 이끌 위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 방통위는 얼마 전 가짜뉴스 대책을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사회적 기구를 곧 만들겠다고 한다.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와 같이 꼼수기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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