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이인기의 설계이야기 - 건물을 지으려면 무엇부터 해야하지?
건축가 이인기의 설계이야기 - 건물을 지으려면 무엇부터 해야하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2.11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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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2018년 대학원에서 강의한 건축설계론 내용 중 <도시&건축 사용자의 이해>에 기초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각자의 분야에서 실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의 일환이다. 이 내용은 일반인들에게 건축분야의 변화와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보다 건강한 발주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양질의 건축은 기존의 '갑과 을'이라는 수동적인 거래관계를 벗어나서, 프로젝트를 제대로 완료하기 위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각자의 역량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건물을 지어보자. 그런데 무엇부터 하는거지?

잠시 머릿속에 장면을 하나 떠올리자.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서 온갖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결국 "건물을 짓자"라고 결론은 내린다. 그리고는 누군가 한 명에게 "너가 맡아서 해봐"라고 일을 맡기고는 다들 뿔뿔이 흩어진다. 만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 일을 맡은 사람이라면 무엇부터 할 수 있을까? (사실은 이 순간이 계획없이 목표부터 생기는 시점이다)

자! 당신은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하거나 어딘가에 적기 시작한다. "땅을 알아봐야 하나?", "건축을 어디에 맡기지?", "뭘 알아봐야 하나?", "얼마가 필요할까?", "잘 지어진 건물 없나?", "몇 명이 살아야 하지", :어떤 공간이 필요할까?", "내가 한 번 그려볼까" 등 십분도 채 안돼 온갖 질문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Wrong Question, Right Answer, Source : CNN

그런데 이상하다. 할 일은 많아지기만 하고 질문은 한 없이 늘어나고 시간이 가도 뭐 하나 명쾌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머리만 아파진다. 그 이유는 건물을 짓겠다는 목표는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문자체가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것들이 아닐 뿐더러, 연관성이 떨어지면서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앞서 상황을 겪으면서 틈만 나면 하는 것이 바로 '검색(Search)'이라는 행동이다.  결국 검색이라는 것은 나한테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주도적인 행동'인데, 많은 경우가 경우가 이 검색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왜나하면 세상에 그럴듯한 데이터(Data)는 셀 수 없이 많은데 정작 나한테 필요한 정보(Information)를 선별해서 내 할 일에  유용한 지식(Knowledge)를 습득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볼까? 

자! 이 검색창에 무슨 글자를 적을 수 있을까? 

사실 이 검색창은 우리가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그저 자기가 할 일을 기다리고 있거나 알아들을 수 있는 질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질문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건축을 전공한 학생들과 비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정작 이 검색창에 어떤 키워드를 적을지를 질문해보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도 주택, 집, 건물, 단독주택, 전원주택, 이쁜 집, 이쁜 건물, 집짓기 등의 단어를 벗어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검색창을 열고 검색어를 쓰려고 앉으면 생각보다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단어가 매우 적다는 것에 의기소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에 쉽게 적을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건물에 대한 배경지식의 모습일 수도 있다. 

앞으로도 건물을 짓는 과정을 겪다 보면, 이 일을 담당한 당신은 끊임없이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간혹 "난 잘 모르겠고, 그냥 알아서 잘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식당에서는 만원도 채 안되는 메뉴를 고르면서 이것 저것 다 요구하는 것이 우리들인데, 적어도 수 억원이 들어가는 건물을 알아서 잘 해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중세 건축현장 방문 : 현장건축가가 건물주에게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 Visite de chantier au Moyen Âge : le maître d'œuvre présente l'avancement au maître de l'ouvrage
중세 건축현장 방문 : 현장건축가가 건물주에게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 Visite de chantier au Moyen Âge : le maître d'œuvre présente l'avancement au maître de l'ouvrage

바로 이 단계가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의 자신의 역할이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건물을 소유할 건물주(발주처)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수 천원짜리 거래가 이루어지는 요식업에도 밥을 짓는 사람과 밥을 먹는 사람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데, 그 금액을 비교할 수 없는 건축에서야 건물을 짓는 사람과 건물을 갖는 사람의 역할을 어찌 헷갈릴 수 있을까?  

배경지식이 바로 건물을 갖는 출발점을 결정한다

이번 컬럼에서는 위 문장으로 마무리 한다.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발주자'가 해야할 고민은, 어떻게 지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요구를 잘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일 것이다. 
 

건축가 이인기, 포럼디앤피 대표
건축가 이인기, 포럼디앤피 대표

건축가 이인기 | (주)포럼디앤피 공동설립자로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건축가의 언어를 실현하는 설계방법 및 건축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실무프로젝트와 더불어 대학원 수업 및 외부강연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포럼디앤피 | 2008년 세 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주)포럼디앤피는, 아키테라피라는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건축의 혜택을 탐구하고 실천했으며, 양질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스터플랜, 주거, 종교, 의료, 복지, 상업, 문화시설 분야에서 작업했고, 현재는 건축건설사업의 전과정인 기획-설계-건설-운영이라는 프로세스의 리더로서 건축가를 정의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건축과 스마트시티라는 분야에서 특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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