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정치개혁안 ‘i폴리틱스’는 무엇?
김병준의 정치개혁안 ‘i폴리틱스’는 무엇?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2.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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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정치 타파가 주요 내용 …“패권적, 위계적 질서 청산”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개혁안으로 ‘i(individual·개인) 폴리틱스(politics·정치)·i파티(party·정당)’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내 계파주의적 일탈행위가 보인다”며 경고하면서 계파정치 타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개혁 구상 ‘i폴리틱스’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에 맞서 ‘아이 노믹스(i nomics)’를 발표한 지 약 열흘 만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우리 정당정치의 병폐를 총체적으로 진단하면서 흥미로운 처방을 내렸다.

발표된 개혁 방안은 ‘정치에서 개별구성원 i가 중시되는 ‘아이 폴리틱스’ 및 ‘아이 파티’와 ‘평화이니셔티브’ 등에 대한 입장을 담고 있다. 한 사람의 개인이 강화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 위원장은 “보스 중심의 패권적, 위계적 구도에서 탈(脫)위계적이고 수평적인, 의원 개개인이 스스로 가진 정책역량으로 외부와 연결되고 창의적 열정을 발휘하는 개별의원(i) 상호 협력을 중시하는 수평적 정당으로 가야 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보면 대한민국 정당은 전부 여전히 계파 중심, 보스 중심의 정치가 이뤄지고 있는 아직도 병이 들어 있는 환자들로 한국당 뿐 아니라 민주당도 그렇고 바른미래당도 그렇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 아픈 병을 누가 먼저 고치느냐, 스스로 환자인 줄 아는 당이 먼저 고칠 것”이라며 “새로운 역사에 맞는 정당이 누가 되느냐 경쟁하는데 최소한 스스로 환자인 줄 아는 한국당이 선두에 설 것”이라고 확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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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개혁안으로 ‘i(individual·개인) 폴리틱스(politics·정치)·i파티(party·정당)’를 공개했다. / 연합

개방과 소통의 정치구조 i폴리틱스

김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의 계파정치 현실에 대해 “보스·위계 중심의 정당, 갇힌 정당이기 때문에 창의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며 “계파나 보스 중심에서 벗어나야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개혁 작업들이 이번 발표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공천제도 변화와 당원권을 어떻게 신장시켜 계파주의를 막을지 장치 마련 등 고민을 녹일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아이 폴리틱스’에는 국가와 시장 시민사회(공동체) 간의 역할 재배분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시장과 시민사회의 자율성은 확대하되 자율적 조정 및 통제 기제가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국가는 그 사이에서 약자 보호, 공정경쟁, 성장기반 조성 및 안보 등의 영역에서 공정한 배려와 형평의 정신으로 보충적,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는 의미이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비전은 앞서 지난 달 그가 <미래한국> 초청 포럼에서 보수의 명제로 ‘탈국가주의’를 제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당시 “국가는 자율경제 속에서 일어나는 모순을 해결하는 정도, 즉 공정한 기회 제공, 약자 보호 등 이런 부분에서 적극적 역할을 해나가면서 지속가능한 인적자원 육성의 인프라를 깔고 혁신의 기반이 되는 R&D를 챙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국가는 시장과 시민사회가 하지 못하는 보충제 역할을 책임지면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i폴리틱스와 함께 i-party를 제시하면서 “개인과 개인이 연결돼 사회가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구도에서 정당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폐쇄적 구도에서 개방적 구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당은 보수정치 네트워크를 크게 만들고 그 중심성만 확보하면 된다”며 “당 밖에 있는 세력, 집단과 폐쇄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유기성을 통해 보수정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개방형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방형 구도란 이를 테면, “다양하고 자유로운 연결이 어려운 곳에서는 열정도 창의도 없다” “창의성은 연결에서 온다”는 스티브 잡스 식의 발상의 전환으로, 패권적, 위계적 구도에서 상호협력과 연결 중시의 수평적 구도를 뜻한다. 열정과 창의성을 방해하는 보스 중심의 집단적 구도에서 개별의원(i)의 ‘의원다움’이 살아나는 구도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비전과 가치, 윤리 등으로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도를 강조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다음 행보는?

개별의원(i)들은 ‘의원다움이 살아 있는 의원’으로서 정책역량, 정보역량, 혁신역량, 정치역량 등으로 무장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연결역량을 높여 다양한 정치적, 정책적 플랫폼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i-party와 관련 김 위원장은 미래한국 포럼에서도 “민주당은 참여연대, 민주노총, 전대협 그룹 등 수많은 주변의 여러 세력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당이 중심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게 돼 있으니 당 저변이 넓고 단단하고 넘어질 듯해도 넘어지지 않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면 한국당은 당 밖의 세력이나 집단들의 브리지(Bridge)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라 누굴 데려와서 당에 녹여버리려고만 하는데 이게 잘못된 것이다. 우리 당은 나름의 철학과 가치, 담론, 정책패키지 등으로 중심성을 확보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의 계파 청산 움직임에 일부에서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김영우 의원은 “비대위는 의원들과 토론 없이 정책 비전을 계속 발표하지 말아야 한다”며 “당의 기본정책은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이젠 정치에서 발을 빼긴 어려울 거 같다”며 정치에 뜻이 없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8월엔 “비대위가 끝나면 제가 있던 자리로 돌아갈 것”이고 말한 바 있다.

내년 2월까지 임기인 김 위원장이 경제에 이어 정치개혁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면서 향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임기를 무사히 마친 뒤에도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이어 갈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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