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는 평양 교육방송인가?
EBS는 평양 교육방송인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2.1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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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방송공사 EBS가 한국의 국가정체성과 금기를 깨는 데 앞장서고 있다. 북한 공산주의 세습독재자 김정은 미화 논란이나 동성애 권장, 반자본주의 확산 등 EBS가 반체제, 반교육적 방송 콘텐츠 생산을 주도한다는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EBS는 방송을 통해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평생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는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으로 1990년 12월 개국했다. 2000년 공사체제로 전환돼 교육전문 채널로서 위상을 굳혀오고 있다. 그러나 수년 간 EBS를 둘러싼 논란은 공영방송이자 교육방송 전문채널로서 역할에 의구심을 남기고 있다.

EBS는 자회사 EBS미디어가 지난 10월 출시한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지도자 4인’ 입체 퍼즐로 논란에 휩싸였다. ‘평화의 주역’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꼽고, 이들의 얼굴과 몸, 대표 건축물을 조립하는 상품을 소개했다. 8세 이상 사용을 권장하는 이 제품은 성인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가로 6㎝, 세로 4.2㎝, 높이 9.8㎝)다. ‘EBS 인물시리즈’란 이름으로 협력사인 ‘스콜라스’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각 3300원에 판매했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된 건 김정은 퍼즐이다.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라고 소개된 김정은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농구를 비롯한 스포츠와 영화, 컴퓨터에 관심이 높다’ ‘2009년 김정일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정치적인 입지를 굳혀 2011년 북한 1인자로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고 설명돼 있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약속을 했다’ ‘세계 평화로 나아가는 새로운 지표를 마련했다’고도 적었다.

문제가 된 EBS미디어의 김정은 퍼즐
문제가 된 EBS미디어의 김정은 퍼즐

무너진 균형성, 막가자는 EBS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없는 가운데 이 같은 교구(敎具)는 실체와 다른 허상의 김정은을 부각시킬 우려가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EBS가 김정은을 미화하는 아동용 교구를 제작했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EBS미디어 측은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제품을 출시하게 됐는데 시기가 조금 일렀던 것 같다”며 “곧바로 관련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고 시장에서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BS의 김정은 미화 논란은 EBS미디어 대표이사가 사퇴하며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EBS의 콘텐츠가 반 대한민국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건 여러 차례다. 지난 2011년 인터넷 수능 특강 ‘한국근현대사’를 강의하던 EBS 인기 강사가 “군대가 빨갱이를 골라낸다는 명분으로 너무나도 많은 무고한 여수·순천 시민들을 죽여요. 그냥 잡아놓고 옷 벗긴 다음에 ‘너 왜 미제 팬티 입었어?’ ‘너 왜 머리가 짧아?’ ‘너 무장공비지?’ 그러면 총으로 땅! 쏘아죽이는 거예요. 법적인 것도 없어요. 봐서 마음에 안 들어 총 쏘는 거예요” 라는 등의 강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 전 해에도 현직 고교 교사가 인터넷 수능 강의 도중 “군대 가면 죽이는 거 배워 오잖아요. 뭘 잘했다는 거죠? 뭘 지키겠다는 거죠”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자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한 일이 있다.

EBS를 둘러싼 잦은 시비 가운데 하나가 동성애 미화 논란이다. 지난 해 7월 EBS는 초등학생을 위한 동성애 카드뉴스를 제작해 물의를 빚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 ‘스쿨잼 블로그’에 ‘우리들의 친구 성소수자’라는 11장짜리 카드뉴스를 올려놨다가 한때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스쿨잼 블로그는 EBS가 네이버와 공동으로 만든 초등학생용 온라인 학습 콘텐츠로 당시 약 6개월 동안 359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초등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다.

그러나 카드뉴스에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성행위가 존중받아야 할 사랑의 형태처럼 표현돼 성 관념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인 초등학생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한다는 비난을 샀다. 카드뉴스엔 4명의 만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남학생은 ‘내 몸은 남자지만 마음은 여자야’ ‘난 여자의 마음을 갖고 있어’라고 말한다. 여학생도 ‘내 애인은 여자야’ ‘난 동성이 좋아’라고 소개한다.

또 “성소수자 중 하나인 트랜스젠더는 태어난 성별과 반대되는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몸과 마음의 성별을 하나로 맞추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소개해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전환 수술까지 미화하느냐’며 논란도 자초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보도하면서 EBS가 성전환 수술에 대해 수술후 생식 기관과 신체구조에 나타나는 부작용, 정신적 폐해 등은 간과하고 마치 퍼즐 맞추기 시술인 양 소개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EBS는 카드뉴스 문제점을 지적하는 학부모에게 보내는 답변문에서 “해외에선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교육에 포함하는 추세이며, 어느 정도의 내용은 청소년들도 적절히 판단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올바른 윤리교육 외면, 교육채널 의미 없어

EBS는 지난 해 12월 25일과 올해 1월 1일 젠더 토크쇼 프로그램 ‘까칠남녀’에서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성소수자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가 일부 여론의 반발에 부딪히는 일도 있었다. 당시 제작진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 폭력이 사회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들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며 제작 취지를 설명했다. 당시 방송에 대해선 학생들에게 다양한 성관념 교육이 필요하다는 일부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공영방송 EBS 가 어떻게 동성애를 옹호하는 방송을 할 수 있나”라는 비난 여론으로 몸살을 앓았다.

EBS가 자랑하는 프로그램 ‘지식채널-e’가 반자본주의를 확산한다는 비판도 오래됐다. 5분여간의 짧은 방송 시간 속에 음악과 자막, 아름다운 영상으로 채워진 이 프로그램은 감성 코드를 이용해 방송의 의도를 부각시킨다. 제작진은 “사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자유롭게 하는 것”, “기계적인 객관성을 취하거나 하나의 결론을 내리고 시청자를 설득하기보다 최대한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기획 취지를 밝혔지만 또 다른 편견을 심어준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세계 슈퍼 부자 85명의 재산이 세계 인구 절반의 재산과 맞먹는다”는 자극적인 문구로 시작하는 ‘1247화: 불평등을 줄이는 더 쉬운 방법’은 법인세 감세, 상속세 폐지와 같은 정책들을 부자감세로 낙인찍고 불평등을 줄이는 더 쉬운 방법으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라”는 식의 결론을 제시해 경제학계의 오랜 연구와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국 벤처투자자 닉 하나우어의 최저임금인상 제안을 다룬 ‘1273화: 뻔한 스토리’는 가난한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결론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영세자영업자 위기를 겪는 현 시점에서 더 시사점을 준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이 12월 3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EBS미디어 '김정은 종이인형' 교구를  들고 질의하고 있다 / 연합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이러한 EBS의 콘텐츠물에 대해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지식채널e의 다큐들은 지난 10년 동안 놀라우리만큼 일관성을 고수해 왔다. 성장보다는 분배, 시장보다는 정부, 평등과 공동체주의에 대한 갈채, 개발론에 반대하는 환경보호론 옹호 등”이라며 “이러한 좌파적 사고방식과 그에 따른 사회정책을 옹호하는 내용들이 ‘EBS’, ‘교육방송’이라는 프리미엄을 입고 학생들에게 절대 진리로 각인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공영방송 EBS가 특정 정파 위주의 시각을 전달한다는 비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해 ‘지식채널e’에서 공영방송 문제를 다룬 ‘언론 4부작’과 ‘교육대토론회’는 민주당의 일방적 주장을 담아 논란이 됐다. 출연진도 민주당 의원 일색으로, 지난 해 11월 프로그램이 논란이 되자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장해랑 EBS 사장에게 “경고한다. EBS를 정권의 홍위병처럼 운영하지 마라. 그런식이면 폐지 목소리 나온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2008년 5월 ‘지식채널e’는 광우병을 소재로 한 ‘17년 후’ 편을 제작, 방송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담당 PD가 교체되면서 권력에 대항한 ‘투사’로 떠오르며 주목받기도 했다. 10여 년이 흐른 현재 시점에서 보면 쓴웃음이 나오는 해프닝이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거나 논란이 된 EBS의 각종 프로그램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한국의 국가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김정은 미화(우상에 가까운) 논란이나 동성애 이슈도 한국 사회에서는 일종의 금기에 해당한다. EBS는 그 외에도 페미니즘, 난민문제 등 글로벌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EBS가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하거나 성역화한 지점들을 적극적으로 건드리며 깨고 있는 셈이다. 방향과 시점은 일방통행이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국제 전범이자 지금도 주민들의 인권을 말살하는 최악의 세습독재자 김정은의 방문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EBS의 일관된 ‘금기 깨기’ 시도가 낳은 하나의 성과라고 본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준조세인 수신료가 투입되는 공영방송 EBS의 일탈적 행보가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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