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킨 것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킨 것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 승인 2018.12.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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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은 군사적으로는 일대 사건이었다. 죽은 김일성조차 벌떡 일어날 일이다.

그동안 북한이 가장 부담스러워한 키리졸브 독수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 공군의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모두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내년 한미연합훈련도 거의 중단되는 분위기다.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한다는 명분하에 트럼프-문재인-김정은의 3박자가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대신에 안보 위기에 처한 쪽은 대한민국이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장거리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 중단을 요청했음이 미국의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지난 26일 미국의 군사매체 밀리터리 타임즈는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올해 미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격 중단과 연합 공군 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취소가 모두 한국 정부 요청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지난 5월 미국이 B-52 전략폭격기가 참가하는 한미연합훈련을 계획했다가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한국 측 우려로 인해 미군 단독 훈련으로 전환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우리 군 당국은 ‘사실과 다르다’ 혹은 ‘미측이 먼저 요구했다’면서 변명으로 일관했다. 심지어는 지난 3월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전략폭격기 같은 미국 전략자산이 더 이상 한반도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 발언이 문제되자 농담이었다고 어물쩍 넘어간 일도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 거짓임이 드러난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한미연합훈련 거부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령관들은 외교적 수사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애써 감추고 있다. 필립 데이비슨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29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관련 콘퍼런스 화상 질의응답에서 “거의 70년간 이어져 온 한미동맹은 동아시아 안보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가 한국의 준비태세 역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취소로 인해 어떠한 영향도 겪는 게 없다”거 말했다. 과연 그럴까? 미군 입장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군사전략의 초점은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이기 때문이다. 미군은 한국과의 연합훈련 대신 일본, 호주 등 여타 동맹국과의 연합훈련을 대폭 강화했다. 브라운 태평양공군사령관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로버트 브라운 미 태평양육군사령관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한반도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혀 더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실은 브라운 사령관이 미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인데 최근 하와이,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 워싱턴주, 심지어 알래스카에서도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훈련에 한국군도 초청했다고 한 것인데 한마디로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방어를 위한 훈련이 한반도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런 훈련에 한국군이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되어 초청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설사 한반도 밖에서 훈련한다고 했을 때 한국군이 제대로 동원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해군의 수송전력은 해병대병력조차 모두 수용할 수 없다. 브라운 사령관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많은 병력이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훈련하는 것만큼 좋진 않다”고 말하면서 “훈련을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궁여지책(窮餘之策)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로버트 브라운 미 태평양 육군사령관은 상위급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 밖에서 시행중이라고 말했다 / 연합

한국작전전구(Korea Theater of Operations)내 연합훈련의 의미

전쟁을 수행하는 총체적 작전의 단위 공간을 전구(戰區:Theater)라고 한다. 그런데 영어 표현이 흥미롭다. 공간이라는 space가 아니라 극장이라는 Theater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연극에 극장(theater)과 시나리오(scenario)가 필요한 것처럼 마찬가지 개념이다.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라는 공간(Theater)에서 가상의 전쟁시나리오를 구체화 시키는 작전계획(OPLAN) 하에 진행된다.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작전계획을 수립한 것이 ‘작전계획 5027’로 알려지고 있다. 앞 두 자리 ‘50’은 한반도라는 전구(Theater)를 뜻하고 뒤 두 자리 숫자는 상황에 따른 세부 작전계획(OPLAN)이라고 미국의 민간 군사안보연구소 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는 밝힌 바 있다. 한미 양군의 작전계획은 극비 사항이다. 다만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의 한반도 전구(戰區)에서의 작전계획은 다음과 같다.

▶북핵시설에 대한 초정밀 공습계획인 작계-5026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작계-5027

▶북한이 미사일로 미국과 일본을 공격할 경우 미·일 양국의 공동작전을 담은 개념계획(Concept Plan) 작계-5028

▶전면전이 아닌 북한의 급변 사태시 군사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작계-5029

▶북한 내부 교란계획인 작계-5030 등 다섯 가지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이러한 시나리오와 작전계획 하에 단위부대별 작전으로 세분화되어 실시되었다. 한미연합훈련의 진정한 가치는 한국작전전구(KTO:Korea Theater of Operations)에서 실시할 때 전략적 효과를 발휘한다. 미 항모전단이 동해에 진입하고, 전략폭격기까지 동원하는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할 때마다 북한군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전투 동원 태세에 따라 갱도나 전투진지에서 며칠 밤을 새는 것은 기본이다. 그만큼 북한군에 주는 피로감은 대단했다. 한국작전전구(KTO) 내에서 치러지는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전쟁 도발 의지를 꺾는 효과가 매우 컸다. 오죽하면 과거 ‘팀 스피리트 훈련 중단’이 북한의 소원 아닌 소원이었을까?

또한 미 본토에서 한국으로 증원 병력과 장비를 전개시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훈련이다. 증원된 미군 전력과 한국군의 유기적 결합은 한미연합훈련의 백미(白眉)다. 그런데 한반도 밖에서 훈련한다면 한반도 유사시 전투 자원의 전개라는 근본적 의미 자체가 퇴색된다. 작전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라는 시·공간개념이다. 만약 한반도라는 전구(Theater)개념이 배제된 훈련은 단순한 전술적 훈련에 지나지 않는다.

2년마다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해상훈련인 RIMPAC, 알래스카와 네바다 주 넬리스 공군기지에서 시행되는 RED-FLAG훈련 등은 참가 규모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전술훈련에 불과하다. 전구(Theater)개념을 적용하는 육해공 총체적 훈련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 영행라고 주장하는 해역에 대해 미 해군은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동남아 해역은 미군의 핵심 잔전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중심 전구(Theater)는 이제 한반도가 아니다

미·소 냉전 하에서 한반도는 미국의 중심 전구(theater)였다. 한반도에서 북한을 막는 것은 곧 소련과 중국을 견제하는 것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미·일 공통의 주적(主敵) 개념도 일치했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만이 공통의 주적(主敵)개념에서 이탈한 상태다. 그동안 북한이 한·미 연합군의 공통의 주적이었다면 현재는 주적개념 자체가 없어진 상태다. 미·일 양국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고 동맹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면 한국은 중국을 전혀 가상의 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다면 한국만이 한·미·일 3각동맹에서 혼자 벗어난 상태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핵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너무나 단순한 발상이다. 동맹 차원에서 보면 한국의 가치는 떨어졌다. 이와 같은 사실을 트럼프가 모를 리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트럼프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선언을 이해하는 것이 현실에 맞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미국에 중심적 전구(theater)는 어딜까? 과거에는 유럽과 중동이 미국의 안보 핵심 지역이었다. 구소련이 붕괴되고 셰일가스로 인해 유럽과 중동은 더 이상 미국의 중심 전구(theater)는 아니다. 미국은 이미 대서양 중심이었던 미 해군 전력을 아시아 태평양으로 옮겼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무역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온 지 오래다.

아시아는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이 된 것이다. 여기에 걸림돌이 하나 있다. 바로 중국이다. 게다가 중국은 동남아 해역을 자국의 영해로 선포하고 아시아 각국과 영해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잘못하다간 동남아 해역을 송두리째 중국에 내줄 판국이다. 남중국해는 전략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운송 루트 가운데 한 곳이다. 한국과 일본의 원유 수송로가 바로 이 해역을 통과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생명줄이 달린 해역이다. 특히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건설은 아시아국가 뿐만 아니라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등 미 동맹국들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미국이 맞불로 내놓은 작전은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작전이다. 중국이 자국의 영해라고 선포한 지역을 미 해군 함정은 국제법상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 Right of Innocent Passage)을 내세워 무시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 2대는 지난 10월 남중국해 상공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작전에 영국과 캐나다, 호주는 함정을 파견했다.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센카쿠 열도 등에서 중국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일본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과 연합작전에 임하고 있다. 동남아 해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는 호주다. 호주는 함정 2척을 미 7함대와 함께 훈련하게끔 했다. 왜냐하면 중국의 아시아 패권 문제에서의 핵심이 바로 남중국해 문제이고, 이 남중국해 문제는 바로 호주와 아세안에 사활적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철광석 등 자원이 풍부한 호주는 중국에 경제적으로 주눅 들지 않고 맞서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국제 해양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주변국을 위협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가장 극적인 작전은 미 해군의 대만해협 통과 작전이다. 미 해군은 2007년 대만해협 통과 이후 11년만인 지난 7월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DDG-89)과 벤폴드(DDG-65)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10월에 이어 가장 최근인 11월 29일에도 미 해군 함정 2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올해에만 벌써 3번째다. 중국은 미 해군이 대만해협을 통과할 때마다 강력히 항의하지만 그 뿐이다. 국제 해양법에 근거한 미 해군의 대한해협 무해통항권에 중국이 무력으로 맞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 해군의 대만해협 통과는 복합적 목적이 있다.

항행의 자유작전이라는 군사적 측면도 있지만 대만에 대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시험하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 미국의소리방송(VOA)은 최근 미 의회 의원 17명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이슬람 소수민족의 인권을 짓밟았다는 이유로 중국 고위 관리들을 제재할 것을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대만과 더불어 신장 위구르 지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정책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중국정책’이 흔들리면 시진핑 체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현재의 상황만으로도 미국의 중심적 전구(Theater)는 한반도에서 동남아 해역으로 옮겨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세계에서 가장 기동성 있고 유연한 군대는 미군이다. 주한미군 전력도 지상군에서 해·공군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한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훈련하면 그뿐이다. 훈련 공간도 부족하고 미군에 더 이상 협조적이지 않은 한국보다 더 넓은 훈련 공간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군산 주둔 미 공군은 호주까지 가서 동맹국들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군에 한반도는 너무도 좁은 공간이다. 어쩌면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음으로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더 증대될 수 있다. 일본이나 호주, 그리고 영국 등과 훈련하면 된다. 과연 중국을 상대로 하는 미국 동맹국과의 훈련에 한국을 초청한다면 한국군이 갈 수 있을까?

중국을 압박하는 무역전쟁과 병행하여 동남아 해상에서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일본의 동맹벨트가 형성되어 있다. 중국에 맞서는 미국 트럼프의 실질적 新동맹국이다. 베트남도 미국의 신동맹벨트에 가담하고 있다. 다만 중국 눈치 보는 한국만이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있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규모 합동 훈련 대신 부대별, 군별 위주의 중·소규모 훈련만 할 경우 주한미군이 2만 8500명이나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한·미에서 동시에 나올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신원식 장군의 우려는 아마도 현실화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하늘을 보면서 ‘쿼바디스 도미네’(Domine, quo vadis: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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