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를 보는 눈 ]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 시대를 보는 눈 ]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 이종윤 미래한국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 승인 2018.12.2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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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홀드 니버(Rainhold Niebuhr)는 <道德的 인간과 非道德的 사회>라는 책(1932)을 출판해 많은 독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가 13년간 목회하던 미국의 디트로이트시는 포드자동차 공장의 팽창으로 노동자들의 생활문제·노사관계와 같은 사회윤리문제가 급증하고 있었다.

그는 이 책에서 단체 간의 관계에서 윤리가 없고 투쟁과 타협의 정치만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도덕적·사회적 행동과 사회단체의 도덕 및 사회 행동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본다. 사회단체란 국가, 민족 그리고 경제단체들을 뜻한다.

사회집단이 개인보다 더 비도덕적이 되는 것은 개인들이 합침으로 새로운 악이 가해져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개인에게 이미 존재하고 있는 악과 무능이 구체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간의 이기욕과 타인의 이익을 자기의 이익처럼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의 부족으로 인간사회의 단결이란 언제나 어느 정도의 강압적 요소가 있게 마련이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등에 입각한 조화보다는 부정의를 동반하는 압력이 필요한 것이다.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는 <사랑·힘·정의>라는 저서(1953)에서 궁극적으로 살아 있는 神에 대한 해석을 통해 존재론적 이해를 촉구한다.

이종윤 미래한국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이종윤 미래한국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정의 구현을 위해서 종교는 중요하지만, 너무 무력하다고 니버는 봤다. 사회집단 가운데 단결력이 가장 강한 것이 국가라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이란 이유 이외에 다른 이유로 조약을 체결한 나라는 존재해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국가란 가장 위선적이며 부정직한 단체라고 봤다.  

국가보다 그 구성원들의 이기욕이 더 강하게, 더 적나라하게, 더 위선적으로 대변되는 것이 특권 계급이다. 종교적·철학적 신념보다는 특권 특히 경제적 이익 때문에 형성되는 것으로, 그들이 흔히 주장하는 정당화란 그들의 특권이 사회 전체에 대한 그들의 봉사에 대한 정당한 보응이라는 것이다. 이들 특권층에 비해 노동계층의 도덕에 대한 태도는 매우 냉소적이라고 니버는 분석한다. 그는 칼 막스의 생각이 이 계층을 잘 나타낸다고 믿고 있다. 

무산계급은 인간의 도덕적 능력을 불신하고, 도덕적 가치도 경제적 하부 구조에 의해서 결정되는 이데올로기의 일부라고 본다. 그들은 민주주의, 민족주의, 애국정신 등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다. 새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아무도 독점과 그 악용을 시도하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집단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무책임이 용서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될 때 세속도성은 쉽게 무너질 수가 있다.

정의라는 가치를 평화나 자유보다 우위에 두는 것도 그의 독단이다. 평화란 명목하에 온갖 부정의가 자행될 수 없듯이, 정의와 평등이라는 미명하에 온갖 살생과 폭력이 자행되는 것도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것들이다. 평등·평화·자유 등은 인간의 기본가치로서, 그 사이에 어떤 가치의 계급을 인정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매우 현실적이고 비독단적인 니버가 이 문제에서 좀 더 본질적이면서 실질적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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