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의 이상향과 원죄의식 드러내
인간 내면의 이상향과 원죄의식 드러내
  • 미래한국
  • 승인 2002.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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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제목과 작가에 대한 신뢰가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선택하게 하였다. 처음엔 평범한 소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꼈으나 책장이 넘어갈수록 그러한 생각은 크게 바뀌었다. 이 책은 의식치 못했던 내면세계로 빨려들어 가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 있어 새로운 신앙적 체험이 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이상향의 의지와 동시에 원죄의 무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상향의 의지만 표출하려 할 뿐, 원죄의 무의식과 대면하는 것은 꺼린다. 소설에서 요오꼬는 입양된 자식이지만 자신은 지금까지 죄 지은 것이 없이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자신이 살인범의 자식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죄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난 것을 참지 못한다.그래서 음독자살을 하는데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진다. 그 후 그녀가 살인범의 자식이 아니란 것이 밝혀졌음에도 그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여전히 깊이 회의한다. ‘태어남’에 대한 죄의 근본에 대해서… 결국 그녀는 죄의 근본에 대해 생각하고 동시에 인간이 지은 죄를 인간이 용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해 고민한다. 죄를 짓고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이 죄를 용서한다고 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녀로 하여금 인간의 존재에 대해 회의하게 만든다. 이렇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남을 용서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중, 그녀는 진짜 살인범의 자식을 만난다. 그런데 놀랍게도 살인범의 자식은 아버지의 죄를 깊이 뉘우치면서도 생의 의지가 더 눈부셔 보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속죄’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 우리가 죄를 용서할 수는 없어도 우리를 만드신 분은 죄를 용서해 주신다는 것을. 그녀는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 얼어있던 빙점이 녹아 내리는 것을 느낀다. 또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자연의 장엄한 일몰을 보며 인간의 존재는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를 깨닫는다. 그리고는 자신을 버렸던 친어머니를 용서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화를 걸며 소설은 끝이 난다. 그러나 이 결말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삶에의 희망찬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심오한 주제에 대해 작가는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소설의 줄거리 속으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내적인 파워를 느끼게 만든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작가 자신이 삶의 깊은 나락에서 구원의 힘으로 이겨낸 삶의 체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성경 구절은 “죄가 깊은 곳에 은혜가 많다”는 구절이다. 남을 해치는 죄가 아니라 자기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원죄의 무의식을 깊이 깨달았을 때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에 더 기뻐할 수 있다는 것.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내면세계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되었다. 김은현 성신여대 국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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