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프파워’에 뚫린 한국
중국 ‘샤프파워’에 뚫린 한국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8.12.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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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가슴에는 한 명의 도적과 한 명의 협객이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한 도적과 협객이 공존하는 중국인들에게 중화(中華) 의식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영향력’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중국몽(中國夢)이 자유와 호혜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도적’과 ‘협객’의 본성을 빌어 추구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중국의 21세기 패권주의와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중국은 자신들의 중화제국의 꿈을 ‘샤프파워(Sharp Power)’라는 전략으로 추구하고 있다.

국립외교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샤프파워란 물리적 강제력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하는 능력을 지칭한다. 소프트파워와는 달리 매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보의 조작을 통해서 상대방의 혼란과 분열을 도모하고, 직·간접적인 압력이나 보상을 수반하는 포섭을 통해서 주체가 원하는 것을 달성하는 능력이다.
 

미국은 중국의 샤프파워에 이용되는 공자학원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중국의 샤프파워에 이용되는 공자학원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올해 초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호주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호주 제1야당인 노동당의 차기 지도자로 물망에 오르던 샘 대스티아리 상원의원이 중국계 사업가로부터 여행 경비와 고가의 선물을 제공 받는 등 유착 관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스티아리 의원은 “호주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노동당의 당론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또 노동당 부대표가 홍콩의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을 만나는 것을 훼방 놓기도 했다.

결국 대스티아리 의원은 사퇴했지만 호주 언론들은 중국 기업들과 유착된 의원들이 더 많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호주 멜버른대 로스쿨은 2000~2016년 해외에서 들어온 정치자금의 80%가 중국 쪽 기부라고 발표해 호주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미국의 경우, 스티브 데인스(공화당·몬태나주) 상원의원의 거래를 든다. 중국 정부는 로브상 상계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가 워싱턴DC를 방문하는 효과를 약화시키려 데인스 의원을 통해 중국대사관 측의 요청으로 티베트 지역을 관리·감독하는 중국 공산당 간부 사절단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몬태나산 쇠고기를 중국에 수출하려고 공을 들여온 데인스 의원은 그 대가로 2억 달러(약 2152억 원) 규모의 쇠고기 수출을 따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노력의 하나로, 경제적 인센티브와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 사항을 대담하게 결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미국의 영향력 있는 잡지 포브스를 중국 회사가 인수토록 해서 중국에 비판적인 칼럼을 써 온 고든창 변호사와의 계약을 해지시켰다.

중국 비판에 재갈 물리는 샤프파워

국립외교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7년 8월 중국 정부는 스피링거(Springer)와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에 천안문 광장 시위, 신장에서 위구르족 소요 등 민감한 주제들을 중국에서 검색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양 출판사는 이 요청을 받아들였으나, 외부의 비판이 일자 케임브리지대학 출판사는 이를 다시 복구했다.

2017년 11월 호주 출판사(Allen & Unwin)는 호주의 정치, 학계, 비즈니스, 교회 등 각 분야에 깊이 파고들고 있는 중국의 은밀한 영향력을 연구한 저서(Clive Hamilton, Silent Invasion: How China is Turning Australia into a Puppet State)의 출간을 중국 정부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 가능성을 들어서 보류했지만 호주 의회의 결정에 따라 동 저서는 2018년 3월 Hardie Grant에 의해서 출판되었다.

2016년 미국 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는 중국의 인권변호사 텡뱌오(Teng Biao)에게 제안했던 서적 출간 프로젝트(Darkness Before Dawn)를 중국과의 사업관계를 이유로 들어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야후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개인정보를 중국 공안당국에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체포되고 투옥되는 데 역할을 하였으며, 트위터는 중국 사업 책임자로 전 군사 및 안보 관리를 고용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중국에 비판적인 학자, 언론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취소하고 입국을 금지함에 따라 이들의 자가 검열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학 내에 공자학원을 설립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다가 최근 스파이 혐의로 퇴출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샤프파워가 단지 정치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샤프파워는 기업들을 통해 경쟁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중국 기업 ‘화웨이’에서 일어났다.
 

중국에서 문 닫은 롯데, 대표적인 중국의 한국에 대한 샤프파워 압력이다.
중국에서 문 닫은 롯데, 대표적인 중국의 한국에 대한 샤프파워 압력이다.

스파이 활동으로 퇴출되는 화웨이, 그러나 한국은?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는 삼성이 아니라, 중국의 비상장 회사 ‘화웨이’다. ‘화웨이(華爲)’는 ‘중화민족을 위하여 분투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화웨이의 회장 런정페이(任正非)는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다. 중국은 화웨이 성공신화와 더불어 런정페이 회장의 스토리를 전 세계에 홍보해 왔다. 그런데 문제가 불거졌다.

2003년 화웨이는 시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스위치, 라우터 등에 대한 지적재산을 불법 복제했다고 피소당했다. 화웨이는 처음에는 발뺌하다가 불법 도용을 시인했다. 시스코의 프로그래밍 코드를 몰래 훔쳐 라우터 프로그램을 짜는 데 이 코드를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2012년 10월 미 하원은 화웨이와 ZTE를 조사한 후 이 회사가 중국군 사이버 부대에 특별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 회사의 통신 장비를 사용할 경우 비상시 중대 안보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악성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통신 장비를 활용해 전시에 미국 안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중국은 악의적인 목적으로 통신 기업들을 이용할 수단과 동기가 있다”며 이들 장비를 도입하는 기업들에게 주의를 요했다.

2016년 11월 중국 회사들이 미국에 판매한 수백만 대의 폰에 백도어가 발견되기도 했다. 사용자가 어디에 갔는지, 누구와 통화했는지, 어떤 메시지를 보냈는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백도어였는데, 스마트폰에 선탑재돼 72시간마다 이 정보를 중국에 있는 서버에 전송했다. 이 백도어가 탑재된 중국폰 중에 화웨이와 ZTE의 폰이 있다. 이 코드는 스마트폰에 선탑재돼 있었고 사용자들은 인식하지 못했다.

화웨이 변호인 측은 백도어 탑재를 인정하며 “중국에 있는 서버로 전송된 데이터는 중국 정부에게 전송된 게 아니며, 탑재한 SW를 만든 중국 회사의 실수이다”라고 주장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 백도어가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취약점이나 버그가 아니라 중국 측 회사가 의도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가 커지자 2018년 8월 13일 미국의 국방수권법에 의해 미국 정부기관들은 중국 공산당의 정보(情報)기관과 연계된 화웨이와 ZTE가 생산한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다. 해당 법령은 화웨이와 ZTE를 중국 인민해방군과 한 몸 혹은 군산복합체로 인식해 제재를 하고 있는데,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일본과 독일 등을 통해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에 확산됐다.

화웨이 사태가 이렇게 확산되자 국내에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통신도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4세대(4G) 이동통신 때 처음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 5G 차세대 장비를 역시 화웨이로부터 도입했다. LG유플러스와 함께 5G 통신을 시작한 SK텔레콤과 KT는 화웨이 장비의 장점이 있지만 보안 문제로 도입을 하지 못했다. 화웨이는 경쟁사 대비 20~30% 저렴한 구축 비용과 에릭슨·노키아 등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기술력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지만, 보안 문제로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등은 화웨이 장비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전국 849개 지점을 보유한 NH농협은행 역시 ‘보안’ 문제가 대두된 중국 화웨이 전송장비로 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농협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화웨이 장비 도입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역시 중국의 샤프파워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데,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8월, 중국 최대 농수산물 유통사인 공소합작총사와 금융 합작사 설립을 위해 금융당국과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농협금융이 2016년부터 공들여 온 중국 합작사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최근 금융당국에 중국내 합작사 설립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농협금융에서 베이징 합작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농협이 중국에서 손을 잡은 곳은 공소합작총사다. 공소합작총사는 중국내 공소합작사(한국의 지역농협)을 대표하는 중앙기관으로 중국내 최대 농산물 유통그룹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40조 원, 매출총액 179조 원, 임직원은 34만 명에 이른다. 당연히 중국 공산당의 입김이 경영을 좌지우지할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농협이 중국의 화웨이 장비 도입을 중국 공산당의 주문에 의해 결정한 바 있는지 따져 봐야 할 문제가 발생한다.
 

중국의 프로파간다 공자학원, 6·25 전쟁 날조도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에 의하면 샤프파워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소프트파워와는 달리, 상대방의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고자 하는 의도로 정보를 왜곡하고 조작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자신의 매력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확신을 주거나 설득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 상대방의 정치체제, 사회제도, 가치 등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샤프파워는 ‘부정적 힘(negative power)’이며, 상대를 부정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반응적 힘(reactive power)’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환 교수는 ‘전통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는 정보의 왜곡이나 조작을 통해서 선전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청중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샤프파워와 유사점을 가지지만, 샤프파워는 프로파간다와는 달리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혼란과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심리전과 유사성을 가진다’라고 말한다.

소프트파워는 문화, 가치, 지식 등 자국의 매력 자산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반해서, 샤프 파워는 이와 더불어 타깃 대상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력과 경제적 인센티브를 수반하는 포섭을 통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 과정이 공공연히 이뤄지기 보다는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세계 최초로 서울에 설립한 공자학원은 중국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보다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해외에 보여주고자 하고자 하는 ‘공식 버전’과 전략적 내러티브를 투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자학원 온라인 플랫폼의 한국전쟁의 기원에 관한 비디오에서는 “미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를 조종하여 한국전쟁을 확대하기 위해서 주로 미군으로 구성된 UN 사령부 조직안을 통과시켰다”거나, “미국은 전 한반도를 장악하고자 하였다”와 같은 중국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점과 관련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공자학원을 대학에서 퇴출시키는 분위기이지만, 한국의 경우, 한중우호 및 중국어 보급사업을 이유로 공자학원과 대학간에 유착관계가 심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3년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난 中의 ‘샤프 파워’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그래도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하던 중국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부터는 노골적으로 ‘샤프 파워’를 발휘했다. 그 움직임 또한 중국 공산당이 회의를 갖고 방침을 정한 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하면 국내에 있는 ‘중국 장학생들’이 바람잡이를 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서 여론몰이를 하는 식이었다. 이때 숨어 있던 샤프 파워의 전위대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 2월 중앙일보는 “청와대에서 중국어 배우는 소리가 나오게 하자”는 주장을 폈다. 우리가 친중국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같은 해 4월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박근혜 대통령은 안미경중(安美經中) 기조를 취하라”고 주장했다.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좌익 성향 일간지나 온라인 매체, 미디어 비평 매체들의 ‘친중 사대주의 주장’은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거의 인민일보나 환구시보 수준이었다.

서방 진영은 이해 못하는 2016년 이후 중국의 ‘샤프 파워 행패’

이런 친중적 주장은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한 뒤부터 봇물 터지듯 나왔다. 게다가 박 대통령 스스로부터 중국에 우호적이었고, 당시 정권의 안보 수뇌부는 모두 친중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이었다.

공중파들은 뒤처졌다고 생각했는지 2015년부터 “미국은 지는 해, 중국은 떠오르는 해이자 미래”라는 식의 다큐멘터리와 특집프로그램을 내놨다. KBS는 2015년 1월 신년특집으로 ‘슈퍼 차이나’라는 7편 짜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고, SBS도 비슷한 시기 ‘중국 富의 비밀’이라는 3편 짜리 다큐멘터리를 내놨다. 이후 공중파 방송들은 거리낌 없이 중국을 찬양했다.

2015년까지 중국이 한국에서 발휘한 샤프 파워는 그 후와 비교하면 나은 편이었다. 2016년 1월 북한이 광명성이라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2월 4차 핵실험을 자행한 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상황이 중국의 주장과는 다르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에 미국 측에 탄도탄 요격체계 사드 배치를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이해 7월 미국이 주한미군에 사드 포대를 보내고, 롯데그룹이 국익 배려 차원에서 성주 골프장을 제공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핵탄두가 탑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미국의 도움으로 방어막을 친 것이었다.

이를 두고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어 중국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샤프 파워를 발휘했다. 사실상 행패였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했고,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영업하던 마트를 강제로 폐쇄시켰다. 그래도 한국 국민들이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더 반발하자 한국 내에 있는 ‘샤프 파워 팩터(Factor)’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정권퇴진 민중총궐기’ 대규모 시위였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중국 선전매체의 선동은 이 같은 의혹에 더 힘을 실었다. 중국 공산당 선전매체 환구시보는 탄핵안 가결 이튿날 사설을 통해 “박근혜가 탄핵됐으니 이제는 ‘사드’를 탄핵할 차례”라며 선동했다. 이런 주장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중국의 선전에 화답하듯 2016년 8월과 2017년 1월 국회의원들로 ‘사드 방중단’을 꾸려 중국을 찾아갔다.

중국은 그래도 차기 대선이 실시된 2017년 5월까지 내정간섭적 행동을 해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2017년 1월 한국에 온 중국 외교부 과장급 인사의 말이었다.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은 한국 외교부로 치면 과장급 인사였다. 그런 그가 한국에 와 국내 5대 그룹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느냐”며 “너희가 계속 사드 배치를 고집하면 단교 수준의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천하이는 이와 비슷한 발언을 청와대, 국방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박원순 서울시장 “중국은 대국, 우리는 소국”

국민들은 분개했지만 한국 정치권과 관료들, 언론, 학계는 반발하지 않았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중국 공산당이 한국에 사프 파워를 사용하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2월 방중 당시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며 “한국을 포용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한중 양국은 일방의 번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운명공동체의 관계”라며 시진핑이 말한 ‘중국몽’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찍이 친중적 태도를 드러냈다. 2015년 8월 ‘관광 세일즈’를 명목으로 중국에 간 박원순 시장은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현대판 실크로드라는 것이 중국의 성장과 번영, 세계적 네트워크를 상징화한 것으로 서울시나 대한민국이 중국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파리가 1만 리를 날아갈 수는 없지만 말 궁둥이에 딱 붙어 가면 갈 수 있다”고 비유했다.

대통령과 여당의 핵심인사가 내뱉은 이 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한국이 왜 갈수록 친중 편향적으로 변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언론들은 언론사 필자 해고나 자국 기업 인수, 연구소와 대학에 대한 영향력 발휘 등을 두고 중국의 샤프 파워에 우려한다. 이들 나라에게는 중국이 한국을 향해 행사하는 샤프 파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에서 오는 스모그, 중국인에게 베푸는 복지 혜택으로 인한 혈세 낭비, 중국인의 돈세탁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중국이 각계각층을 통해 발휘하는 샤프 파워 때문에 한국 정치권, 언론, 학계 어디서도 이를 문제로 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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