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화웨이 제품 퇴출은 안보전쟁
美 중국 화웨이 제품 퇴출은 안보전쟁
  • 고성혁 미래한국 전문기자
  • 승인 2018.12.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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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는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미국내 기업에 중국의 화웨이 제품 사용금지령을 내렸다. 미국은 주요 동맹국에까지 중국의 화웨이 제품 사용 배제 요청을 한 상태다. 미국의 요청에 호응하여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가 5세대(G) 이동통신 사업에 중국 업체가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렸다.

영국 역시 대형 통신업체인 BT그룹이 화웨이, ZTE 제품을 5G 사업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는 중국과의 무역마찰을 무릅쓰고 미국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 CFO인 ‘멍 완조우’를 체포했다. 이들 5개국은 수십년 전부터 미국과 정보수집 동맹을 맺은 앵글로 색슨계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국가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여기에 일본까지 가세했다. 일본은 발빠르게 정부 차원의 정보통신장비 입찰에서 중국 화웨이와 ZTE는 배제하기로 이미 결정했다(산케이신문 8월 26일자 보도). 일본 닛케이신문은 지난 10일 일본 3대 이동통신사는 기지국 등의 통신설비에서 화웨이(華爲) 기술과 중싱통신(中興通訊 ZTE) 등 중국 대형 통신기기업체의 제품을 배제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만이 아니라 통신업체까지 가세한 것이다. 일본은 화웨이 제품 뿐만 아니라 ZTE 제품까지 배제토록 했다. NTT 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의 이동통신사는 차세대(5G) 이동통신 시스템 채용에서도 중국 제품을 완전히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및 자위대의 기밀정보가 중국 화웨이와 ZTE 제품을 통해 누출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 호주 등과 연계해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통신기기와 반도체 등의 부품을 조달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정비할 계획이다.
 

일부 언론은 미국 및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금지에 대해 미·중 무역전쟁의 일환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철저하게 안보상 이유 때문에 출발한 사건이다. 사실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먼저 요구한 것이 아니다. 미 의회가 먼저 요구했다. 미 의회는 ‘2019 국방수권법(NDAA : The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해 중국의 화웨이제품 사용금지를 요청했다. 중국 관련 첫 번째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의 IT 기업 두 곳을 명시했다. 화웨이와 ZTE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미국 정부기관들은 중국 공산당의 정보(情報)기관과 연계된 화웨이와 ZTE가 생산한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다.(Prohibits any U.S. government agency from using risky technology produced by Huawei or ZTE, two companies linked to the Chinese Communist Party’s intelligence apparatus.) 이 회사 제품이나 기술을 사용할 경우 해킹이 우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의회가 이토록 중국의 IT 회사 두 곳에 대해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 중국의 해킹 기술이 매우 교묘하고 미 국방부와 정부기관에 대한 해킹은 주로 중국 소행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미국의 스텔스기 F35 기술 해킹 의혹사건이다.

2014년 11월 중국 주하이(珠海) 에어쇼는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이 만든 스텔스기가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취재차 주하이에 갔다. 당시 주하이 에어쇼에는 한국 공군의 블랙이글스도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유는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기체가 중국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당시 미 공군은 C17 대형 수송기 1대만 주하이 에어쇼에 참가시켰으나 중국인의 접근을 엄격히 통제했다.

해킹으로 기술 빼내 만든 中 스텔스기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중국의 스텔스기 ‘J-31’은 마치 미국의 F-35를 보는 듯 흡사했다. 그동안 나돌던 중국이 해킹으로 미국의 스텔스 기술을 빼냈다는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는 듯 보였다. 특히 기체 양측면 공기흡입구 형상은 그대로 베낀 듯 똑같았다. 동체와 일체형으로 성형된 F-35기술이 그대로 중국의 스텔스기에 적용된 것이다.

중국이 만든 스텔스기는 어딘가 모르게 불완전해 보였다. 기체 전면부는 미국의 F35 스텔스기와 거의 똑같았지만 엔진을 비롯한 기체 뒷부분은 기존 전투기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스텔스기는 적의 레이더 전파를 다른 데로 흘려보내거나 흡수하는 기술 못지않게 엔진 배기열을 저감시키는 것도 핵심 기술이다. 그런데 중국이 선보인 J-31 스텔스기의 뒷부분은 엔진 배기열이 그대로 노출되는 형성이었다. 미완의 스텔스기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경악했다.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F-35를 제작한 록히드 마틴 협력사의 컴퓨터가 해킹당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당시 관계자들은 침투가 어려운 국방부나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사의 전산망이 아니라 보안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협력사의 전산망을 우회해 정보에 접근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2012년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3년 미 국방부는 미국 정부기관들을 겨냥한 잇따른 사이버 해킹 공격에 중국 정부가 관여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행하여 의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중국은 자국 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CNE)를 이용해 미국의 외교, 경제 안보,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며 “정부기관 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도 표적이 됐다”고 명시했다.

사실 2009년부터 중국군이 배후에 있는 해커가 F-35 기밀 정보에 접근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전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기밀 문건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스노든의 폭로 내용 중에는 미군의 F-35 3군 통합 전투기(JSF: Joint Strike Fighter) 설계도가 담긴 2009년 보고서가 해킹 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의 레이더와 엔진 설계도, 배기 냉각 방법 등 설계 기밀 정보가 중국 해커에 의해 그대로 유출되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 국방부는 3만 건이 넘는 사이버 테러 공격을 받았으며, 그 가운데 500건이 넘는 해킹 공격이 “심각한 침입”으로 분류됐고, “손실액과 네트워크 재건 비용”이 1억 달러(약 1082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 개발 기술이 정체 불명의 해커에게 유출됐다고 전했다. 미국 무기 개발 프로젝트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인 3000억 달러가 투입된 프로젝트가 사이버 공간에서 송두리째 털렸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군의 공중관제시스템뿐만 아니라 미국 내 전력 공급망을 비롯하여 민간ㆍ군사 시설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사이버 침투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사이버 안보 기관은 이와 같은 사이버 공격에 대해 ‘비잔틴 하데스(죽은 자들의 나라)”라는 암호명을 붙였고 배후에는 중국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중국은 즉각 부인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전투기를 그냥 거의 날로 먹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때부터 미국은 중국의 해킹에 노이로제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해킹을 국가 안보의 제1위협으로 간주하고 펜타곤 및 미 정부기관의 전산시스템 방화벽 구축에 20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킹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에 와서는 중국산 통신장비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전 방위적인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

2013년 일본 자위대는 발칵 뒤집혔다. 일본 자위대는 1년에 한 차례 배우자 등 개인 현황을 조사하는데, 중국인 여성과 결혼한 일본 자위대원이 무려 600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2007년 중국인 아내를 두고 있는 한 자위대 호위함 장교가 이지스함 관련 기밀문서를 집에 가져간 사실이 적발된 적이 있다. 이때 일본 당국은 엄격한 조사를 펼쳤다. 비록 해당 자위대원의 중국인 아내가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단서는 찾지 못했지만 이때부터 일본 자위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중국계 미 시민권자의 스파이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3년 2월 미 위스콘신 의대 방문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던 중국인 의학자 자오화쥔(趙華軍·1971년생) 박사가 미 연방수사국 FBI에 체포되었다. FBI는 자오화쥔이 대학에서 개발 중이었던 항암 특허물질 연구 자료와 시료를 절취하고 ‘C-25 항암화합물’에 관련한 막대한 데이터를 중국에 있는 저장대(浙江大)에 이를 넘기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4개월 반 동안 감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2013년 8월 6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자오화쥔 사건은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미 정부는 판단했다. 지난 8월에는 또 다른 중국계 미국 시민권자인 정샤오칭(55)이 미 FBI에 체포되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방위산업체인 가스터빈 생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근무하던 그는 회사 기밀을 빼돌려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유출한 정보에는 GE의 에너지·발전 분야 계열사인 GE파워의 터빈 기술 등이 담겨 있었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의 보도에 따르면 정샤오칭은 미국 시민권자이지 중국 국적자이며, 중국 정부의 인재 육성 프로젝트인 ‘천인계획’에 선발된 인재라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기술뿐만 아니라 최첨단 통신기기 및 의약분야, 산업 전반에 걸쳐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는 매우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최근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중국 유학생들은 거의 모두 스파이’라고까지 극단적인 발언도 했다. 미 당국은 중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 시 전화 통화 기록과 개인의 소셜미디어(SNS) 기록까지 조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연결하여 미 국무부는 올해 6월 항공학과와 로봇공학과, 첨단제조업 분야를 전공하는 중국인 대학원생 비자 유효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미국 정부는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분양의 간첩행위의 위험을 줄여 지적재산권 침해를 막는 것이 이 같은 조치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조치 역시 미 의회의 ‘2019 국방수권법’과 무관하지 않다.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방위적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의 기술자를 고액으로 스카우트하여 기술을 빼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중국 우한 칭화유니 산하의 YMTC가 삼성전자 메모리칩을 베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반도체 인력도 최근 몇 년 새 1000명 이상이 중국 회사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대만 법원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세계 1위인 TSMC의 전직 엔지니어인 쑤츠펑에게 산업 스파이 죄목으로 18개월 형을 선고했다.

중국의 인해전술 같은 해커 양성

미국의 CIA 같은 중국의 공식적 첩보기관은 국무원 직속 국가안전부이지만 당·정·군 3원(元)체제로 운영된다. 중국의 첩보기관은 먼저 당에서 만들어진 뒤, 중국 인민해방군을 거쳐, 산하 정부기구 및 중국 관영언론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 국무원 직속 신화사는 언론사·정보기관 역할을 겸한다. 중국 소식을 대외에 전파하고, 외국 소식을 국내에 보도하는 일반 통신사 기능 외, 112개 해외지사를 통해 전 세계 소식을 수집·분석, 관계 부처에 수시 보고한다.

최종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에 귀결된다. 해커 인력으로만 본다면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중국 공산당과 중국군이 관리하는 사이버 인력만도 약 40만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한마디로 사이버전의 인해전술이다.

중국군내 사이버전을 총괄하는 부서는 총참모부 3부다. 총참모부 3부의 감청·사이버전 능력은 미국의 NSA(국가안보국)에 필적한다고 일컬어진다. 특히 3부 산하 61398 부대가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 패트리어트 미사일, 글로벌 호크 무인기 등의 설계도를 빼낸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은 추측하고 있다. 미국도 이에 자극받아 2010년 5월 21일 사이버전 관련 임무를 전담하게 될 사이버사령부(United States Cyber Command : USCYBERCOM)가 전략사령부 예하에 창설했다.

사이버사령관은 미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 NSA) 국장과 중앙안보원(Central Security Service : CSS) 원장직을 겸직한다. 미·중의 첩보전쟁 속에 한국의 정보기관은 갈길을 잃었다. 적폐로 몰린 국정원의 기능과 조직은 대폭적으로 재조정되었다.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청에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즉각 응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미온적이다. LG유플러스는 차세대 5G 이동통신을 시작하며 얼마 전 중국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한미연합훈련도 잠정적 취소한 문재인 정부가 통신 분야에서까지 미국과 멀어지는 듯하다.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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