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이인기의 설계이야기 - 건축가의 글쓰기
건축가 이인기의 설계이야기 - 건축가의 글쓰기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2.27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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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2018년 대학원에서 강의한 건축설계론 내용 중 <도시&건축 사용자의 이해>에 기초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각자의 분야에서 실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의 일환이다. 이 내용은 일반인들에게 건축분야의 변화와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보다 건강한 발주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양질의 건축은 기존의 '갑과 을'이라는 수동적인 거래관계를 벗어나서, 프로젝트를 제대로 완료하기 위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각자의 역량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출판에 ㄱ업무분장, 출처 FORUM Handbook for members
출판에 ㄱ업무분장, 출처 FORUM Handbook for members

건물을 짓기 위해 설계를 하고, 책을 짓기 위해 글을 쓴다

창작 과정을 보면, 신나고 흥분되는 아이디어에 기뻐하는 감정의 시간은 전체 과정에서 보면 매우 짧다. 자신이 느낀 그 감정을 글자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기뻐하는 그런 수준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의 문제이다. 지독하게 많은 시간과 지루한 노력을 들여야만 쓸 수 있는 문단 하나 하나를 우리가 창작물로서 존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축가들이 문학이나 연극영화 분야의 작가들과 공감대가 쉽게 생기는 이유는, 글 하나를 완결짓는 과정이 건축의 과정과 놀랍도록 일치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경험은 건축과 학생들을 만날 때이다. '창작과 논리'라는 이 훈련을 학교에서 설계수업을 통해 수 년동안 체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들은 글쓰기와 같은 이러한 역량을 몸에 익혔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건축을 시작하는 방법 중 하나로 글쓰기를 가르치고 추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글을 쓰면 수식어가 많고 문장구조도 복잡하고 주제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수준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래 이미지는, 필자가 프랑스에서 논문을 쓰기 위해 개설된 세미나의 시간표다. 그 중 <연구의 초기화;Initiation à la recherche)라는 과목은 "연구란 무엇인가?,"어떻게 연구프로젝트를 지을 것인가?","연구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무언인가?","어떠한 형식을 취할 것인가?","이 연구로 프로페셔널의 세계에 진입할 것인가? 등에 관한 내용들이다. 가장 어려운 과목이지만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수업이었다.

빠리8대학교 논문과정에 개설된 세미나, 출처 이인기
빠리8대학교 논문과정에 개설된 세미나, 출처 이인기

말로는 그럴 듯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도, 글로 적어보라고 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말로 할때는 내용보다 눈으로 보는 몸짓과 표정,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그 의미를 짐작하면서 듣지만, 글을 읽을 때는 문장을 읽는 사람이 아무런 포장 없이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점차 설계도면을 그린다는 행위 자체는 범용화되면서 그 가치가 줄었다. 잘 그려내는 것 이전에 ‘무엇’을 ‘왜’, ‘어떻게’ ‘얼마나’ 그려야 하는 지 결정하는 창의적 자산과 공학적 지식이 건축가의 진정한 가치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려진 그림을 평가하는 건 쉽지만, 백지에 자신있게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질 수 없는 그 가치를 이들에게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간에도 글쓰기에 매진하는 창작자들에게 힘을 더한다.
 

건축가 이인기, (주)포럼디앤피 대표
건축가 이인기, (주)포럼디앤피 대표

건축가 이인기 | (주)포럼디앤피 공동설립자로서, 한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건축가의 언어를 실현하는 설계방법 및 건축환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변화속에서 건축가가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실무프로젝트와 더불어 대학원 수업 및 외부강연을 통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축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과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주)포럼디앤피 | 2008년 세 명의 건축가가 설립한 (주)포럼디앤피는, 아키테라피라는 건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필요한 건축의 혜택을 탐구하고 실천했으며, 양질의 건축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 마스터플랜, 주거, 종교, 의료, 복지, 상업, 문화시설 분야에서 작업했고, 현재는 건축건설사업의 전과정인 기획-설계-건설-운영이라는 프로세스의 리더로서 건축가를 정의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접목한 디지털건축과 스마트시티라는 분야에서 특화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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