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가 아니라 KBS 존폐의 문제다
수신료가 아니라 KBS 존폐의 문제다
  • 박한명 미디어평론가
  • 승인 2018.12.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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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체제에 부쳐

자유한국당이 당 소속 의원들에게 KBS 시사프로 <오늘밤 김제동> 출연과 인터뷰 금지를 지시했다. 원내대표 회의 등을 통해 공영성을 망각한 KBS의 양태를 지적하고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중간광고 허용을 금지하는 방송법 개정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당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김제동 프로 출연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일부는 한국당 결정에 지나치게 졸렬한 태도 아닌가 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런 시각이야말로 이번에 다시 불거진 KBS 논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우선 한국당이 출연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건 KBS 프로그램 전체가 아니다.

<오늘밤 김제동>은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시사 포맷으로 위장했지만 그건 겉포장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다룬 대부분의 내용들이 정권과 여당의 실정을 변명해주거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이슈를 여론화하는 데 앞장섰을 뿐이다.
 

'오늘밤 김제동' 프로그램은 KBS방송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밤 김제동' 프로그램은 KBS방송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 다룬 삼성바이오 문제나 소위 말하는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과 같은 이슈들이 해당될 것이다. <오늘밤 김제동>이 자유한국당을 다루는 예외가 있다. 내부 계파 갈등을 부각시키거나 조장할 때다. 이런 프로에 나가는 한국당 쪽 사람들은 본인들 의지야 어떻든 대개 김제동을 포함 제작진이 의도하는 바대로 활용되기 십상이다.

좌파의 장식용 도구, 들러리에 불과한 프로가 명백해 보이는데도 불러주는 대로 족족 출연하면서 저들에게 “자, 보아라, 한국당 의원들도 출연하지 않았느냐” 명분만 제공해준다면 천하의 바보짓이 아니고 뭔가.

한국당 김제동 프로 보이콧은 종편 출범 때 출연금지령을 내렸던 민주당 사례와도 맞지 않는다. “종편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이라며 출연을 거부했던 민주당이 선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출연하기 시작했지만 자기들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지 김제동 프로그램과 같이 다수의 국민이 제기하는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과 같은 근원적인 차원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수신료 거부’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에 부탁하고 싶은 건 <오늘밤 김제동>을 계기로 기왕 빼든 칼 KBS 수신료 문제나 방송법 개정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어 달라는 것이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방송통신위원회가 강행하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KBS와 EBS, MBC처럼 최소한 공영방송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은 방만한 조직을 정리하고 심각한 편파성을 시정하는 등의 자구 노력 선행 없이 그 어떤 특혜를 주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강제로 뜯어가는 KBS, EBS는 두말할 것도 없다.

국민 혈세인 수신료가 안정적인 재원 노릇을 해주니 KBS 전체 직원 60%가 억대 연봉을 받고, 상위 직급을 차지하면서 내부에서 한가하게 정치놀음에나 빠져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지금까지 언론 문제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성과를 낸 게 없다. 드루킹 댓글 공작사건으로 부상한 네이버 문제, 문재인 정권 방송장악 사태, 태블릿 PC 조작 의혹 등 갖가지 위원회와 TF를 만들었지만 회의 몇 번 하다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지금도 문재인 정권 세력이 주도하는 유튜브 탄압 논란에서도 한국당이 보이는 양태는 과거와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제 막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섰고 나 원내대표가 김제동 프로에 대한 경고로 시작하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여줬으니 무기력했던 과거와 다른 모습을 기대함직하다. 당 차원에서 언론에 대한 문제 인식을 제대로 갖고 용기 있게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 수신료든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든 언론 문제는 단편으로 끝날 수도 없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수신료 문제를 제기하는 김에 아예 과감하게 KBS 존폐 문제를 화두로 제기하기 바란다.

지금 많은 시청자들은 예능은 종편(도시어부, 나는 자연인이다 등)으로 보고 드라마는 tvN(미생, 도깨비, 응답하라 1988 등)과 같은 케이블 방송으로, 뉴스는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접한다. 경쟁력을 이미 잃은 지상파 방송은 한국당을 까고 보수우파 세력을 까고 과거 역사를 들춰가며 오직 그들만의 이념, 정치적 콘텐츠물을 생산하기에 여념이 없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문 대통령도 그러지 않았나. 지상파, 공영방송의 추한 민낯이 다 드러난 지금이야말로 한국당이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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