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왕 꿈꾸는 유시민
유튜브왕 꿈꾸는 유시민
  • 박한명 미디어평론가
  • 승인 2018.12.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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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잡겠다면 ‘서울대생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 반지성주의 극복부터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정치복귀설이 돌더니 20대 남성을 비하했다는 구설에부터 오른 유시민 작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서울대생들의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이다. 많이 잊혀진 듯 하지만 이 사건은 언론 기사나 인터넷 백과사전 등에 자세히 소개돼 있어 요새 젊은층도 금방 찾아 볼 수 있다. 좌파들이 소위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부르는 이 사건이 발생한 때는 1984년 가을이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9월 17일부터 27일까지 타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을 포함한 민간인 4명을 정보기관 프락치로 판단해 불법감금한 뒤 무차별로 폭행했다. 개별적으로 납치됐던 20대 피해자 4명은 각각 하루에서 6일에 걸쳐 제 또래 가해자들로부터 각목으로 무차별적으로 얻어맞고 물고문을 당하는 등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 연루자 서울대 총학생회 핵심 간부였던 백태웅, 이정우, 윤호중 등은 도피했고(후에 각각 처벌받았다), 복학생협의회 집행위원장이었던 유시민은 사건 수습 중 구속됐다. 유시민을 알린 ‘항소이유서’도 이 사건에서 비롯됐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좌파 쪽 일부는 여전히 이 사건 고문 피해자들이 정보기관의 프락치였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전두환 정권이 조작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 조사나 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난 건 그들 주장과 다르다. 피해자들은 경찰 프락치가 아닌 순수 민간인들이며 광기에 사로잡힌 자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무고한 희생자였다는 게 진실이다.

과거 역사를 전복하고 그 위에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진실을 세우려 끊임없이 시도했던 과거 좌파 정부에서도 진실은 바뀌지 않았다. 굳이 수십 년 전 사건을 환기시킨 이유는 유시민의 자신만만한 발언 때문이다. “반지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 한다” “제가 시사 프로그램에서 어용지식인을 하다가 요새는 다 하차하고 은퇴했는데, 팟캐스트에서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요새는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던데, 다 한번 정복해볼까 한다”

‘서울대생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 진실고백부터 하라

유시민은 노무현 재단 차원에서 가짜뉴스에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필자는 개인 차원에서라도 그의 유튜브 진출을 환영한다.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반지성주의를 잠재우겠다는 거창한 목적도 삐딱하게만 볼 필요는 없다. 홍카콜라 홍준표도 재미 보는데 ‘진보 싸가지’ 대표 브랜드 유시민이 유튜브 흥행제조기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본인이 얽힌 오랜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논란부터 잠재워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기대지만 유시민이 유튜브 첫 방송은 서울대생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했던 유시민은 서울대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을 자신의 민주화 운동 경력으로 포장했다가 피해자들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선거법 위반)로 고발당한 일이 있다. 선거홍보물에 ‘이 사건 관련자들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이미 명예회복을 하였다’, ‘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이 저를 조작으로 엮어 넣은 사건’이라고 기재한 것이 피해자들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민주화 유공자로 명예회복을 했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지만, 기재 당시 유시민이 허위일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정권이 엮어 넣은 사건이라는 표현도 다소 과장됐지만,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유시민이 진심으로 반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서울대생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은 아무리 미화해도 결코 민주화 운동이 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가해자들 중 한 명인은 “서울대프락치사건은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정권에 의해 조작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폭력 범죄가 아니고 명백한 민주화 운동이다”라고 주장하지만 궤변이다. 순전히 시대 탓만 한다면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도 백퍼센트 정당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2006년 한 언론사는 유시민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되자 피해자 4인의 인생을 추적해 조명했다.

무고한 민간인들을 감금하고 이들의 눈을 가리고 양손을 뒤로 묶고 무릎을 꿇게 한 뒤 집단 구타, 입과 코에 물을 붓고 세면대 물통에 얼굴을 집어넣어 숨을 못 쉬게 하는 등의 가혹 행위 등. 서울대생들의 자랑스러운 민주화 운동은 어떤 사람을 정신분열증 환자로, 어떤 사람은 대인기피증의 평생 후유증을 앓는 폐인으로 만들었다.

가장 큰 폭행 피해를 당했던 피해자 전기동 씨는 15년 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유시민에 대해 이렇게 말한 일이 있다. ‘그는 원죄를 안고 있기 때문에 크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조만간 나는 내가 경험했던 모든 일들을 책으로 발간해 유시민씨의 과거 죄상을 밝힐 것이다. 그의 거짓과 가식의 삶이 드러날 것이다.’ 그 후의 세세한 일들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유시민은 서울대생 민간인 감금폭행 사건의 진실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것이 대한민국 사회의 반지성주의를 비판하는 진보적 지식인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 혹세무민하는 허위조작정보를 바로잡겠다는 본인이 털어내야 할 우선순위라고 본다. 유시민의 시작이 그런 지성적 출발이라면 자신을 따라다니는 노인폄하나 20대 청년 남성 비하나, ‘진보 싸가지’ 이미지를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른다. 유튜브를 장악해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유시민의 출발이 모쪼록 희망적이길 바란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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