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잊은 정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잊은 정권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12.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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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특혜, 종편 옥죄기 등 무리한 정책 남발이 내포한 정치 실패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정치권 가짜뉴스 논란이 오히려 유튜브 열풍으로 번지는 와중에 나온 흥미로운 조사결과에 눈길이 갔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올해 6,7월 초중고교생 2만7265명을 대상으로 희망직업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들의 희망직업 5위가 인터넷방송 진행자(유튜버)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20위권 밖이었다가 1년 사이 순위가 급등했다. 유튜버가 희망직업 조사에서 톱10에 포함된 건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다른 OTT 동영상서비스 중에서도 유튜브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고 사람이 모이며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조사에서 늘 의사, 변호사, 공무원 또는 연예인, 운동선수와 같은 직업을 봐오던 기성세대는 “초등학생이 희망하는 직업5위가 유튜버라니” 혹시 당황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기 때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놀던 세대가 돈과 인기, 명예를 한 번에 쥘 수 있는 꿈의 직업으로 인기 유튜버를 꼽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2017년 조사에 의하면 돈 잘 버는 국내 유튜버 톱10에는 연애상담, 게임, 먹방, 각종 생활실험, 완구리뷰(키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연간 수입의 경우 6억부터 최고 수입을 올리는 유튜버는 31억까지 번다고 하니 세상 이치에 밝은 어린 세대가 꿈의 직업으로 꿈 꿀만 하다.

이들은 유튜브에 접속해 새로 나온 장난감과 게임 리뷰들을 보고 즐기고 연애상담을 통해 이성교육을 받으며 성인이 된 후 다양한 취미를 직업으로 삼게 되는 진정한 의미에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라 할 수 있다. 유튜브는 이들에게 오락을 제공하는 지상파, 케이블 채널이자 교육방송 채널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들 신인류가 조만간 대한민국 사회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 세대가 되리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정치라고 이런 시대적 조류와 무관할까.

과잉입법, 표적입법은 디지털 세대의 저항을 부를 것

혹자는 유튜브 세대의 미래를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튜브가 사라져도 유튜브의 혁신모델이 또 다른 플랫폼으로서 그 자리를 차지해 역할을 하리라는 전망만큼은 크게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본격적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등장하기도 전에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기성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현실을 보면 지금에서야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너무 늦었다는 감이 든다.

전문가들이 유튜브의 가능성과 미래를 점쳐온 것은 상당히 오래전부터이지만 요즘 들어 필자와 같은 사람까지 논쟁에 끼어들게 된 건 순전히 문재인 정권의 시대를 역행하는 미디어정책 덕분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며칠 전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케이블TV, 인터넷TV 등 유료방송이 종편채널을 의무적으로 송출해오던 제도를 없애겠다고 결정했다. 종편과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들은 ‘지상파 편애’라고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한 달 전 방통위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오랜 민원인 중간광고를 허용해준 것과 비교하면 정권에 비판적인 종편에 대한 보복에 가까워 보인다. 문재인 정권 출범으로 그들에게 귀태나 다름없던 보수 종편사들을 겨냥한 차별적 정책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르긴 몰라도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심정적으로는 미디어판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여권과 한 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지상파 편애 정책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상파 우대 혹은 시혜를 위해 정권 내내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을 치려 들 게 틀림없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박광온 의원이 언론 정정보도를 신문1면과 방송 프로그램 시작 때 노출을 강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큰 차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느껴진다.

비판 언론은 숨통 조이고 관제화 되다시피 한 친정부 언론엔 특혜와 수혜 남발. 정치권마저 사회를 바꾸는 미디어혁명 조류에 눈 돌린 마당에 이게 무슨 시대적 역류현상인가 싶다. 언론자유는커녕 언론사 편집권에 간섭하는 세계 유례없는 희대의 과잉입법을 남발하지 않나, 글로벌 기업에 자기 세력 비판 동영상을 삭제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서슴지 않나, 세계적 망신을 계속해서 자초하고 있다. 당장의 권력 보호에 급급한 정책만 남발해서는 조삼모사 정권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이 지금 진행 중인 언론미디어정책은 산업발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의 정치까지 스스로 포기하는 정책이다. 지상파고 종편이고 저물어가는 시대에 반대파에 재갈 물리고 언론노조 등 소수 집단의 이익을 지켜주자고 정책적 역량을 쓴다면 부담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게 된다. 피해자인 디지털 세대들이 가만있지 않는다. 유튜버가 장래 꿈인 세대가 무섭게 성장해 가는데 어리석은 정책만 남발하는 정권의 단견이 안타깝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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