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현명하고 우아한 인생 후반을 위한 8번의 지적 대화
[리뷰]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현명하고 우아한 인생 후반을 위한 8번의 지적 대화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1.01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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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고 우아하게 나이 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저자 마사 누스바움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 하버드대학교 철학과와 고전학과에서 교수직을 시작하여 석좌교수가 되었으며, 1980년대 초에 브라운대학교 철학과로 옮겨 역시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시카고대학교 철학과, 로스쿨, 신학교에서 법학, 윤리학 석좌교수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다. 학문적 탁월성을 인정받아 미국철학회장을 역임했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두 차례(2005, 2008)나 선정되었다. 《혐오와 수치심》, 《시적 정의》,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인간성 수업》,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 《역량의 창조》 등 국내에 다수의 저서가 번역 출간되었다.
 

‘현명하고 우아하게 나이 들기 위해 우리 개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또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 움베르토 에코, 노엄 촘스키와 더불어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 100대 지성’에 이름을 올린 시카고대 석좌교수 마사 누스바움과 로스쿨 전 학장 솔 레브모어는 이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인류가 축적한 깊고 넓은 지적 유산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를 전한다. 

인문학적 혜안을 지닌 철학자와 현실적 지식으로 무장한 법, 경제 전문가인 두 사람이 때론 겹치고 때론 상반되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나이듦에 관한 다채롭고 풍부한 통찰은, 인생 후반에 숨겨진 기쁨과 가능성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두 석학과의 지적 여정을 통해 우리는 나이 드는 과정에서 우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무슨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또 은퇴하기 적합한 시점은 언제인지, 유산을 어떻게 적절하게 나눠줄 수 있을지 등 보다 실용적인 삶의 지침도 얻게 된다. 나이듦에 대한 두 석학의 통찰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모습으로 나이 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마사 누스바움과 솔 레브모어 두 석학은 철학, 문학, 경제학, 법학 등을 경유하고 때론 그것들을 서로 엮어나가며 우리에게 현명하고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을 알려준다. 

나이 들수록 생겨나는 권태, 실망, 불안감 같은 것들을 해소하는 데 우정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로마의 선현 키케로가 쓴 《나이듦에 대하여》와 《우정에 관하여》, 그리고 그가 친구 아티쿠스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보여주고, 자녀들에게 어떻게 공평하게 유산을 나눠줄 것이며 노년에 그들과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반면교사 삼아 해소해준다.

또한 각자가 과거에 대한 회고를 통해 자기 인생 속 여기저기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을 이어붙이면서 우리 삶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유진 오닐의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 등 문학사에서 빛나는 작품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을 인용하며 제시하기도 한다. 나이듦에 대한 저자들의 지적 탐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단서를 찾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키케로의 《나이듦에 대하여》을 참조한 이 책은 60대에 들어선 두 친구의 대화라는 형식을 띤다. 모든 장은 나이듦을 다룬 에세이 두 편씩을 짝지어 놓았다. 두 저자는 서로의 글에 응답하거나 동의하기도 하지만 각자 다른 성격과 학문적 접근법을 지녔기에 다른 생각을 내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이룬 공동체에서 지금 이 순간의 쾌락에 탐닉하는 현재지상주의를 발견하고 비판하는 반면, 법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솔 레브모어는 좀 더 현실적인 입장에서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을 인정한다. 이처럼 독자들은 차별화된 두 석학의 관점과 견해를 통해 하나의 주제에 대한 두 가지 통찰을 접할 수 있다. 

두 저자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간편하고 쉬운 조언으로 가닿길 바라지 않는다. 자신들의 대화가 일종의 모델이 되기를, 더 많은 이들이 지혜롭게 나이 드는 것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토론하게 되는 시작점이기를 바란다. 나이듦을 놓고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생각과 토론은 실제 삶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생 후반의 커다란 기쁨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품격 있게 나이 들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우정, 나이 들어가는 몸, 적절한 은퇴 시기, 나의 과거 등을 생각하는 것은 나의 내면과 외면을 돌보면서 ‘내가’ 더 좋은 모습으로 나이 들기 위함이다. 이 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노년의 경제적 불평등과 노인빈곤, 노인혐오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우리가 떠난 후에도 계속될 세상에 우리는 무엇으로 기여할 것인지를 물으며 나를 돌보는 것을 넘어 ‘타인’과 ‘세상’을 함께 돌보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아이들이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잘 자라면 다른 사람을 어떤 목적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알게 된다. 아이들이 교육을 정말 잘 받으면서 자랄 경우 그들은 자신과 아주 가까운 가족 및 친구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전반의 대의에 대한 생각도 하면서 일련의 귀중한 책임들을 형성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우리 모두 두 번째 아동기에 들어선다. 이 시기에는 자아의 절박한 요구와 육체의 본능적 요구가 그동안 형성했던 좋은 습관들을 방해하고, 우리를 넓은 세상의 가치와 멀어지게 만든다. 우리는 이와 같은 도덕적 위험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최선을 다해 그 위험과 맞서 싸워야 한다. 되도록 품위와 유머와 겸손을 보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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