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오해와 불통 속에 만들어진 에너지 전환정책 시정해야
[전문가 진단] 오해와 불통 속에 만들어진 에너지 전환정책 시정해야
  •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 교수
  • 승인 2019.01.02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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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행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탈원전 기조와 재생에너지 3020계획을 근간으로 한다. 탈원전 기조는 신규원전 건설은 전면 금지하고 기존 원전은 최초 운영허가 기간이 도래하면 폐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원전제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3020계획은 2030년 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늘리자는 것이고, 이를 위해 현재 6GW 수준인 태양광 발전시설을 34GW로, 풍력은 1.5GW 수준에서 18GW까지 확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에너지 전환 정책은 원자력의 안전성과 비용에 대한 오해, 재생 에너지만이 최고라는 독선, 환경단체의 일방적인 주장만 수용하고 국민 의사와 원자력 전문가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한 불통 속에 만들어졌다. 민주적으로 수립되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에너지 전환 정책은 마땅히 시정되어야 한다.

반핵 환경단체들의 확고한 영향력 아래 있는 정부가 원전은 퇴출하되 재생에너지는 확대하겠다는 방침의 기저에는 1)원전은 위험하고 2)사용후핵연료를 안심하고 처리할 기술도 없는데다 3)비리와 결탁을 일삼는 소위 원전 마피아들이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원자력을 진흥하려고 하고 있으므로 원전은 악이요,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는 선이라고 보는 독선이 자리 잡고 있다.

원자력을 악으로 보는 시각은 온당치 않아 여러 반증을 댈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가 우리에게 꼭 선이 아님만을 보자. 재생에너지는 지구에서 앞으로 무한정 공급될 수 있다고 보는 햇빛과 바람 등으로 발전을 하기 때문에 자원의 고갈 없이 재생산이 가능하고, 발전 중에 온실가스 배출이나 다른 환경오염이 없어 기후변화 대처에 유리한 에너지원이므로,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모두 노력하고 있다.
 

탈원전정책은 필욘적으로 전기요금의 급속한 인상으로 이어진다.
탈원전정책은 필욘적으로 전기요금의 급속한 인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발전에서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비중은 현재 수준보다 점차 커질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원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비쌀 수밖에 없다. 이는 일조량이나 풍속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약하고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조금을 포함한 태양광 전력 판매가는 대략 200원/kWh이다. 원자력은 발전원가가 대략 55원/kWh 임에 비하면 3.5배 이상 비싼 것이다. 그런데 태양광의 경우 보조금을 충분히 지급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비 대비 연 10% 이상 수익이 나는 고수익 노후대비 사업으로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 십, 수 백 년 된 나무를 벌목하고 야산을 깎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 확대일로에 있다.

그런데 그런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최소 2억~3억 원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투자에 대해 발생하는 수익은 정부 보조금을 통해서 지급된다. 이 보조금은 전기요금에서 충당된다. 향후 발전원가가 비싼 태양광 시설이 확충되면 전기료는 당연히 올라갈 것이고 이렇게 인상된 전기료는 서민을 포함한 일반 국민이 부담해서, 결국엔 자본을 투자한 사람에게 과도한 수익을 제공해 주게 되는 것이다. 아주 소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은 아무나 부담 없이 구축할 수 있어 태양광을 에너지 민주주의 실현의 좋은 수단이라고 하나, 수익 구조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은 에너지 자본주의의 실현 수단이다. 일반 국민이 부담한 보조금으로 일부 자본가의 수익을 보전해 주는 것이 과연 민주적이고 선인가?

에너지 정책 수립에서 원자력 전문가가 배제되는 불통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의 안전성과 효익은 일체 무시하고 반핵 환경단체 인사들의 편향된 주장만 반영하여 수립되고 추진되어 왔다. 지난 1년 동안 교수 위주로 구성된 원자력 전문가와 일부 양식 있는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동안 시민참여단 교육과 이후 언론기고, 방송토론, SNS 활동 등을 통해 탈원전 정책의 불합리성에 대해 지적하고 국민에게 잘못 알려진 원전의 위험성과 가치에 관한 사실들을 바로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시민참여단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고리 1호기 연설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원자력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에 동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두 차례에 있었던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약 7:3의 비율로 원전 이용 지지가 일관되게 높게 나온 데서도 알 수 있다.

반핵 환경단체 인사들의 일방적 주장뿐만 아니라 원자력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면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중재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이뤄진 정부의 에너지 정책수립과정에서 원자력 전문가는 철저히 배제되는 불통만이 지배한다. 작년 말에 수립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올해 진행되고 있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작성에 환경단체 인사는 참여했지만 진정한 원자력 전문가는 철저히 배제되었고, 이에 따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에는 원자력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국가의 수 십 년 대계를 결정짓는 에너지 계획을 단견과 편향된 시각으로 수립할 수 있는가?

원자력의 안전성과 가치에 대한 사실을 제대로 알아 오해가 풀리게 되면 반핵 입장이었던 사람도 원자력에 대한 지지로 입장 전환을 할 수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미 많은 국민이 그러한 입장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도 오해를 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원자력 전문가와 소통을 하고 재생에너지만이 선이고 에너지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는 필요 없다는 독선에서 벗어나 국민의 의사와 함께 폭넓은 전문가의 의견을 파악해 반영하는 민주적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를 바란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 교수
퍼듀대 원자핵공학박사
전 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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