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러시아·중국 전기 수입의 함정
[심층분석] 러시아·중국 전기 수입의 함정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01.03 11: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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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 국가들에서 들어오는 전력, 외교적 무기화 가능성 높아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탈원전 정책’을 내놨다. 전 세계가 탄소저감 기조에 따라 원전 건설을 늘리는 상황에서 원전을 대신할 전력원도 생각하지 않은 채 내놓은 정책이었다.

국민들은 “정부가 설마 탈원전 정책을 급하게 추진하겠느냐”고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보게 해 주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지키려는 듯 국민들 생각과 달리 탈원전 정책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2016년 말 기준 국내 전력 총생산량의 37.5%에 달하는 원전 발전을 없애고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빈 자리를 메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양광, 수력,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8년 현재 전체 전력 생산량의 5.6%에 불과하다. 비용은 비용대로 더 비싸고, 발전 용량은 그대로 적어 대체재라고 볼 수 없었다.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2017년과 2018년 여름 전력수요량을 두고 국민들은 가슴을 졸였다. 특히 수십 년 만의 무더위였던 2018년 7월에는 전력 예비량이 한자리 수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문재인 정부는 부랴부랴 원전 가동률을 높여 위기를 모면했다.


 

이처럼 에너지 정책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문재인 정부가 드디어 ‘제대로 된 삽질’을 하려는 모양새다. 한국전력을 앞세워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는 계획을 검토한 것이다. 이 계획은 한국전력이 지난 10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동북아 계통 연계(전력망 연결) 추진을 위한 최적 방안 도출 및 전략 수립 프로젝트’라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전력은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는 것에 대해 “탈석탄,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전력수급 불안정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해명 자료를 내고 “탈원전 때문에 전력망을 연결한다는 것은 용역업체가 작성한 초안일 뿐 한국전력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해명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선일보 “탈원전 때문에 전력 수입”, 좌익 “박근혜 때 나온 동북아 슈퍼 그리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중국 웨이하이 지역과 인천 사이 370km 길이의 해저 케이블을 통해 2.4GWh 규모의 전력을 수입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경기 북부까지 1000km를 연결하는 3GWh 규모의 전력망을 건설해 전력을 수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경남 고성과 일본 기타큐슈 간 220km, 고성과 마쓰에 간 460km 구간에도 전력망을 연결할 계획도 밝혔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중국 전력망 연결에 2조 9000억 원, 러시아와 연결에 2조 4000억 원, 일본과 연결에 5조 2000억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조선일보는 관련 보도를 통해 “동북아 전력망 연결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2011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창한 ‘동북아 슈퍼 그리드 구상’으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북한 문제가 있어 논의가 지지부진했다”면서 “그러다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이를 언급하자 한국전력 등이 본격적으로 계획을 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은 문 대통령의 언급 이후 2018년 8월 맥킨지 앤 컴퍼니에 16억 원을 주고 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게 조선일보의 주장이었다.

조선일보는 또한 한국전력이 중국·러시아와 전력망을 연결하려는 이유가 낮은 요금의 전기를 수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중국 산둥 지역의 발전 단가는 1kWh당 평균 60원 안팎으로 102원인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러시아의 발전 단가는 더 낮아 1kWh당 평균 55원에 불과하다. 즉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면, 화력발전소 가동도 줄이고, 발전 비용도 줄어드는 등 연간 12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한국전력의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조선일보 보도를 두고 미디어오늘 등은 “탈원전 반대에 눈먼 조선일보의 헛방”이라는 기사를 내고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비난했다.
 

일리 있는 조선일보 보도, 전력 수입의 위험성

미디어오늘 측은 맹비난했지만, 여론은 조선일보의 주장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북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데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 국가로부터 전력을 수입한다는 계획은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중국 또는 러시아, 일본과 외교적·통상적 마찰이 일어날 때, 또는 이들 국가와 미국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전력망이 볼모가 될 수 있다”는 점과 “러시아와 연결된 전력망이 북한 땅을 통과해야 하는데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실제 중국·러시아와의 전력망 연결 및 전기 수입은 경제적 측면은 물론 안보 측면에서도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이는 2009년 1월 1일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근 일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했다. 러시아는 “새해부터는 천연가스 가격을 1000㎥당 230달러로 쳐 달라”고 우크라이나에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아니 175달러였던 천연가스 가격을 하루아침에 43%나 인상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가스관을 잠갔다. 유럽도 졸지에 천연가스 공급을 못 받게 됐다. EU 의회서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러시아로 보내는 등 난리가 났다. 러시아는 2006년 1월 초순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가스관을 잠근 적이 있었다. 서유럽 곳곳의 발전소가 정지하고 난방에도 문제가 생겼다. 결국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항복했다.

중국·러시아보다 더 위험한 북한은?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가 전력을 계속 공급하다 한국에 이런 요구를 하면 어떻게 할까. 중국·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전력이 일본까지 건너간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일본에 대한 압박을 한답시고 한국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 한국은 앞서 말한 우크라이나처럼 제대로 대항하지도 못하고 항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라고? 2016년 7월 이후 중국이 벌인 ‘사드 보복’과 그 결과는 어땠을까. 한국에서는 결국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하고, 새로 등장한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에게 굽실대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이 과연 중국과 러시아에게 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국전력조차도 보고서에 “정치·외교적 마찰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역시 북한 문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경기 북부 지역을 잇는 전력망은 어쩔 수 없이 북한 영토를 지나야 한다. 북한이 이를 허용할 것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전력망 건설 과정과 완공 후에 북한이 “우리 땅을 공짜로 지나갈 거냐”고 우기면 어떻게 할까. 결국 북한의 요구대로 한국 정부가 북한에 토지 이용료를 제공하는 순간 유엔 안보리나 미국·일본·EU 등의 독자제재를 위반하게 된다.

북한이 러시아와 경기 북부를 잇는 전력망을 한국이 관리할 수 있게 허용해줄지도 의문이다. 한국 돈과 기술로 만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단지도 제멋대로 쓰는 북한이 러시아-한국 전력망을 두고 돈만 요구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북한과 관련된 두 번째 문제는 북한의 ‘도전(盜電, 전기 도둑질)’ 가능성이다. 3GWh 규모의 전력선이 자기네 땅을 가로지르는데 여기서 전기를 빼내 쓸 생각을 안 할까. 북한이 단순한 저개발국이라면 전기의 일부를 도둑질해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해외에 수출까지 하는 곳이다. 지금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에너지, 전력이다. 북한이 일정 수준 전력을 쓸 수 있게 되면, 지금의 노후화된 북한군 장비들이 모두 신형으로 교체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북한이 마음껏 전기를 끌어다 쓰게 되면 지금은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몰리브덴 광산, 알루미늄 광산, 마그네슘 광산도 개발하려 할 것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광물 자원은 곧 불법 환적 등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북한은 적지 않은 외화를 벌어들이게 된다. 무기 성능도 좋아진다. 사실상 이적행위가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촉구하는 시민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촉구하는 시민들

전기 수입하면 환경 좋아져? 국민들 우습게 아는 거짓말

문재인 정부는 중국-러시아와의 전력망 연결이 완료되는 시점을 2025년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 동안 2조 4000억 원을 들여, 북한을 관통하는 전력망 공사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단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지어주기로 했던 경수로 건설 현장 등에서 수많은 자재와 장비가 사라진 과거를 기억해 보자. 과연 저 공사비만 들어갈까. 차기 정권이 이 문제를 수습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갈까.

좌익 성향 사람들과 국내 환경단체들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력을 수입하면 비용도 줄이고, 화력 발전소를 사용하지 않게 돼 환경도 개선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을 믿는다. 과연 그럴까. 지금도 시베리아에서 대륙성 고기압이 몰아치지 않으면 중국발 스모그가 한반도를 뒤덮는다.

문재인 정부나 국내 친중파들은 이를 두고 “차량 2부제를 실시해야 한다”느니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설치해야 한다”느니 하는 소리를 해대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한반도를 뒤덮는 스모그가 중국에서 날아온다는 사실을 안다. 중국이 석탄을 사용하는 발전소와 공장을 동해안에 짓는 행태를 그만두지 않으면 국내에서 모든 차량의 운행을 중단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다. 정부와 그 지지 세력만 외면할 뿐이다. 화력 발전소를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면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전체 전력 생산량의 37.5%를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을 다시 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왜 굳이 신재생 에너지를 고집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일부 언론은 조선일보를 비롯해 탈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한다는 게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부터 추진해 온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상을 실천하는 것”이며 “전기 수입 또한 전체 소비량의 2%에 불과한데 지나치게 과장하고 엄살을 피운다”고 비난한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구상을 내놓은 2011년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안보 문제다. 한국과 일본 전력망이 연결됐다고 치자. 최근 일제 강제징용 피해보상 문제와 같은 일로 양국 간에 감정 싸움이 불거지면 즉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전력 거래다. 중국은 더 심하다. 2016년부터 2년 동안 이어진 ‘사드 제재’를 직접 보지 않았나. 러시아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향해 에너지 공급 중단 조치를 취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러시아·일본과 한반도의 전력망을 연결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그 전에 현실화가 필요한 전제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돼야 한다. 정치·경제적 갈등을 이유로 주변국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끊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이 있을 때만 그들과 전력망을 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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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 2019-01-15 13:34:32
원자력발전은 5개씩 쉬게해서 정기점검하고 해도 블랙아웃은 막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