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불길에도 '오늘밤 김제동'이 건재한 이유
민심의 불길에도 '오늘밤 김제동'이 건재한 이유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1.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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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KBS이사회, 무능한 야당 추천 이사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KBS는 조선중앙TV 남한지국인가. 새해 벽두 변함없는 김정은의 대남 선전 전략을 그대로 전달하는 KBS를 보면서 밀려오는 짜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람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김정은 신년사 핵심 내용은 과거와 변함이 없었다.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국 선언, 제재를 풀라는 대미 협박, 그리고 한미동맹을 벌리려는 이간질이다.

핵무기로 협박하는 김정은의 신년사를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 홍보하듯 전하는 뉴스를 듣는 국민의 기분쯤은 KBS 종사자들에겐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 하기야 KBS는 대통령과 김정은의 심기 외에는 무서운 존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독한 편파방송에 항의하는 수만의 국민이 시청료 납부거부에 동참한다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배짱을 부릴 리가 없다. KBS는 국민 알기를 장기판 위의 졸로 안다.

‘혈세’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KBS가 시청자 국민을 발가락 사이 때만큼으로도 안 보는 건 아무래도 <오늘밤 김제동> 탓이다. ‘김정은은 겸손하고 능력있는 지도자’라는 종북 인사의 김정은 찬양 인터뷰를 그대로 방송하는 충격적인 작태를 벌이고도 어떤 징계나 제지도 받지 않고 안전하게 방송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숱한 논란과 비판 여론에도 눈치 보지 않고 여전히 편파방송을 자랑하고 있다. 국민을 대리하는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일부에 불과하지만 언론이 그렇게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자유연대,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등 소위 애국시민단체들이 지난 해 말 양승동 사장과 정필모 부사장 제작진 그리고 김제동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했지만 그뿐이었다.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건 기자회견이나 토론회, 검찰 고발과 같은 것으로 압력을 넣는 효과는 있지만 실제로 뭘 고치고 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BS 일부 노조가 내부 비판도 열심히 하고 검찰 고발 등 외부 고발도 하고 있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 양승동 사장 이하 경영진, 막강한 언론노조 권력과 제작진이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늘밤 김제동>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권 추천 심의위원들까지 문제를 인정한 프로그램이다. 여권 추천 심 모 위원이 이렇게 평가하지 않았나.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갈 길을 잃은 주사파들의 ‘틈새 전략’이란 생각이 든다” “(김수근 단장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주장을 할 수 있도록 (제작진이) 유도하고 이끌어낸 부분이 있다”

야당의 비판이야 정치적이라 치부하더라도 본질은 따로 있다. 자신들 편이면 무슨 짓을 해도 온갖 진영논리를 총동원해 감싸는 여권에서조차 이렇게 문제점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이야 비판하거나 말거나 KBS, 그들이 멋대로 독주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늘밤 김제동>을 싸고 도는 KBS 이사회 얘기다.

이럴 거면 야당은 차라리 이사추천권 포기가 방법

KBS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은 물론,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다루는 기능을 한다. 방송 기본운영 계획이나 예산, 자금 계획도 세우는 등 KBS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일을 관장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보면 된다. 언론노조는 이사회의 역할이 제작진을 외부 간섭으로부터 무조건 보호하는 것만이 유일한 역할인 것처럼 주장하는데 아주 웃기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자와 PD들이 국민 뜻이나 정서와 동떨어지게 히틀러를 찬양하고 국익을 해치는 반시장적이고 반민주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가만 두어야 하나. 정치권력과 자본의 공세로부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 언론노조가 자기들 멋대로 일탈적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허용된다는 뜻이 아니다. KBS의 기자, PD가 국민 다수의 뜻을 어기고 국가정체성을 파괴하는 위험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그것을 제지하는 것이 바로 공영방송의 존립과 공공성을 지키는 일이다.

KBS이사회가 <오늘밤 김제동>과 같은 프로그램을 폐지는커녕 감싸는 것은 그래서 심각한 직무유기가 된다. 부사장이 심지어 방심위원들에 전화까지 걸어 잘 봐달라는 청탁전화까지 했다는 의혹이 나온 마당에 이사회는 구경만 하고 있다. 이사회가 앞장서서 KBS의 일탈을 부추기는 꼴 아닌가. 특히나 야당이 추천했다는 이사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입장 바꿔 만약 민주당 추천 이사들이었다면 자유한국당 추천 이사들이 특정 프로그램을 싸고 도는 모습 구경만 하고 있었을까.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 프로그램을 폐지시키려 하고 제작진을 징계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들리는 소식에 KBS이사회는 몇 차례나 <오늘밤 김제동> 건을 논의 안건으로 상정하는데 실패하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 여권 측 이사들에 비해 수적으로 밀리는 이유도 있겠지만 야당 측 이사들이 국민들만큼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야당 추천을 받았지만 여당 측 이중대 노릇이나 한다는 특정 이사 탓 할 것도 없다. 단 한 사람이라도 국민이 분노한 만큼 분노한 자가 있다면 지금과 같이 평온한 상태일리 없기 때문이다. 양승동 사장을 비롯한 <오늘밤 김제동> 관련자들이 이렇게까지 국민 여론을 무시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일당 백 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대가 컸던 야당 추천 이사들의 무기력한 모습은 무척 실망스럽다.

<오늘밤 김제동> 같은 혈세 낭비 허접한 반국가 프로그램 하나 견제하지 못한다면 KBS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라는 게 필요한가 싶을 정도다. 야당 이사들이 역할을 못할 바에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차라리 앞으로 이사 추천을 포기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어차피 한통속인 민주당과 언론노조가 지지든 볶든 그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것이 낫지 않겠나.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것이 공영방송 KBS와 민주당 정치세력, 언론노조의 민낯을 국민에게 고발하는 효과라도 있을 것이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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