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공사, “김정은 답방의 역발상 북한 허물 수 있다”
태영호 전 공사, “김정은 답방의 역발상 북한 허물 수 있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1.04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 ‘김상철 자유·정의·평화상 수상’ 기념 태영호 전 공사 강연내용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김상철자유·정의·평화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상과 관련해, 자유, 정의, 평화의 순서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강연 다니면서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어떤 체제인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합니다. 지난 해 나온 ‘박열’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얼마 전 대전 시민 앞에서 이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드린 적이 있습니다.

박열이 폭탄으로 일본 천황 암살을 시도하다 재판을 받는 장면인데, “저 사람은 일본 통치체제를 반대한 반체제 인사입니다. 이런 법정 장면을 보시고 북한에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짚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퀴즈를 냈습니다. 여러 답변이 나왔습니다.

북한에서는 재판할 때 자기 마음대로 옷을 입고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람, 재판정 앞줄에 외국기자가 앉아 있는 영화 장면에서 보듯 북한에서는 외국기자 출입이 안 될 것이라고 말한 사람, 또 어떤 사람은 영화 속에서는 박열의 친구들이 재판정 뒤에 앉아 있는데, 북한에서는 친구가 재판정에 앉아 있지 못할 것이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이 중에서 어떤 말이 맞을까요? 다 맞을 것 같습니까? 북한은 반체제 인사에 대한 재판이 없습니다. 재판 자체가 없어요. 이걸 모릅니다.

북한인권문제는 정의로운 사회에 필연적

반당, 반혁명 분자로 낙인찍히면 재판 없이 총살하고 교수형장, 수용소로 끌고 갑니다. 본인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습니다. 무조건 끌고 가서 죽이거나 가둡니다. 우리가 자유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북한에는 어느 정도 자유가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의 역사 중에서 자유가 가장 억눌린 시대를 일제시대로 생각합니다.

일제 때 폭압과 폭정이 가장 심했다고 생각합니다만, 현재 북한은 그때보다 더 심하게 자유가 억압되고 폭정이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일제시대는 그래도 나름의 법치가 있었지만 북한은 법치가 없습니다.

두 번째, 정의에 대한 개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보는 장면은 얼마 전 개봉한 ‘목격자’라는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저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속의 살인자는 한 여성을 죽이려 하고, 그 여성은 살려달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영화의 주인공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그 현장을 목격하고는 자기 아내에게 즉각 불을 끄라고 말합니다. 살인자가 자신을 볼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경찰은 목격자는 신고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이 사람은 신고하지 않습니다. 주인공 뿐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이 신고하지 않습니다. 자칫 자신의 가족이 피해를 입을까 그런 것이지요. 여러분, 북한 주민들은 우리를 향해 “살려 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외침에 얼마나 호응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못 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만 편히 살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북한이란 시스템에서 김정은은 가해자입니다. 북한 주민은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일부 사람은 가해자 입장에서 가해자와 불편한 관계를 가져선 안 된다며 북한인권 문제가 나오면 조용히 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이게 과연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길일까요? 북한인권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더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우리는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들어설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와 다른 많은 분들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북한이라는 시스템 앞에서 우리는 비핵화와 통일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은 시스템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 시스템을 붕괴시킬 때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붕괴시키느냐, 전략과 전술의 문제입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 김씨 가문의 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건 바로 이 정권이 세 개의 기둥에 의지해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폐쇄성입니다. 북한은 모든 외부 세계로부터 폐쇄돼 있습니다. 두 번째는 폭압성입니다. 극대의 공포정치로 인간이 가진 저항 심리를 억누르고 공포심리로 만듭니다. 세 번째는 폭력성입니다. 자기들 체제에 위협을 느끼면 서울을 향해 핵을 쓰겠다고 위협합니다. 폐쇄성, 폭압성, 폭력성 이 세 가지 기둥에 의거해 북한 정권이 존재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체제를 제거하는 가장 빠른 길은 무력을 쓰는 것이지만 우리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 물리적 방법은 다 반대합니다. 남은 것은 평화적인 방법인데 어떤 방식을 써야 이 세 개의 기둥을 허물 수 있느냐고 한다면,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앉아서 우리가 북한의 폭압성, 폭력성을 없앨 수 있습니까?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겁니다. 그런데 북한의 한 가지 특성인 폐쇄성, 이건 우리가 전술만 잘 쓰면 이 기둥은 흔들고 허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김정은 서울 답방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제가 어제 저녁 북에서 온 분들과 함께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우리가 어떻게 보고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제가 뭇매를 맞을 뻔했습니다. 김정은이 서울에 오게 만들어 이곳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참석한 다른 분들은 “태 공사,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나, 김정은이 오면 우리가 나가 길바닥에 드러누워 서울 입성을 막아도 모자란데 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당신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김정은 답방은 북한의 폐쇄성 흔들 수 있는 기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북한 체제가 어떻게 존재, 유지가 가능한지 생각해 봅시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에서 측근, 친위부대는 김정은 대에 와서도 외국이든 외부세계든 절대 못 보게 차단합니다. 그들의 눈과 귀를 철저히 가려 김정은을 절대적인 진리, 절대적인 하느님처럼 보게 합니다.

지난 남북관계 수십 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 땅에 와서 한국을 보고 한국 사람과 교류하고 오랫동안 교류를 이끌던 사람 중 목숨이 아직 붙어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습니다. 우리가 이걸 알아야 합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남북경협,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할 때 김정일이 ‘남조선과 하는 이 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고민하다 가문 사람은 믿을 수 있겠다고 판단해 자기 가문의 사촌 여동생 남편 김달현에 맡깁니다. 그런 김달현도 한국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교류하는 과정에서 결국 처리됐습니다. 여러분 장성택이 왜 처형됐습니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류경이 내려왔습니다.

류경은 김정일 밑에서 북한 보위부를 쥐고 측근에서 호위하는 호위무사와 같은 사람으로서 김정일로부터 정상회담과 관련해 명령을 받습니다. 이 사람이 내려와 정상회담 협상하다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독재자는 한번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온 사람에 대해선 신뢰를 잃어버립니다. 김정일은 류경으로부터, 솔직히 좀 잘해보자는 의도에서 했을 건의를 받는 순간부터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 녀석이 서울에 가서 며칠 동안 있다 와서 변한 게 아닐까, 저 녀석을 믿을 수 있을까’ 믿음이 없을 땐 총살로 해치웁니다.

자기 옆에서 딱 붙어 매일같이 술 먹던 사람, (그러나 믿음을 잃어버린) 그런 무서운 존재를 곁에 두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꼭 궁중 안에서 싸움이 벌어집니다. 싸움이 일어나도록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이 방법이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한반도 통일이란 차원에서 김정은이 한번 (서울을) 다녀가면 통일이 한 10년은 당겨질 것 같습니다. 저는 김정은 답방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북한 ‘우리민족끼리’에 “다가올 민족의 특별사변을 앞두고 태극기부대가 광화문 광장에서 계속 시위하는데, 이걸 용서할 수 없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보도를 보고 우리 정부와 김정은 사이에 답방 문제로 마지막 조율에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북한의 요구 사항은 이겁니다. 김정은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내려오는데 그 사람들 눈앞에서 태극기부대가 김정은을 타도하라는 모습을 절대 보여줄 수 없으니 광화문 광장을 정리하라는 겁니다. 차츰 수위를 높일 겁니다. 그게 정리돼야 내려가겠다, 환영 집회는 없어도 좋으니 제발 반대집회만은 보이지 않게 해라, 이런 내용으로 막판 조율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다가올 민족의 특대사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겁니다. 제가 국회에 가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광화문 광장의 몇 명 안 되는 김정은 칭송의 목소리도 있고, 자유민주세력의 김정은 타도, 청산의 목소리도 있다는 다양화된 사회, 민주화된 모습을 김정은을 따라오는 친솔부대에 동시에 보여주자는 겁니다.

지난번 판문점 회담에 따라온 사람들 보셨습니까? 이번에 내려올 그 사람들 한테 우리 모습을 보여주면, 말은 안 하지만 그들 내부에서 심리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야, 내가 들었던 한국이 아니구나’ 북한에서는 남조선은 미제 식민지로, ‘서울 길바닥에는 아이부터 늙은이까지 헐벗고 굶주린 거지들이 가득 차 있는 한심한 나라’라고 매일 방송에서 말하고 노동신문에서 떠듭니다.

그런데 내려온 그들이 서울시내 장면을 보고도 여전히 김정은이 신으로 보일까요? 제가 어제 이렇게 이야기하니, (다른 사람들은) 제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잠자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자는 척하는 사람은 영원히 깨울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김정은 호위대가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서울에 온다고 그들 생각이 변하겠느냐는 겁니다. 그러나 저는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쓴 <3층 서기실의 암호>의 북한 왕궁 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부 선발된 사람을 제외하고 전체가 외국에도 못 가고 폐쇄적으로 삽니다.

외부 세계를 본 사람은 10년이상 못 갑니다. 다 총살했습니다. 우리가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면 김정은 궁정 안에서 큰 칼부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믿습니다. 저는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 서울 답방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가 김정은 경호 문제로 광화문 주변을 통제하려 들면 우리는 그걸 반대하고 우리 모습 그대로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도 그 나라 국민들이 반미 시위하지만 그걸 통제하는 나라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중국 시진핑이 영국에 갔을 때도 영국은 한쪽은 시진핑을 환영하는 사람들을 배치하고 다른 한쪽은 반대하는 사람들을 배치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방법이 앞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말씀을 마치면서 오늘 저에게 김상철 자유·정의·평화상을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