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분야별 大진단] 자본 vs 노동 대결 의식 벗어나야
[미래한국 분야별 大진단] 자본 vs 노동 대결 의식 벗어나야
  • 윤창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9.01.11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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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암울하다. 국제환경도 악화되고 있고 국내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좋은 시절을 허송세월하고 나서 상황이 어려워지자 더 힘들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일본 중국 EU 등 주요국들의 경제가 악화되고 있어서 국제교역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미중간 무역 갈등, 미국금리 인상이라는 악재도 해소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가시화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마저 하락하면서 경기 전망이 나빠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너무도 아름다운(?) 어젠다가 등장한 것이다. 일시 후퇴하는 듯 보이기는 했지만 2019년도 최저임금 10.9% 추가 인상을 앞두고 주휴수당 관련 시행령이 최근 개정되면서 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은 물 건너 갔다.

통계청장의 언급에 따르면 작년 2분기가 우리 경제의 경기 정점이었다. 2분기말이면 새정부 출범 시점이었다. 상황을 잘 파악했더라면 혁신성장과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경기 하강 속도도 줄어들고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기 쉬운 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쉬운 길을 선택했다. 임금을 올려 소득이 높아지면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경제가 더 발전해 분배와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어젠다는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이게 가능하면 다른 나라들은 왜 안했을까.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하며 임금부터 올리면 소득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폐쇄경제시대가 아니라 개방경제시대이다. 근로자 내지 소비자들이 늘어난 소득을 가지고 국내기업의 제품을 사용해야 다시 소득이 기업으로 환원되어 기업매출이 늘고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글로벌 개방경제시대에는 해외에서 좋은 물건이 많이 수입된다. 늘어난 소득으로 해외에서 수입되는 물건을 사들이기 시작하면 국내기업들로 소득이 환원되지 못한다. 국내기업은 임금을 올려주느라 고비용구조로 전환되고 제품 값을 올려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경제 악화 가속할 것

이 경우 제품은 국내에서도 안 팔리고 해외 수출도 줄어든다. 국내기업들이 힘들어지고 어려워지면 인력을 줄이거나 기업이 문을 닫게 된다. 결국 일시적으로 임금이 증가해서 소득이 증가될 수도 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기업이 나오면 국내에서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경제는 추락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철저한 폐쇄경제모형의 산물이다.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된 상황에서는 도저히 작동하기 힘들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자영업자들이 취업자의 25%인 경제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힘들어지면서 내년 체감 경기 수준은 최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 자영업자가 100만 명이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금융업에서만 10만여 명의 인원 감축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은의 경제 전망을 살펴보자. 한은은 지난 10월 2019년 국내경제 성장률을 2018년과 동일한 2.7%로 전망했다. 국제적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경우 2019년 우리 경제 성장률 예측치를 2.3%로 발표한 바 있다.

두 숫자의 차이가 0.4%만큼이지만 성장률 10%시대의 0.4%P와 성장률 2%대 시대의 0.4%의 차이는 매우 크다. 한은에 따르면 2018년 성장률 2.7% 중 내수의 기여분은 1.5%p 수출의 기여분은 1.2%p인 반면 2019년의 경우 내수의 성장률 기여분은 1.6%p, 수출의 성장률 기여분은 1.1%p로 전망되어 내수 비중이 약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의 경우 최저임금 추가 인상으로 인해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윤창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윤창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깊어지는 위기, 노조 중심에서 혁신으로 방향 전환해야

전년동월대비 일자리 증가분 평균치는 2018년에 9만 명인 반면 2019년에는 16만 명 정도로서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30만 명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숫자이다. 특히 도·소매, 숙박, 음·식료, 인력파견업 등을 중심으로 부진할 것으로 보여 실업률은 금년 및 내년 모두 3.8%로 예측되고 있다.

민간소비는 2018년과 2019년 모두 2.7%로 비슷한 수준이고 설비투자증가율은 2018년 -0.3%에서 2019년 +2.5%로 전망되면서 내년도 경제의 회복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증가율을 보면 2018년 -2.3%, 2019년 -2.5%로 계속 안 좋다. 2018년과 2019년의 수출증가율은 각각 3.5%와 3.2%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이고 수입증가율은 각각 2.1%와 2.7%로서 커다란 감소나 증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전망을 보면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망은 2018년 10월에 발표된 수치이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에 대한 전망은 어려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은 전망은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에 근거한 것인데 IMF는 2019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월에 3.7%로 발표한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11월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9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발표했다는 점이다.

시간이 갈수록 전망치가 나빠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2019년 경제가 2018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은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2018년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11월 생산이 전월대비 5.2% 감소했고 출하량은 16.3% 감소했다.

반면 재고는 4.4% 증가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과 SK 하이닉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45%와 30% 정도를 차지하는 효자산업으로서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20%를 넘어선다. 2017년의 경우를 보면 반도체 부분 설비투자가 전년대비 60% 증가하면서 전체설비투자가 16% 증가하는 효과가 나왔었다.

반도체 부문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19년 반도체 투자는 전년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SK하이닉스의 투자는 2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제 정부는 노조에 끌려다니는 식의 경제운용을 지양하고 기업을 중시하고 혁신성장 중심의 정책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노력해야 한다. 월급 받는 근로자의 숫자가 기업의 숫자보다 훨씬 많다고 해서 근로자만 챙기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월급 주는 기업들이 힘들어지면 일자리를 줄이거나 문을 닫게 되고 이 경우 월급을 받을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기업을 챙기는 것이 결국은 근로자들을 위한 정책인 점을 감안해서 좀 더 상생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자본과 노동을 이분법적으로 해석하면서 한쪽의 몫을 줄여야 다른 쪽의 몫이 늘어난다는 식의 제로섬적 사고를 가지고는 경제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 2019년 새해에 ‘기업친화’ ‘시장친화’의 어젠다가 제대로 추진되면서 경제에 햇살이 비치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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